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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매니아 Nov 08. 2021

크로와상

셰프의 비밀

                궁금했다. 크로와상 맛집에서 크로와상을 만드는 걸 본 적이 없는 까닭이. 모두가 퇴근하는 오후 1시 무렵. 퇴근하지 않고 있는 셰프 Lionel에게 다가가 크로와상 만드는 걸 보고 싶다고 물었다. 인턴이 당돌하기도 하여라. 셰프이자 사장인 Lionel은 전직 사이클 선수로 뒤늦게 파티시에가 되었다. 그의 주특기는 방송에도 나오고 상도 많이 탄 크로와상! 그 크로와상을 본 적이 없으니 나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당돌한 인턴의 질문이 신기했던 걸까, 당황했던 걸까? 갑자기 마스크를 벗는 리오넬. 나도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당황할 수밖에 벗었다. 

                그런데 마스크를 벗은 그의 얼굴을 보고서 나의 동공은 흔들렸다. 눈을 어디둬야 하지? 웃으면 큰 실례인가?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던 까닭은 그의 콧구멍이 휴지로 틀어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두 쪽 모두.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콧물이 많이 흘러 매일 같이 이렇게 일하고 있었단다. 파티스리 셰프가 밀가루 알레르기라니. 하필 바꾼 직업이 적성에도 맞고 성공도 가져다주었으나 콧구멍에 휴지까지 넣어줬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 

                콧물이 많이 나서 모두가 퇴근한 후 홀로 일하는 걸 즐긴다는 리오넬이 괜히 짠했다. 세상 쉬운 일은 없지. 그럼 그럼. 비밀을 공유하고 나서인지 한결 편해진 덕인지 크로와상 만드는 데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마스크는 다시 쓰고 말이다. 크로와상과 뺑 오 쇼콜라 (툴루즈에서는 쇼콜라띤이라고 불린다)은 대표적인 비오누와즈리(viennoiserie) 즉,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래했다. 밀가루 반죽에 버터를 넣어 여러 번 접고 밀기를 반복해 만든 반죽을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면 크로와상, 안에 초콜릿을 넣어 만들면 뺑 오 쇼콜라, 팔고 남은 크로와상과 뺑 오 쇼콜라를 시럽에 담궜다가 아몬드 크림을 얹어 크로와상 아몬드가 된다. 오스트리아에서 유래했지만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이자, 프랑스의 질좋은 버터와 밀가루가 없으면 만들기 힘든, 프랑스에서 발달할 수밖에 없는 빵이기도 하다.  

크로와상을 만드는 모습
뺑 오 쇼콜라 만드는 모습. 움칫움칫 힙합 음악같은 절도있는 장단!

                김밥을 말아 본 한국인이니까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리오넬에게 OK 허락을 받기 까진 몇 번의 시행 착오를 겪어야 했다. 내가 만든 크로와상 반죽을 풀어 다시 리오넬이 만들기를 반복하고서야 균형 잡힌 크로와상이 무엇인지를 알겠더라. 오른쪽 왼쪽 몇 미리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매서운 눈을 가진 리오넬이 쉐프로서 참 멋지게 느껴졌다. 알러지 탓에 혼자 일하는 걸 더 즐기는 모습이 살짤 외롭게도 느껴졌지만 말이다. 

                근무 후 매일 2시간의 크로와상 특별 수업을 받다보니 어느새 스타쥬 기간이 끝나가고, Cyprien도 3주간의 여름휴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9월... 과연 나는 Cyprien에서 견습생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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