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매니아 Nov 01. 2021

하늘을 봐야 별을 따지

Job dating

          CFA 학교에 다녀온 이후 제과학교 입학은 반 포기했다. 9월 입학까지는 4개월 정도 남았고 11월까지 업체를 구한다면 늦게라도 입학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30대가 되어 뒤늦게 현장실습생이 되려다 보니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로부터 연락이 왔다. 툴루즈 인근 지역에서 현장실습생을 구하는 업체들과 학생들이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채용을 결정하는 Job dating 행사가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등록하고 나오라는 소식이었다. 빵집 문턱을 넘어 사장님들 얼굴 보기도 어려운 나로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서둘러 등록을 마쳤다. 그리고 태블릿에 그동안 특수학교에서 했던 수업 모습, 아뜰리에에서 만들었던 케이크 사진들, 에밀리에서 일하면서 찍었던 사진들을 담아 정리했다. 폴더 제목은 단순하지만 제과 포트폴리오로 정했다. 몇 년 만에 취업준비생이 된 기분으로 이력서를 수정하고 다듬으니 스트레스보다는 설레기까지 했다.

          그리고 Job dating 당일, 행사가 열리는 학교에는 부모님들과 함께 온 어린 학생들로 붐볐다. 참가 업체 리스트를 보니 제빵과 제과로 나뉘어있는데, 내가 선호하는 제과분야 업체수가 훨씬 더 적다. 툴루즈 시내에 위치한 업체는 별로 없거니와 1시간 이상 떨어진 시골에서 현장실습생을 구하기 어려운 사장님들이 채용을 위해 발 벗고 나선 형국이었다. 업체 이름이 적힌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장님들에게 학생들이 다가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한 시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리니 인터뷰도 하지 못한 제빵 쪽 사장님들이 부러운 눈길로 제과 쪽 사장님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육체적으로 더 고되고 출퇴근 시간이 더 이른 제빵 분야를 학생들이 덜 선호하는 게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어린 학생들 중에는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반이라 눈에 띄게 체구가 작아 보이는 학생들도 있고, 부모님 옷을 빌려 입고 왔는지 커다란 정장을 입고 옷매무세를 다듬는 학생들도 보인다. 하나같이 긴장한 모습. 어린 나이에 그새 진로를 정하고 매진하는 모습이 당차 보였지만 그들보다 딱 두 배 더 나이가 많은 내 눈에는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그 반대로 이 어린 학생들은 나이많은 취준생인 나를 안타까워할지도 모르겠으나... 걔 중에는 자신이 직접 만든 케이크를 가져와 선보이는 학생들도 있었으니, 그 열정으로 보아 내가 사장이라면 바로 합격!이라 외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드디어 돌아온 내 차례. 첫 번째 사장님은 어린 학생을 찾는다고 했고, 두 번째 사장님은 2년 이상 일할 어린 학생을 찾는다고 했고, 세 번째 사장님은 어리지만 경력 많은 학생을 찾는다고 말했다. 다 돌려서 거절이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바쁜 와중에 내 소개도 끝까지 들어주고 포트폴리오도 관심 있게 봐주었다. 그래도 외국인이라 안된다거나 불어를 못해서 안된다고 거절당한 건 아니니까 다행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지만 실습업체 찾기가 정말 하늘의 별따기구나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나 정말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 CFA 제과학교 방문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