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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매니아 Nov 29. 2021

1년이 아니라 2년

그것도 십 대들과?

  행정실 문을 두드렸다. 심각한 표정의 직원이 자기 맞은편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한다. 조리도구에 케이크 상자에 책가방에 몸에 지닌 짐이 많아 내려놓느라 또 한참이 걸렸다. 그 사이 내 머릿속에선 오만가지 생각이 뒤엉켰다.

 '계약서가 잘못됐다니, 간단히 수정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혹시 외국인이라 입학할 수 없는 거였나? 오늘 실습이 마지막인 줄 알았으면 선생님들한테 인사 좀 제대로 하고 올걸...'

 혹시라도 잘 못 들을까 눈을 크게 뜨고 직원을 바라봤다. 직원의 말은 이랬다.


 '툴루즈 교육청에 연락을 해봤는데, 유럽 밖 출신 학생은 자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해도 불어, 수학, 과학, 역사, 윤리, 체육, 영어 등 일반 교과들을 면제시켜줄 수 없어요. 한국의 고등학교 졸업학력으로 프랑스에서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은 받을 수 있어도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준하는 CAP 과정에서는 한국의 졸업장이 소용이 없다네요.'


'마담, 저는 학사 학위도 가지고 있고 현재 툴루즈 국립대학에서 불어 수업도 듣고 있어요. 이거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우리도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 하긴 한데, 방침이 이러하니 어쩔 수 없어요. Candidat libre로 자격증을 따로 준비하더라도 일반교과 시험도 준비해서 치러야 한대요. 그래서 말인데, 이 교과들까지 다 들으려면 1년이 아니라 2년 동안 다녀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업체와도 2년 동안 계약해야 하고요. 비유럽권 학생들에겐 모두 해당하는 일이라 모로코 유학생 한 명도 오늘 이 소식을 듣고 갔어요. 아, 그리고 성인반에서 일반반으로 바꿔야 해요.'


 '일반반이라면 십 대 학생들 반인 가요?'


'네, 원하면 그 모로코 학생이랑 같은 반에 넣어줄게요. 아이코 이런 그 반은 이미 다 찼네요...'


  성인반 학생들은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제과 관련 전문 교과 300시간만 들으면 돼서 1년 만에 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15~16세 학생들은 일반 교과들도 수강해야 돼서 800시간을 들어야 하니 2년이 소요된다. 유학생이 몇 년에 한 번 입학할까 말까 한 지방의 작은 학교라 학교 측에서도 이런 경우가 처음이란다. 처음 입학 상담을 할 때나 구직활동을 할 때 미리 알았더라면 중간에 반을 바꾸거나 계약서를 수정해야 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학교의 이런 답답한 행정처리에 화가 났다. 그리고 문제는 과연 생또방에서 나의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바꿔줄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 교육청에도 문의해보고 유학생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문의해보았다. 답은 같았다. 교육청에서도 '답답한 일이지만 우리 권한이 아니라...' 한국인 유학생들 모두 일반교과들을 수강해야만 했는데, 내용은 쉬우나 불어로 공부하는 거라 어려웠다는 답이 많았다. 미국인 셰프 제인에게도 물으니 이렇게 답이 왔다. 'It's not only you!' 비유럽권 출신인 그녀도 일반 교과들까지 수강했어야 했던 것이다. 어쨌든 불어가 금방 늘어서 좋은 장점도 있으나 왠지 억울하긴 했다. 1년만 해도 되는 성인들에 비해 2년을 일해야 하는 십 대를 더 선호했던 업체들의 입장을 잘 알기에 진작에 2년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면 더 쉽게 일을 구할 수도 있었을 테니 말이다.

    

 2년으로 계약 연장을 해야 한다는 장문의 문자를 셰프 아따나스에게 보냈다. 주말이라 답이 없다. 나는 또 초조해져만 갔다. 괜히 일하면서 실수한 것만 생각나고 외국인 노동자라 괜히 업체에도 부담이 되는 거 같아 심란하기만 하고... period d'esssai 기간인 30일 이후에 알았더라면 마음이 조금 편했을텐데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일요일 저녁... 답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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