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질한 사랑 이야기, "베르테르"

여전히 베르테르 당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by 클레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중, 고등학교 시절 필독서여서 아주 옛날에 읽어본 적이 있다. 그때 어린 마음에 읽고는 '사랑 때문에 왜 죽지?' 라며 베르테르의 감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감정의 변화를 서간문으로 서술해낸 이 책이 정말 지루했었다.

그리고 20주년을 맞아 다시 돌아온 뮤지컬 <베르테르>를 기념하여 오랜만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보단 조금 덜 지루했고 베르테르의 감정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아주 조금은...! 지금 생각해보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왜 학창 시절 필독서로 선정했었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뮤지컬 <베르테르> /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희대의 인기남, 베르테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되었을 때에 그 당시 젊은이들 사이에서 베르테르는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고 한다. 소설에서 그가 입었던 노란 연미복을 모두가 따라 입었고 그를 따라 자살을 선택하는 젊은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뮤지컬을 봤을 때에는 그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었는지는 정말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사랑에 빠진 순수한 남자의 매력은 있었을지 몰라도 '베르테르 효과'가 생길 정도로 그의 영향력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북토크에서 다른 분들과 이야기해보니 어느 정도 알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이 출간된 그 당시에는 자살로 삶을 마무리하는 선택지는 정말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정략결혼 등 주어진 프로세스에 맞춰 삶을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삶의 추세였다고 한다. 그런 시대에서 베르테르처럼 짝이 있는 여자에게 연정을 품는 것은 특히나 파격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뮤지컬에서는 베르테르의 사랑에만 포커스를 두었지만, 소설을 읽어보니 그는 인생을 살아가는 법, 사회 등 여러 방면으로도 관심과 고민을 보이는 사람이었다. 이 부분 또한 그 시대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포인트로 작용했을 것 같다. 그래서 너도나도 베르테르를 인생의 롤모델로 생각하며 그의 패션과 삶을 따라하지 않았을까 싶다.



뮤지컬 VS 소설

어렸을 적 읽었던 소설은 엔딩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이번에 읽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처음 읽은 것이나 마찬가지. 이번 시즌 뮤지컬을 먼저 보고 책을 읽었는데 책을 덮고 느낀 점은 생각보다 원작을 많이 살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르테르, 롯데 그리고 알베르트 세 인물 간의 관계, '발하임'이라는 화훼단지 배경, 그리고 총을 빌려달라고 하는 등의 몇 개의 에피소드들은 그대로 살린 반면 그 외 부분들은 전부 원작과 달리 재구성했다. 뮤지컬에서는 눈물을 자아내게 했던 오르카나 카인즈도 소설에서는 찾기 어렵고, 베르테르가 롯데에게 반한 이유도 달랐다. 소설에서의 베르테르는 생활력이 강하고 여러 동생들을 챙기는 롯데의 모습에 반했다니 뮤지컬에서 반한 포인트와 전혀 상반된 이유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원작 베르테르가 조금 더 뻔뻔하고 찌질해서 정이 가지 않았다. 소설에서의 베르테르는 롯데에게 알베르트라는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안 이후에도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고 그들이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더더욱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게다가 알베르트와 롯데 부부랑 셋이서 늘 만나면서도 늘 롯데에게 연정을 품고 쉴 새 없이 그녀를 흔든다. 원작이 서간 형식이다 보니 베르테르의 감정 변화에 대해서만 알 수 있을 뿐 롯데의 감정은 마지막 파트에서나 잠깐 보여주기 때문에, 롯데가 베르테르에게 가졌던 감정이 그저 소울메이트처럼 취향이 잘 통해서인지, 아니면 베르테르처럼 처음 그를 봤을 때부터 마음이 있었는지, 베르테르가 입맞춤을 한 이후 마음이 흔들리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보니 베르테르의 감정이 일방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작이 더 좋았던 점은 베르테르가 그저 해맑은 롯데가 아닌 동생들을 돌보는 독립적인 롯데에게 마음이 갔다는 점, 베르테르의 감정 변화를 촘촘히 지켜볼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알베르트와도 어느 정도 우정을 쌓아 총을 빌려줄 수 있는 명분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뮤지컬에서는 알베르트와 베르테르가 두어 번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베르트가 총을 빌려줄 때 '그간 쌓인 우정의 표시'라고 말하는 대사에 물음표가 있었다.



베르테르의 조금은 찌질한 사랑 노래를 뮤지컬에서는 아름답게 잘 구성해준 것 같다. 너무 지나치지 않게 베르테르의 감정을 보여줘서 그에게 조금은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고, 베르테르를 프로집착러로 보여줄지,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랑꾼으로 보여줄지는 배우의 역량에 달려 있어서 모든 뮤지컬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베르테르>는 배우의 힘이 큰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 구절을 인용하거나 문학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한 부분이나 해바라기를 소재로 활용하여 베르테르를 해바라기에 비유한 연출들이 시 한 편을 보는 것 같아 이 작품과 참 어우러지는 연출이었다. 그리고 원작에서는 알 수 없었던 롯데와 알베르트의 이야기도 알 수 있어서 다각도적인 관점에서 모든 인물들을 지켜보고 그들을 조금씩 이해해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이 뭐길래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베르테르의 마음은 잘 와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주는 분위기와 넘버가 좋아 베르테르가 다음 시즌에 찾아온다면, 그때도 여러 번 발하임을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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