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분리 불안'

나에겐 엄마라는 존재가 세상이고 우주였기에, 그 모든 것들 의미가 없었다

by 이또숙


내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나는 친척들에게 꽤 사랑받는 아이였다.

몸은 하나밖에 없는데 나와 만나면 헤어지기 싫어하는 사촌 동생들도 있었고,

자고 가라거나,

같이 살자고 하는 어른들도 많았다.


자식 부자였던 우리 어머니께,

'딸 많으니 막내딸은 내가 키워주겠다.’고

하는 친척 분들도 실제로 몇몇 있었다고 했다.


사촌 동생과 신나게 놀고,

헤어짐이 드리워진 어느 여름날.

부모님은 내게 이번 방학에는

사촌 동생이 있는 양산으로 가서,

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오라 하셨다.


동생에게 공부도 가르쳐주고,

새로운 곳에서의 삶은 살아본 적 없으니 경험해 보고 오라는 뜻이었던 듯했다.


나는 학년당 1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자그마한 도시 '통영'의 한 초등학교 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한 반에 50명씩 8~9반까지 존재하던 양산 신도시로 전학을 가게 된 것이다.

낯설었지만 조금은 즐거웠는지 전학생임에도

HOT '캔디' 춤을 추거나, 전교생 앞에서 노래를 부르며 재능을 뽐냈다.


마냥 새롭기만 할 것 같던 양산에서의 삶.

그러나 아직 가족과 삶이 분리되기에는 너무 일렀을까?

낯선 곳에서의 호기심이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때는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분리불안 증세'였던 것 같다.


나는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오랜 시간

방에서 나오지 않거나,

말없이 슬픈 표정만 지었다고 했다.



내가 분리불안이라고 생각하는

두 가지 사건이 있는데

한 가지는, 문구점에서

주인아저씨를 바라보며 물건을 훔쳤던 일이다.


초등학교 2학년이라면

값을 지불하지 않고 무언가를 훔치는 일이,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나이다.


또한 내가 정말 훔치고 싶은 게 있었다면

더 비싸고 좋은 물건을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몰래 훔쳤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무 당당하게

주인분의 눈을 바라보며

저가의 학용품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놀란 그는

부모님 연락처를 말하라고 언성을 높이셨고,

나는 기다렸다는 듯

어머니 전화번호를 불러주었다.


또 기억나는 하나는

사촌동생에게

위험한 장난을 치며

겁주거나, 위협했던 순간을

작은어머니가 발견하셨던 순간이다.


어릴 때는 인지할 수 없었지만

9살 아이의 단순한 생각에서 바라보면,

나쁜 행동을 해야

엄마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책을 쓰면서 분리불안의 원인을 살펴보니

아이가 예민하거나

낯을 심하게 가리는 기질일 때.


혹은 부모의 지나친 과잉보호나

지나친 허용이 있을 경우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또한, 아이가 혼자 있는 상황에서 심하게 두려움을 경험했거나,

부모의 별거, 이혼 같은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도 분리불안 증세를 보인다고 했다.


하루하루 이상행동을 하는 나를 감당 못하셨는지,

작은 어머니는 나를 1년도 데리고 있지 못하고 다시 통영으로 보내셨다.


그 이후 나는 한동안 어머니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는 그립고, 보고 싶었던 마음이

서운함으로 분출돼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더 안정적인 집에서, 좋은 것만 먹으며

잘 지내길 바라셨겠지만,

그건 어른들의 세상이자 언어일 뿐이었다.


아이에겐 엄마라는 존재가

세상이고 우주였기에,

그 모든 것들은 의미가 없었다.


'불안형 자녀'로 자란 사람은 내면에 불안정 애착, 자기 의심,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

과도한 타인의 눈치 보기 등을 갖고 성인이 된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럴 경우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억눌려왔던 '감정'을 언어로 꺼내보고,

이름을 붙여보라 조언했다.


.

.

.



'나 지금 좀 불안한 것 같아.',


' 이건 두려움일까?',


'어제는 왜 이유 없이 짜증이 났지?'

.

.

계속해서 찾고 분석하다 보면 그 원인 또한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되고,

더 나아가 내 감정을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불안’이

우리의 삶을 갉아먹지 않도록,

더 자주 관찰하고 마주하길 바란다.










가족들의 더할 나위 없는 귀염둥이였던 사람은

성공자의 기분을 일생 동안 가지고 살며,

그 성공에 대한 자신감은 그를 자주 성공으로 이끈다.



-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