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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스갯소리 Nov 15. 2024

목욕탕의 맛

때 빼고 광 내기

목욕탕. 어린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 등을 박박 밀렸던, 그럼에도 목욕 후 먹는 야구르트의 맛을 못 잊어 다음에 또 가게 되던 마성의 장소. 지금까지 목욕탕에 간 횟수를 헤아려 보면 족히 몇 백 번은 될거다. 하지만 코로나가 성행하던 근 몇 년은 목욕탕에 발길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엄마 함께 목욕탕을 간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동네 목욕탕을 두고 차로 20분 걸리는 목욕탕에 갔다. 중학생 때 동네 목욕탕에 갔다가 담임선생님을 만나 서로 민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아는 사람을 맨몸으로 만나는 불상사 피하려면 동네를 벗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게 첩보 작전처럼 찾아간 목욕탕은 대낮인데도 의외로 사람이 많았다.  중에 내가 알거나 나를 알아볼 사람 없다는건 다행이었다. 이제는 야구르트를 몇 개씩이나 내돈내산 할 수 있는 처지가 되었기에 나를 위한 바나나우유와 엄마를 위한 포도봉봉을 사 들고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목욕탕의 규모가 꽤 큰 편이었기에 사람이 많아도 자리는 넉넉했다. 나는 구석을 선호하기에, 단번에 구석 자리를 찾아 목욕용품을 놓음으로써 자리에 대한 영역 표시를 끝냈다. 간단한 샤워를 마친 후 온탕에 몸을 담그 따스함이 나를 감쌌다. 오소소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서 '이 맛에 목욕탕 오지.' 소리가 절로 나온다. 탕에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지만 임산부의 권장 반신욕 시간은 15분 정도였기에, 아쉬움을 한바가지 가득 채워 욕탕을 나왔다.


자리로 돌아와 바나나우유를 쪽쪽 빨아 마신 후, 때 빼고 광 내는 일에 공들이는 한편 대충 샤워하고 나가 쉬고 싶은 마음이 공존한다. 아자 왔으면 벌써 나가 머리를 말리고 옷을 고 있었을텐데,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 들어와 일찌감치 나가는건 어림 없는 소리다. 엄마가 세모눈으로 보며 제대로 안 씻었다고 나를 주저 앉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일찍 나갈 생각일랑 마음에 고이 고이 접어두고 엄마와 담소를 나누며 밀어 주거니 받거니 하면, 그래도 피부가 맨질맨질하고 온몸이 개운진다. 이 시간을 온전히 때 빼고 광 내는 일에 몰두했음에 약간의 성취감마저 든다.

그래, 이 맛에 목욕탕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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