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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름으로 휘둘러지는 폭력, 짧은 시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두어 마리쯤 괴물을 품고 살지,

by 희소

너 알고 있니 너가

그토록 혐증하던 괴물이 지금 너라는 사실

너의 유년시절과 유약했던 그 시절 널

고통스럽게했던 그 존재는 사실

너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니.


너 그 때 그렇게나 그 괴물을 두려워했고

상처를 넘어서 흉터가 깊게 남았기 때문에,

남을 사랑으로 이겨보려다 대화로 얻어내려다

도저히 안되면 마지못해 괴물이

너에게 뱉은 침을 네가 조금씩

조금씩 - 입안에서 그 피처럼 빨간 혀로

휘휘 저어 - 상대에게

뱉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니.


그게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이 우주에서 제일 잘 알기 때문에

너에게조차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몰래 슬쩍슬쩍

꺼내는 너를 알고는 있니.


또 남 앞에서 그 기억을 되새기고, 그 괴물을 증오한다며

또 다른 사랑을 받아내던 넌 어떤 괴물일까.


넌 그 괴물이 되지않겠대. 그 괴물이 가진 특유의 목소리 떨림만 들어도 멀리하겠다던 넌 억지로 목을 쥐어 짜내고 입을 틀어막아 스스로 그 목소리를 견제하더라. 너 몸에서 나는 그 냄새는 바로 그 영락한 괴물인데도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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