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슬프다, 아프다'가 흐르지 못하게 꼭꼭 수도꼭지를 잠근다.
힘들지만 괜찮아, 슬프지만 버틸 수 있어, 아프지만 견딜 수 있어.
대부분은 그렇게 3종 세트 장비를 장착하고 열심히 잠근다.
나의 우울과 만나게되고 참 많이도
그 놈과 싸우고 난 후 시간이 지나 조금 달라진 것이라면
주기적으로 이 수도꼭지를 잠그고 열고를 반복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힘들지만 괜찮아, 근데 오늘은 잠시 멈춰있어 보자.
슬프지만 버틸 수 있어, 그래도 오늘은 잠시 울어내 보자.
아프지만 견딜 수 있어, 에이 오늘은 좀 쉬자.
그럼 더 괜찮아질 거야.
수도꼭지를 열심히 잠그고, 한 번 열어주고.
다시 잠그고.
나는 그때 이 무지막지한 놈과 평생 밀당을 해야 하니
힘든 것도 슬픈 것도 아픈 것도 사라질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너무나 많이 모질 그 모든 순간들을 내가 다 막아낼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오랜 밀당 끝에
우울이란 놈의 아주 깊은 비밀도 하나 알아채버렸다.
중요한 것은 '다시' 잠글 수 있는 힘이란 것을.
그렇다. 내가 이 말도 안 되는 반복을 구태여 하는 이유는
스스로 다시 잠글 수 있는 힘을 연습하기 위함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다시' 잠글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 연습이 아주 중요한 이유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수도꼭지가 제 스스로
터져버리는 때가 되면 보수에 이만저만한 수고와 노력이 든다는 사실이다.
콸콸콸 쏟아치는 수도꼭지 속 그놈은 너무 무겁고 차갑고 시리고 어떤 때에는,
뜨겁고 끈적하고 질척이며 나를 당황시키고 끝내 무력하게 만들어 버린다.
마치 자신을 절대 잊지 말라고. 나는 항상 여기 있으니 절대 방심하지 말라고.
그래서 나는 주기적으로 수도꼭지를 열어준다.
나는 너를 잊지 않았고
너를 인정하고 마주 할 시간을 이렇게 마련하며
아름답게 너와 함께하고 있다고.
수도꼭지를 돌리며 말해준다.
이만큼 함께 와보니 내 우울이란 놈도 참 많이 외로워서
이리 나를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있는 참이다.
가여운 놈.
그래, 알아. 이번엔 내가 좀 늦어서 변명 좀 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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