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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Jul 13. 2021

요양원에서는 약을 써서 어르신을 계속 주무시게 한다?



 최근 오랜만에 만난 아는 분께서 하신 말씀이다.


"요양원에서 계속 난동을 피우는 노인을 데리고 있으려면 약을 써서 계속 누워있게 하는 게 편하지 않겠어?"


 치매환자의 어려움을 고려했을 때 남인 요양원에서는 피치 못할 선택이지 않겠냐는, 어찌 보면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렇게 힘들게 하는 사람을 돌보는 데에 있어서 선의에만 기댄다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요양시설에 대한 운영이나 감시시스템 입장이나 여러 가지 이해관계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단지 돌본다는 행위와 돌보는 사람과 환자와의 권력구조 만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양원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이유를 설명해 보겠다.


 첫째, 요양원에서는 약을 처방할 수 없다.

 요양원에는 병원과 달리 상주 의사가 없다. 따라서 요양원에서는 환자에게 임의로 약을 처방할 수 없다. 요양원에 입소한 환자에게 투약을 하려면 환자의 보호자가 병원을 방문해서 약을 처방받고 그 약을 요양원에 전달해 주어야 한다. 요양원의 직원이 병원을 동행하거나 약국에서 처방받은 약을 대리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건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애초에 보호자가 환자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불가능한 일이고, 설사 보호자의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병원과 모종의 협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요양원에 입소한 어르신을 편하게 돌보기 위해서 수면제를 많이 처방해서 계속 주무시게 한다는 것은 사실 도시괴담 같은 수준의 우려에 불과하다.


 둘째, 요양원이 굳이 그런 위험한 결정을 할 이유가 없다.

 계속 주무시게 하는 약을 함부로 환자에게 주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설사 요양원에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어떻게 수면제를 확보했다고 하자. 이미 불법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그런 일을 할 요양원은 별로 없으리라고 예상되지만, 그 수면제를 얼마나, 그리고 어떤 주기로 어르신에게 투여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르신들은 매우 다양한 약을 매일 드시는 경우가 태반이다. 따라서 의사가 아닌 사람이 단지 어르신을 돌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임의로 수면제를 어르신에게 드린다는 것은 정말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조금 냉정하게 보더라도 환자가 사망하는 것은 요양원에 하등의 도움이 될 것이 없다. 그런데, 불법적으로 수면제를 확보하고, 또 환자가 사망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그런 행위를, 단지 돌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한다는 것은 윤리의 문제를 떠나서도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셋째, 계속 주무시기만 하는 것이 꼭 돌보기 편한 것만은 아니다.

 얼핏 생각하면 누워만 있는 환자를 돌보는 것이 움직이는 환자보다 돌보기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요양원에 있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낮에 활동을 한다. 어찌 보면 입원환자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한다고 할 수도 있다. 와상환자가 되면 욕창예방을 위해 2시간마다 체위를 변경해주어야 한다(욕창의 발생은 명백한 요양원 과실의 증거이다). 당연히 노동강도가 높다. 차라리 움직이게 두는 것이 오히려 누워있는 사람을 돌보는 것보다 편한 경우가 많다. 누워있는 사람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보다 차라리 웃는 얼굴로 도와달라고 협조를 구하는 것이 더 낫다. 치매환자가 아무리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른다고 하더라도 하루 종일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치매환자도 지친다. 편하게 돌보기 위해서 어르신을 주무시게 한다는 것은 별로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넷째, 수면제로 주무시게 한다고 하더라도 계속 주무시게 할 수는 없다.

 수면제로 24시간 사람을 자게 한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어차피 목욕을 하거나 식사를 해야 할 땐 어차피 환자가 일어났을 때 수행해야 한다. 사실 요양원에서 치매환자와 실랑이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돌봄에 대한 거부 때문이다. 목욕에 대한 거부, 식사에 대한 거부, 혹은 외출을 하고 싶은데 못하게 하는 경우 등일 것이다. 이러한 돌봄의 거부 상황에서 어르신이 화를 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가장 갈등이 심각하고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수면제로 해결할 수 없다. 가장 힘든 상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인 것이다. 또한 길게 수면제를 활용한다면 아마 치매환자가 깨어나는 시간을 컨트롤하기도 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언제 깨어나서 이러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많은 문제를 감수하면서까지 할만한 선택이 아니다.


 그럼 요양원에서는 그렇게 난동을 부리는 치매환자를 어떻게 돌볼까?


 힘 빠지는 소리이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 가지로 할 수 없다. 다양한 방법으로 돌본다.


 크게 구분하자면 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활동을 수행하게끔 유도하거나 정 어려울 경우 단기적으로 병원의 입원을 권한다. 전자의 경우는 정말 개별 사례별로 무수히 많기에 설명하기가 어렵다. 요양원에서의 생활공간은 침대 위가 아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생각보다 시도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요양원에는 여러 생활공간이 있으며 그 공간에서 치매환자를 배회하게 한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렇게 요양원 공간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병원으로 가는 경우는 정신과에 입원하여 어르신이 조금 더 편안하게 생활하실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그렇게 안정이 되지 않고 지속적인 정신과적 문제행동이 나온다면 당연히 요양원이 아니라 병원에 입원하는 수밖에 없다. 즉, 일반인이 상상하는 극단적인 치매의 문제행동이 매일 수시간에 걸쳐서 지속된다면 요양원이 아니라 병원이 더 적합한 시설이다. 요양원은 생활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요양원은 더 편하게 살다 죽기 위해서 입소하는 곳이다. 치료받고 퇴소를 하는 시설이 아니다. 요양원에 입소하면 무언가 몸에다 주렁주렁 달고 침대에 누워있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잘못된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요양원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약물을 주입하여 사람을 얌전하게 만든다는 생각 역시 정말 허황된 생각이다. 그런 알 수 없는 마법의 약물 따위는 없다. 요양원은 필요악 같이 나쁘지만 어쩔 수 없는 시설이 아니라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렇게 걱정된다면 매일 찾아갈 수 있는 요양원으로 어르신을 모시면 된다. 매일 찾아갈 자신도 없으면서 집에서 모신다는 것은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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