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에세이) 취미가 바꼈다

육아하면서 취미 즐기기

by 우스갯소리

이전에 내가 즐겼던건 자전거 타기, 등산하기, 카페에서 멍 때리기, 재봉틀 하기...

이제 막 6개월이 된 아기와 자전거를 타거나 등산을 같이 할 수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멍 때릴 여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재봉틀은, 먼지가 많이 생겨서 할 수가 없다. 재봉틀을 '방구석 골프'라고 부른다던데 작년에 구입해둔 재봉틀 장비들을 모아 친정 집에 가져다 놓고 친정 엄마의 눈총을 덤으로 받았다. 이 즈음에서 '육아가 시작되는 순간 취미 생활도 단절인가?'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그건 아니올시다.'라고 말하고 싶다.


아직 면역력이 약한 아기와는 아무래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장소는 제한적이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은 얼마든지 있다. 특히 IT 발전의 덕을 톡톡히 누린다. 기저귀를 갈거나, 수유를 하거나, 아기를 안고 있으면 두 손은 자유롭지 않지만 귀에 무선 이어폰을 착용하고 관심 분야에 대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나는 원래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귀에 익은 팝송을 하나하나 찾아 듣고, 익히고, 따라 부르고, 외워 부르는 취미를 새로 들였다. 아기를 낳고 나면 사랑 노래가 제대로 이해되는 경험도 하게 된다. 1970년대 올드팝인 Carpenters의 Close to you 같은 노래는 아기를 바라보면서 부르면 딱이다.

Why do birds suddenly appear every time you are near

왜 당신이 가까워지면 새들이 나타날까요?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새들도 나처럼 그대 곁에 다가가고 싶나봐요.
Why do stars fall down from the sky every time you walk by

왜 당신이 지나갈 때마다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질까요?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별들도 나처럼 그대 곁에 다가가고 싶나봐요.

어느새 내가 흥얼거리는 노래에 익숙해진 아기는 잠투정으로 찡찡대다가도 이 노래만 들으면 울음도 뚝 멈춘다.


육아를 하면서 즐기게 된 또다른 취미는 독서다. 글을 쓰긴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독서를 하는 것은 수월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튼튼한 독서대를 구매한다, 빠져들어 읽을만한 소설책을 빌린다, 독서대에 소설책을 끼우고 수시로 읽는다. 수유하는 중에도 보고, 아기를 트름 시키면서도 보고, 재미만 붙인다면 아기가 잘 때도 본다. 이렇게 하면 생각보다 금방 완독할 수 있다. 몇 년 째 전시용마냥 책장에만 꽂혀있는 책들을 하나씩 뽑아 읽는 해묵은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몇 해 전 동료 선생님에게 선물로 받은 '아몬드'라는 소설책이다. 표지 바로 뒷면에는 동료 선생님이 나에게 '올 여름, 행복하게 보내세요.'라고 쓴 손글씨도 있다. 몇 년 전 그녀와 함께 근무하면서 보냈던 시간들도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다. 그 때는 결혼도 하지 않은 솔로였는데(연애도 안했는데) 뭐가 그리 바빠서 책을 펼쳐보지 못했을까. 여름이 몇 번이나 더 지나고 나서야 펼쳐본 종잇장에는 빛 바랜 흔적이 남아 있다. 엄마의 해묵은 과업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는 아기는, 엄마가 수시로 읽는 책에 관심을 보이며 손을 뻗는다. 지금부터라도 독서에 취미를 붙인다면 아들에게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지 싶다.


아기와 함께 산책 나가는 일도 즐거운 일 중에 하나다. 예전에 혼자 산책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지금은 아기와 함께여서 더 좋다. 예쁜 꽃이 피어 있으면 아기에게도 보여줄 수 있고, 동네 사람들이 아기를 예뻐해 주는 것도 좋고, 가끔은 카페에 들러 시원한 아이스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 하는 것도 좋고... 날씨가 이렇게 무덥지만 않다면 하루에 한 번 씩 산책을 한다. 어서 선선하게 바람 부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기가 자라는 동안 함께 공유할 취미들도 하나 둘씩 늘어날걸 생각하면 기대가 된다. 머지 않아 같이 등산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때도 오겠지. 영유아에게까지 학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세상에, '세상에는 이런 것도 있어.' 하고 하나 하나 작고 소소한 즐거움들을 소개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 기쁨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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