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에세이) 두 번째 임신

연년생 아들

by 우스갯소리

첫째를 낳은지 6개월만에 둘째가 생겼다. 한 명을 낳아 잘 키우자던 남편은 며칠간 둘째가 생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와는 달리 둘째 생각이 없지 않았던 나였지만, 출산과 다음 임신까지의 텀이 이렇게 짧은 것에 아기와 나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나의 두 번째 임신 소식을 들은 친한 언니는 '첫째 키우면서 어떻게 그런 여유(?)가 있었냐'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실제로 그 시기 남편과 나의 컨디션이 최고조였는데, 동반 휴직을 하고 같이 아기를 돌보며 격일로 운동을 하다보니 참으로 건강했었다.


그래도 우리가 건강하던 차에 기왕 임신한 것, 귀중한 생명이고 하늘의 뜻일진데 기뻐하기는 커녕 기운 빠진 남편을 보고 있노라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워낙 갑작스러운 일을 받아들이는걸 어려워하는 성격이라는걸 알지만, 참고 참다가 이건 좀 아니다 싶어 한소리 했다. 생각해보니 너무 미안하다는, 남편의 두 장 짜리 편지를 받고서야 마음이 풀렸다.


한편으로는 내심 딸을 기대하는 마음에 설레었다. 양가 손주 4명이 모두 아들인 탓에, 딸이 참 귀하기도 했고 딸 특유의 앙증맞음을 나도 경험하고 싶었다. 기대하는 마음이 커서인지 직감 상 뱃 속의 아기가 꼭 딸인 것만 같았지만, 성별을 알기에 이른 11주부터 초음파에서 아들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인터넷에 '성별 반전' 등의 키워드로 열심히 검색해 보고 몇 퍼센트의 반전 가능성을 했지만, 니프티 검사(12주 경 선택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유전자 정상 여부 검사)로 아들인게 분명해졌다. 아뿔싸, 내가 연년생 아들 엄마가 될 줄이야. 살면서 한 번이라도 가능성을 두고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다. 딸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던 마음이 푸욱 꺼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둘째 아들이 태어나면 또 얼마나 이쁘고 귀여우려나 싶다.


첫째는 곧 10개월 아가가 되고, 둘째는 첫째가 14개월 되는 무렵인 내년 3월에 만난다. 간절하게 원했던 첫째는 몇 번의 유산을 겪고 결혼 3년차에 생기고, 그랗게 빨리 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둘째는 금방 생기고, 연년생 아들인 것까지 인생 참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싶지만 우리에게 찾아온 이 소중한 생명을 경히 여기지 않고 감사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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