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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아 Aug 06. 2021

국가가 노인을 책임지는 방법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


 그러면서 4대보험은 사실 5대보험이 되었다. 아직도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러분이 월급을 받으면 원천징수하는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 4대보험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그리고 2008년에 생긴 노인장기요양보험. 그래서 5대보험이 되었다. 하지만 뭐 예전부터 부르던 관성 때문에 그냥 4대보험이라고 부른다. 고지서도 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을 건강보험의 하위분류로 생각할 수 있지만 급여 명세서엔 대부분 별도로 표기한다. (급여명세서에서 떼는 것은 4개가 맞을 것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잉? 뭐가 하나 없다고? 산재보험은 사업주만 내니까 당신 명세서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었다는 의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이제 모든 우리나라의 국민은 본인이 노인이 되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 조금 극단적인 설명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회보험이란 게 원래 그런 거다. 어쨌거 이 놀라운 결정이 2008년도에 이루어졌다. 자 생각해 보자. 전 국민에게 돈을 더 걷는 엄청난 일이다. 그런데 왜 당신은 잘 몰랐을까?


 뭐 대단한 음모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일단 건강보험공단에서 일괄 관리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대로 건강보험료의 하위 항목쯤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험료가 얼마 되지 않았다. 초기에는 요율이 낮아 대게 천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얼마 안 되니까 그 차이를 크게 체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그렇게 모인 돈은 어디에 쓰이냐고? 당신이 나중에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시설이나,  방문요양서비스 같은 장기요양기관을 이용할 때 사용된다. 병원에 갔을 때 건강보험이 적용되어야 병원비를 적게 낸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같은 개념이다. 장기요양보험을 이용해야 장기요양기관을 이용할 때 이용료가 저렴해진다. 즉 장기요양보험제도 덕분에 노인을 돌보는 시설을 이용할 때 우리는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국민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이용할 것이라고 가정했다는 뜻이다. 더 쉽게 이야기하자면 대부분의 국민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요양원에 입소하거나 재가요양 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란 말이다. 전 국민에게 돈을 걷고 있으니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 만일 당신이 나는 죽어도 요양원엔 안 갈 것이라고 한다면, 당신은 돈을 내놓고도 그 혜택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건강보험료 열심히 내고 병원 안 가겠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도 언젠가는 요양원에 서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빨리 받아들이길 바란다.)


 이러한 엄청난 결정을 2008년도에 이뤄냈다는 것이 다시 돌아보면 참 놀랍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가 그만큼 심각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구 통계를 보면 얼마나 '절망적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인구는 잘 변화하지 않는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는 아주 정확한 지표이다. 그 지표가 아주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사회는 너무 많은 노인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돌보는 데에 아주 큰 어려우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반드시 만들어졌어야 하는 제도이긴 했다.


 여러 가지 논란이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잘 만들어진 제도라고 생각한다. 이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과 일본의 제도가 시행되며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좋은 부분을 반영하였다. 또한 거의 매년 관련 법을 다시 정비할 만큼 열심히 수정 보완하고 있다. 그래서 사실 우리나라의 노인 돌봄 분야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제도가 모든 노인들의 돌봄을 100% 책임지지는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실제적인 도움은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알아두자. 그럼 조금은 노인 돌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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