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동화 "위키드"

신기하지 춤추는 동안 우린 달라졌지!

by 클레어

애정작 <위키드>였기에 원작 소설을 한 번 읽고 싶기는 했었다. 하지만 위키드 제작진들이 배우들에게 소설 <위키드>는 읽지 말라고 조언을 했다는 설도 들어서, 얼마나 다를까 하고 책을 시작하기 두렵기도 했다. 용기를 내서 책을 들었는데 정말 소설과 뮤지컬이 이렇게나 다를 줄 몰랐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성격, 약간의 인물관계만 유사했을 뿐 거의 새로운 창작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책을 다 읽고 난 한줄 평은 '이 소설에서 뮤지컬 스토리를 뽑아내다니 뮤지컬 작가인 위니 홀츠만이 정말 천재 아닌가?'


뮤지컬 <위키드> / 소설 <위키드1>


환상적인 듯 인위적인 세계, 오즈

지난 시즌 오즈를 처음 방문했을 때엔 원숭이가 날아다니고 폭죽이 터지고, 타임드래곤이 매달려 있고 조명이 참 예쁜 극이라 디즈니랜드에 와 있는 기분이었고 두 친구의 우정에 집중해서 봤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여러 번 오즈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위키드는 그렇게 밝기만 한 극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원숭이들이 태엽을 돌려 보여준 오즈라는 세계의 이면에는 차별과 독재, 언론을 통한 선동이 있었다. 다채로움을 잃어버린 오즈에서는 초록색 얼굴의 엘파바는 그저 놀림거리였고 동물은 말을 잃어간 채 기차안내원, 짐 수레꾼 등의 일만 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메랄드시티에 도착한 엘파바와 글린다가 본 오즈매니아 공연 또한 '열기구를 타고 내려온 마법사의 일대기'를 다뤘다는 것, 언론부장관인 모리블이 얘기하는 팩트 아닌 이야기들을 오즈민들이 믿고 퍼뜨린다는 것이 눈에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무대 왼쪽 위에서 스탭이 직접 타임드래곤을 움직이듯이 이 세계가 누군가의 권력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세계라는 것이 확 와닿았다.


엘파바와 글린다

그 거짓 같은 배경을 두고 펼쳐지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이야기는 진실되어서 오히려 더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봤던 것 같다. 서로를 밥맛으로 여기던 두 친구가 사소한 오해를 풀면서 베스트프렌드가 되고(오해를 푸는 'dancing through life' 씬에서 글린다와 엘파바의 감정 변화는 늘 내 눈물 버튼T_T), 서로 다른 선택을 할지라도 지지해주고 서로로 인하여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 어른스럽고 예뻐보였다. 엘파바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건 너 때문이 아니잖아'라고 처음으로 말해주는 글린다로 인해 고슴도치처럼 날 서 있던 경계를 풀어가는 엘파바, 그리고 자기밖에 모르던 철부지가 엘파바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내면의 선을 배우고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선한 글린다'가 되어가는 글린다.

이 둘은 서로에게 진실되었던 '처음'이었기에 그들의 만남이 너무나도 의미가 있었고 비록 엔딩에선 헤어지더라도 영원히 심장에 남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 VS 소설

이렇게 아름다운 뮤지컬의 분위기를 상상하며 읽기 시작했던 <위키드>는 인물보다는 외부 환경에 초점을 맞춘 듯 너무 그로테스크했다.


초반에 엘파바의 어린 시절이 나와서 뮤지컬에서는 상상만 하며 봤던 부분이라 흥미롭게 읽기 시작하긴 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온통 초록초록 반짝이던 에메랄드시티보다는 회색빛의 에메랄드시티, 그리고 오즈가 눈 앞에 펼쳐졌다. Animal과 animal, 그리고 지역 별 빈부격차, 독재가 판치는 이 곳은 엘파바가 꼭 다시 돌아오고 싶어했고, 글린다가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던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뮤지컬과 유사한 인물관계도 있었던 반면, 뮤지컬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인물도 많았고, '비크, 아니 보크처럼 이 인물을 왜 뮤지컬에서는 이렇게 설정했을까?'하는 인물들도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도 적나라했던 묘사와 이야기들에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지점을 이 책의 매력인 것 같기도 했다.


현실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할 때 저 사람은 착한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를 단정할 수 없듯, 책에서의 인물들도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닌 입체적인 인물들로 셋팅을 한 점이 확 와닿았는데, '선과 악'이 한끗 차이라는 이러한 설정을 주요 메시지로 두고 뮤지컬 작가가 재구성하지 않았을까.




<위키드>를 보는 내내 <오즈의 마법사> 스토리와 연결이 돼서 도로시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디파잉 그래비티"에서 'unlimited'와 "포굿"에서 'I'm limited'라는 가사가 동일한 멜로디라인에 배치되었던 것처럼 이 극은 1막과 2막의 스토리를 촘촘하게 잘 연결시킨 극이었다.

내용을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더 재미있고 새로웠던 어른 동화 <위키드>, 에메랄드시티를 방문했던 One short day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던 엘파바처럼, 나도 올 겨울과 봄, 그리고 부산에서의 여름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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