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마지막 실기수업날이 찾아왔다.
2년이라는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흘러간다. 오늘 주제는 entremet와 pâte à choux를 평가하는 EP2의 모의시험이었다. 한주 일찍 모의시험을 치른 다른 반 학생들이 오페라를 만들었다는 소문을 들어 시험 전날 오페라 만드는 법을 찾아봐서 망정이었지, 실기수업이나 심지어 업장에서도 잘 다루지 않아 바로 접했으면 굉장히 당황할뻔했다. 오페라는 파리의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을 모티브로 탄생되었는데, 비스퀴 조콩드, 초콜릿 가나쉬, 크렘 오 버 카페(커피버터크림)를 주재료로 재료를 차곡차곡 균형 있게 올리고, 깔끔하게 데코레이션 하는 게 참 중요한, 클래식 중의 클래식한 케이크이다.
시험장에 들어가 자리 정돈과 도구 정리를 마치고서 시험지를 받았다. 시험지는 꽤 두꺼웠는데, 테크놀로지 이론문제와 실기 시험을 어떻게 진행할지 작업계획표를 작성하는 란, 마지막으로 재료 양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힌트가 적혀있었다. 힌트는 '아몬드 가루 600그람을 기준으로 한 비스퀴 조콩드를 생산하시오, 버터 200그람을 기준으로 한 슈반죽을 만드시오.'라는 식이다. 따라서 미리 어떤 재료가 어느 비율로 들어가는지 적힌 레시피북이 필수로 있어야 하고, 필요한 양이 그때그때마다 다르기 때문에 비율에 맞춰 계산하는 시간도 남겨두어야 한다. 이 모든 준비시간은 달랑 45분. 문제 하나를 읽고 답하는 데에도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나로서는 그야말로 '똥줄 타는' 시간이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작업계획표라도 달달달 외우거나 레시피북을 아주 세세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의 Organigramme de travail. 자신 있게 비스퀴 먼저 굽고 슈반죽은 조금 있다가 구워야지라고 계획을 했는데, 이게 웬걸, 모두 다 파리브레스트 슈반죽먼저 시작하는 게 아닌가? 당황했지만 나를 믿어보자 하고 비스퀴를 만들고 바로 슈반죽에 돌입했다. 슈반죽을 일반 오븐으로 굽는 건 무척 까다로워서 이번만큼은 교수님이 한꺼번에 온도 조절을 해주시기로 해서 내 계획만 고집해서 나중으로 미룰 수도 없는 일이었다. 순서가 뒤바뀌면서 먼저 하기로 한 버터크림도 나중으로 밀리게 되었다. 계획이란 원래 바꾸고 수정하라고 있는 것이지만, 나중에 왜 순서대로 하지 않았는지 이유도 잘 설명해야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간만에 한 초콜릿 데코레이션. 커버춰 초콜릿을 템퍼링을 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었다. 대리석 작업대 위에서 꽤 오래 초콜릿 온도를 낮추기 위한 tablage 작업을 했지만 온도를 떨어뜨리기가 참 쉽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시간부족으로 의무사항인 초콜릿으로 글쓰기조차 끝내지 못할까 봐 초콜릿 장식 만들기는 포기했다. 빵집에서 늘 하던 대로 칼에 뜨거운 열을 가해 케이크 틀에서 케이크만 깔끔하게 분리해 내고, 8조각으로 자르는 작업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교수님은 옆에 와서 나직이 손 떨지 말고 천천히 하라고 응원의 말을 건넸다. 스트레스는 없던 수전증도 생기게 한다. 그리고 초콜릿으로 글쓰기. 결과는... 처참했다. 특히 이 P가 얼마나 못생겼던지... 채점 시간에 교수님이 예시로 적어준 글씨에 비해 너무 못나보였다. 그리고 조각 케이크의 비스퀴가 수평이 맞지 않아 가운데는 볼록하고 끝에는 움푹 들어가 있는 점도 지적 받았다.
관대한 교수님껜 잘했다, 합격할거다 칭찬받았지만 흡족하진 않았던 마지막 작품들. 아쉽고 아쉬워라. 실전에서는 이렇게 종이에 미리 디자인을 구상해 보고 케이크 위해 적어봐야겠다. 교수님의 예시안. 마지막 브리핑... 진짜 마지막이라는 게 실감이 났던... 반 친구들의 작품들.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하다. 마티스의 먹음직스러운 파리 브레스트와 엘리시아의 초콜릿 글쓰기는 최고였다! 아직 배울게 한참 남았는데 그새 졸업이라니, 마음만 같아선 육아휴직 후 학교를 더 다니고도 싶다...
맨 첫 실습날 교수님 말도 못 알아듣고, 용어 하나하나가 어려워 진이 빠져서 무사히 졸업이나 할 수 있을까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2년 후 그새 이렇게 마지막 실습을 마치다니...
내일은 불어 & 영어 말하기 모의시험이 있는 날이다. 나이가 드니 외우는 게 제일 어렵다. 잠자기 전 한 문장이라도 더 보고 자야겠다. 하루가 참 길고도 짧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