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핑계 중

by happyanding

오랜 친구와 오랜만에 대화를 했다.

대화다운 대화는 아직 멀었음을

서로 아는 처지라 글로나마 짧게 한 대화였다.


친구가 말했다.

"우리 일이 길어야 5년일 텐데

큰일이다, 뭘 해 먹고사냐"

가슴이 덜컹했다.

알고 있었는데, 알고 있었기에

이제라도 발버둥 쳐보고 있었는데.




길을 잃었다




순간 머릿속에 생각이 쏟아졌다.

무언지 모를 뿌연 연기 같은 생각들이

진하고 잔잔한 바람처럼 밀려들어 가득 채워졌다.

순식간이었다.

그 연기들이 가슴으로 타고 내려와

꽉 메워 터질 듯한 느낌이었다.


세상에 후회 없는 삶은 없고 단 1%로의 차이로

덜 후회하거나, 더 후회하는 삶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굳이 따지자면 덜 후회하는 삶이 후회 없는 삶이라고.


나는 덜 후회하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었다.

나의 선택이 나에게는 옳았다고.


나의 모든 선택들이 후회로 돌아오는 요즘이었다.

어디쯤인지 얼마만큼 더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왜 가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오래 전과 똑같은 질문들을 쏟아내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나름 열심히는 산 것 같은데.

남은 건 '덜컹'

나도, 내 인생도 덜컹.


옷은 입어봐야, 신발은 신어봐야

음식은 먹어봐야, 사람은 만나봐야 아는 거라고.

해보지 않으면-지나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라고.

다시 무언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라고

애써 나를 다독였다.


내 친구는 무슨 마음으로 내게 말을 건넸을까,


어느 날은 나와 같은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 숨을 쉬는데 그날은 숨이 꽉 막혔다.

나보다도 오랜 시간 더 열심히 살아온 친구였다.

그 친구도 달라진 게 없는데.





아, 알았다. 나는 무서운 거다.

오래도록 버텨낸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까 봐.


또, 달라진 게 없을까 봐.


그리고 그 친구의 SNS를 들어가 보았다.

그 친구는 멈춰있지 않았다.


오늘 또 후회했다.

내 두려움이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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