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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매니아 Oct 17. 2021

첫 번째 스타쥬

Emily in Toulouse

        아뜰리에 Jan선생님과 발 넓은 Marina의 추천한 파티스리 Emily 에밀리. 작년 12월 내가 프랑스에 도착한 시점에 막 문을 연 툴루즈의 새로운 제과점이다. 사장 이름은 프랑스식으로 Emili이지만 때마침 넷플릭스에서 유행하던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 주인공 이름을 본떠 영어식으로 지었다. 이 가게의 콘셉트는 확실히 전통적인 빵집과는 달랐는데, 딱 6가지 종류의 케이크만 사이즈별로 판매하며 세 달에 한 번 메뉴가 바뀐다. 매장 진열대에 달랑 6개의 조각 케이크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조명을 받아 반짝 반짝이는 게 마치 명품 매장 같다. M사이즈 기준으로 하나에 5유로, 한화로 약 7천 원이고 6가지를 다 맞보는데 30유로가 드니 비싸다고 할 법도 한데, 워낙 보기에 예뻐서 그런가 호기심을 자극하다 보니 꽤 입소문을 타서 장사가 제법 잘된다고 들었다. 작년 12월이면 봉쇄조치로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을 때이니 집밥에만 지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했을 것이다.



        이 매장의 주요 고객은 인스타그램에 사진 올리기를 좋아하는 젊은 20대 초반의 여성과 레스토랑들이다. 레스토랑이 파티스리의 주 고객이라고 하면 좀 의아하겠지만, 식후 디저트가 코스 요리에 빠질 수 없는 프랑스의 식문화에서 특히 별 몇 개짜리 미슐랭 고급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파티시에의 중요성은 요리사 못지않다. 하지만 파티시에를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이렇게 전문 제과점에서 매일 신선한 디저트를 제공받는 게 레스토랑 입장에서 더 비용절감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제과점에서 5유로인 케이크가 레스토랑에서는 7유로를 내고 먹어야 한다는 건 안 비밀.

       

         에밀리가 일찌감치 레스토랑들을 타깃으로 한 제과점을 연 이유에는 오랜 기간 동안 레스토랑 파티시에로 경력을 쌓았던 까닭도 있다. 파티시에는 이렇게 제과점이나 카페를 열 수도 있고,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도 있고, 오프라인 매장이 없더라도 SNS를 통해서 온라인으로 케이크를 판매하거나, 케이터링 서비스로 결혼식과 같은 이벤트에 납품을 할 수도 있고, 아뜰리에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수업도 할 수 있으니 확장성이 다분한 직업인 듯하다. 이렇게 파티시에 시장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더욱이 맛 좋은 케이크를 만드는 곳이라면 꼭 일해보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자주 놀러 가서 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마리나가 함께 가주기로 했다. CV(이력서)와 Lettre de Motivation (자기소개서; 동기서)를 손에 들고 그리고 불어 자기소개를 머릿속으로 되뇌며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 사장님과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떨리는 마음으로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만난 에밀리. 키가 작은 아담한 체격에 눈빛이 인상적인 꽤나 젊은 사장이다. 긴장할 때면 불어는 꼭 밑도 끝도 문맥도 없이 튀어나온다.

 '봉쥬흐,,, 쥬씨 코레엔느, 쥬 흐써씨 스타쥬...' (안녕하세요. 저 한국인인데 인턴쉽 찾고 있어요.)


         매장 음악 소리 때문인지 잘 안 들렸는지 아니면 예기치 않은 상황에 당황했는지 에밀리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인턴? 인턴은 언제나 필요하지! 계약 서류 가지고 다음에 찾아오세요!' 긍정적인 반응이다!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 혹시나 나중에 말을 바꿀까 봐 서둘러 가방 속에서 고용노동부 미팅 때 받았던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 가지고 왔어요!

'OHLALA울라라! 완전 organiseeee!' 나는 그날 한 달짜리 무급 인턴 자리를 구했다. 프랑스에 온 지 5개월 만의 일이자 고용노동부와의 미팅 후 인턴을 알아보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왜 인턴 자리 구하기가 쉬웠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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