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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스친 네 향기 하나에,

스무살, 연애는 어설프고 폭력적이었다.

by 희소

희야 잘 지내? 매년 3월이 되면 네 생일이 떠오른다.

나 사실 네 집에 있을 때 나는 냄새가 너무 싫었다?
너희 어머니는 너가 없을 때 내게 2시간 동안 같은 이야기를 하곤 했어.

그 암울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싫었고,

너 집 현관문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나는 특유의 그 흙, 곰팡이냄새도 싫었어.


근데 어제 인센스를 피우고 창문을 연 뒤, 옅은 두통과 함께 잠에서 깨어 처음으로 콧잔등을 간지럽힌 그 냄새가 말야. 너무 싫어서 미소를 드리우며 숨을 참았던 그 냄새가 말야.


1초를 멋대로 늘린 뒤 난잡하게 멋대로 칼질을 했다고 해야하나

그토록 짧은 순간이 띵하게 오래 머물러.


나쁜 여행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좋았던 건 그 시절에 완벽히 귀속되어 너의 개로 살았던 나일까. 어리숙함에 빠져 도로(道路) 구석구석 흩어진 역함을 미처 전부 되찾지 못한 채,

나는 밝은 불빛에 현혹된 행복한 바보였을까.


어느 쪽이건 이젠 상관없이 스스로를 끝끝내 지킨 결과 행복한 여행만 방울짓고,

여과지엔 더러웠던 우리 미소만 둥둥 떠있어.

그때 너와 함께하는 길을 선택했다면 그대로 난 행복한 바보였을까? 아니면...


너가 과녁없이 쏜 총알은 의미없을 뿐만 아니라 너 자신을 죽일 수도 있어.

어느 날 찾아간 너의 동네에 벌건 살점이 벽에 붙어있다면

역겨움과 걱정 중 너에 대해 대체 난 무엇이 우선일까.


아무튼 다신 오지 않을 듯한 그 날의 너에게 한 껏 예쁨 받고 싶었던 키엘 머스크.

그래 멋 모르고 산 뒤 칭찬해준 너에게 나흘동안 기뻤고, 그 후 사년동안 한 번도 뿌리지 않았다?

이상하게 오늘은, 어디선가 난 그 곰팡이 냄새 때문일까? 한 번 뿌려봤어.


내 인생을 망치려 했던 너에게 전부를 주고 싶었고 너가 너를 포기한 순간 나는 나를 붙잡았지.

아무튼 너가 까라며 던진 좆은 내 마음안에 박힌 채 잘 자라 예쁜 꽃이 됐어. 고마워. 날 죽여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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