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생 때는
하교 이후 학원 일정으로 가득 찬 요즘 아이들처럼
바쁘지 않았기 때문에 비교적 놀 시간이 많았다.
놀이터에서 이미 놀고 있는 친구 무리에 합류하거나
친구 집에 놀러 가서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거나
동네마다 있는 비디오 가게에서 만화영화를 빌려 보거나
용돈을 털어 문방구 앞에 있는 뽑기 기계를 돌리거나
오빠가 하는 롤플레잉 게임을 어깨 너머로 구경했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한 취미는
비디오 가게에 가서 뭘 빌려볼지 한참 구경하는 거였는데,
비디오 겉면에 있는 사진과 줄거리를 보면서
전체 이야기는 얼마나 재미있을지 상상하는 일은
늘 설레었다.
하나 또는 두개의 비디오를 빌려서
바로 옆에 있는 슈퍼에서 과자 한 봉지를 사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지금은 전세계의 영화와 방송을
클릭 몇 번으로 다 볼 수 있는 시대이니
더 편한건 사실이지만
비디오 공간에 둘러쌓여 상상하는 설렘을 잃었으니
편한게 늘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