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요즘
툴루즈의 겨울은 스산하다. 한국처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일은 드물지만 비가 매일같이 내리는 데다 러시아의 원유 공급 차단으로 인한 전기세 가스세 인상으로 실내 온도를 예전처럼 높이 올릴 수 없어 이번 겨울은 더더욱 추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찜질방은 둘째치고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드러누워 달콤한 귤을 손톱이 누레질 때까지 까먹고 싶다. 프랑스에서 맞이하는 3번째 겨울이라 그런지 한국의 겨울이 무척 그립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기 전 추위를 피해 툴루즈에서 1시간 30분 떨어진 작은 중세마을 Saint-Cirq lapopie에 다녀왔다. 파는 거라곤 키쉬와 크럼블, 사과파이 Pastis가 전부이지만 얼었던 몸을 녹여주는 달콤한 맛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인구 200명의 작은 마을이라도 그 마을의 전통과 그 지역성을 상징하는 음식과 디저트를 용케도 잘 살려내는 것 같다. 이 맛에 여행하는 것이지 암!
날씨가 추워진다는 건 곧 프랑스 최대의 명절이자 빵집이 제일 바쁜 노엘 즉, 크리스마스가 시작된다는 것을 뜻한다. 툴루즈 시내 곳곳 크리스마스 장식이 불을 밝혔다. 작년에는 마스크를 쓰고 백신 큐알코드를 보여줘야만 입장할 수 있었던 크리스마스 마켓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마치 코로나는 존재하지도 않는 듯한 분위기.
그리고 드디어 학교에서 CAP 시험 등록 절차를 시작했다. 실습시험을 포함해 봐야 하는 시험 과목만 10개. 실습시험 도중에 보는 기술 이론과 상업 Gestion까지 더하면 마음이 바쁘다 바빠. 그래도 불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이라고 한불-불한 종이 사전을 들고 시험장에 갈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시간 연장까지 되는 건 아니라 큰 도움은 되지 않겠지만 불어나 역사 시험에는 모르는 단어 뜻만 알아도 풀리는 게 많으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루카 이야기. 루카에게 특수교육 보조인력이 배정되어 루카가 특히 어려워하는 실습, 제과 이론, 영어 수업에 투입되게 되었다. 문제는 이 보조인력 선생님이 전형적인 프랑스인답게 말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 루카보다 오히려 본인이 수업에 참여하려는 의욕이 앞서서 수업 중간중간에 선생님께 질문을 많이 하고 그동안 루카는 휴대폰 게임에 열중이다. 어른이 한 명 더 있어서 그런지 수업 분위기는 조금 더 진지해졌지만 확실히 루카와 다른 학생들의 교류는 거의 차단되다시피 하다. 보조인력의 역할과 개입은 어느 정도까지 이루어져야 하는지 특수교육 현장에서 늘 고민되는 주제이다.
그리고 한 가지 근황을 덧붙이자면, 용기를 내어 툴루즈 시각장애인 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국가 공인 파티셰가 되면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제과 아뜰리에를 열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짬짬이 불어 점자 공부도 조금씩 시작했다. 이번 달 목표는 바노피 케이크 점자 레시피 완성하기! 특수교육과 파티셰의 길. 둘 다 가고 싶은 건 욕심이겠지만... :)
그리고 오늘 오후 사장님으로부터 면담 호출을 받았다. 과연 무슨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