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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당신을 선택하게 만드는 방법 - 사자 사회

당신은 이미 누군가의 '신'이다.

by 희소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문득 생각났다. 한 사자 무리의 우두머리 수사자, 갈기가 못나서 슬픈 그 불쌍한 수사자는 암사자들과 짝짓기를 매번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퇴짜를 맞곤 했다. 사자 사회에서 수사자의 갈기는 하나의 미적인 기준점이다. 갈기가 풍성하고 아름다울수록 암사자들이 더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그렇게 보잘것없는 갈기를 지닌 우두머리 사자는 매일 짝짓기에 실패해서 축 처진 채 홀로 잠자리에 들곤 했다. 그 모습은 용맹함보단 짠함만 가득했다.


그러다, 서열이 뒤바뀌었다. 다른 수사자가 서열 싸움을 통해 우두머리의 자리를 빼앗은 것이다. 그 못난이 갈기 사자는 리더의 자리에서 물러났고, 새로운 수사자가 그들을 이끌게 되었다. 그 대장의 갈기는 풍성하고 고운 빛깔을 자랑했다. 우두머리가 바뀌자마자 교미를 거부하던 암사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마치 홀린 듯 그를 따르기 시작했다. 인기쟁이 사자를 저 구석에서 쓸쓸히 쳐다보는 몰락한 전 대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연함의 극치였다.


어느 사회에서나 자연선택을 통해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다시 말해 우월한 유전자가 남게 된다. 유리한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서도 높은 번식 경쟁력을 가지기 때문에 종의 존속을 위해 우선하여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 미적 기준이라는 것은 생존에 직결된, 유전자에 새겨진 경각심이다. 인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미(美)라는 것은 번식에 있어서 물론 중요한 요소이지만, 당연히 동물의 사회보다는 훨씬 많은 요소가 고려되고, 번식 경쟁 시장에서 힘을 가진다. 안전의 욕구, 의식주를 비롯한 여러 욕구가 결핍되지 않은 상태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번식의 의지가 활성화된다. 사회에서 보장받고 싶은 욕구, 더 나아가 자아실현의 욕구 등, 현대 사회는 그야말로 욕구로 정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은 바야흐로 여러 욕구의 시대이고, 그 욕구라는 녀석은 결핍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 녀석은 좀처럼 만족을 하지 않는다. 그런 결핍을 없앤다는 것은 마음먹고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간편한 과업이 아니다. 누군가가 타인의 결핍을 식은 죽 먹듯 손쉽게 잠재운다면, 그는 전능한 인물이라 불려 마땅할 것 같지 않은가. 적어도 그의 존재는 결핍을 가졌던 이에게 빛과 소금, 어쩌면 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결핍을 아주 간단하게 없앨 수 있는 신적인 존재를, 나는 잘 알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 모두, 누군가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누군가의 신이 될 수 있는, 그런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당신의 당당한 모습에서 소심한 자아에 대한 욕구를 대리 충족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당신의 상냥한 모습에서 부드러운 애정을 찾을 것이다. 그렇게 그 사람이 가지지 못한 모습을, 당신은 가지고 있다. 그 순간 당신은 그 인물의 ‘신’이 되는 것이다. 단지 당신은 그 인물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갈기’를 가졌을 뿐인데, 그 사실만으로 이렇게 쉽게 ‘신’이 된다니 놀랍지 않은가? 당신의 '갈기'는 사자 사회처럼 비단 외적인 모습만을 의미하는 것뿐이 아니다. 당신이 가진 모든 요소가 ‘갈기’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이라는 특별함을 있는 그대로 인식해, 그 특별함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아를 더욱 분명히 드러내는 것, 그것부터가 바로 갈기를 가꾸는 과정의 첫 스텝이다. 자신만의 갈기를 갈고닦아서 상대방에게 풍성하게 어필할 수 있다면, 당신도 누군가의 멋진 우두머리 사자가 될 수 있다.

본인의 숨겨진 갈기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미 찾았다면 어떻게 빗질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해보자. 외로워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마라. 당신의 갈기는 누구보다 아름답다. 사바나에서 마주치면 인사해 주길. 그럼,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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