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2》첫 만남을 되새기는 중

by happyanding

나는 내가 담담 해진 줄 알았다.


어떤 일이든 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 줄 알았다.

내가 깊어져서 그런 줄 알았다.

단지 어두워진 감정 하나가

진하게 번졌을 뿐이었다.


아주 못된 염증 같은 그 감정이 온몸에 퍼져

세포 하나하나가 두근대는 듯했다

불안감이었다.


두근대는 세포하나하나만큼 눈물도 내렸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담담함이 아니라 무기력함이란 걸 알았고

오물 같은 끈적함의 매일이 왔다.

배도 고프지 않고 잠들 수 없었지만

잠들면 깨지 않길 바랐고 불안했고

이런 내가 불편했다.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는 눈물 덕에

결국 알았다.


나는 우울증이었다.





병원에 가기 전까지 3개월이 걸렸다.


지나가겠지, 별일 아니겠지,

잠시 슬픈 거겠지 내가?

나는 친구도 많고 긍정적이고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그럴 리가 없다.


모두 거짓말이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외로웠고

그 빈 공간이 보이는 게 싫어

사람으로 빼곡히 채워 넣었을 뿐이었다.

보잘것없고 하찮은 내 인생을,

그럼에도 '긍정적인 저 아이'로 보이게

잘 가렸었다.

남은 삶을 위한 절실한 도구였을 뿐인

목표로 가는 길이 행복했을 리 없다.



사실이 다 진실이진 않지
-다 이루어질 지니 中-



남들이 아는 나의 사실은 진실이 아니었다.

꾸역꾸역 처박아놓은 나의 진실이 사실이었다.





병원에 가기까지의 시간이 우스울 만큼

나를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진짜 나를 보이는 것이

어색하다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민망할 만큼

상담 시간마다 격렬하게 오열했다.


이런 내가 낯설었지만 그렇게 양껏 울고 난 후에는

불안감도 조금 사라졌다.

익숙해져 갔고 한동안은 점점 늘어나는 약 개수를

세어보기도 하며 나를 가늠했다.


약이 늘수록 기억의 실타래가 엉켜갔다.


첫 만남은 기억하기 쉽지 않은 건데

나는 이렇듯 엉켜버린 실타래 속에서도

선명히 그 처음에 기억의 실을 튕기고 있다.


그때의 기억들이 불협화음처럼 시끄럽게

떠도는 날이 있다.





어느 날, 어느 순간 이 만남이 영원할 거란

깨달았고 여전히 이 것과, 이 놈과 함께하고 있다.


그저 함께 하는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다.





기어이 이 놈과 함께라도 행복해지고 말겠다는,

너의 인당수에 빠져도 네 멱살을 잡고서라도

기필코 나는 빠져나오고야 말겠다는


조금 삐뚤어진 심청이 같은 마음으로.





#나도감성에세이 #현대판 #심청이 #독한년버전 #다이루어질지니 #행복해져버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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