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만성 우울증 환자입니다.

만성 우울증, 공황장애 환자의 고백

by 도은

저는 만성 우울증 환자입니다. 우울증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건 회사를 다니고 5년 정도 지난 뒤였을까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야근, 밤샘이 계속되었고 친한 사이였던 상사의 팀 내 이간질로 인해 저의 1년은 지옥 같았습니다. 매일 집에 와서 울기 직전이었고 회사에 가는 발걸음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것과 같았습니다. 좀 심해질 땐 갑자기 아프다며 회사에 못 가겠다고 휴가를 쓴 적도 몇 번 있었죠. 정말 죽을 것 같았습니다.


하루는 회사 문제로 남편과 크게 싸우고 남편은 그제야 엄청 놀라더라고요. 마치 제가 아닌 다른 사람 같았다면서 지금도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저는 마음이 망가졌고 급기야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공황발작 증세를 일으키는 공황장애가 그때 찾아온 것 같습니다. 공황장애란 말도 생소하고 그 증상이 공황장애라는 사실을 몰랐던 저는 치료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이겨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더라면 이렇게 심해지지 않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후회가 들기도 합니다. 회사 동료의 결혼식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가면 식은땀과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저는 급기야 정신이 혼미해지는 그런 상황까지 갔었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그 많은 행사를 쫓아다니며 이겨내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련하다 싶습니다. 본래 천성이 그랬던 건지도요.


1년 뒤 저는 자진하여 다른 팀으로 이동을 했고 증상은 좀 나아지는 듯싶었습니다. 그러나 제 때 우울증 치료를 받지 못한 이유였을까요. 저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고 항상 밝고 용기 있던 모습에서 위축되고 우울한 사람으로 변모해 있었습니다. 제 마음은 그대로 곪아버렸던 것이지요. 그 뒤로도 회사의 높은 직급의 사람이 저를 대놓고 비난하는 사건이 있었고 저는 회사를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부모님이 자랑스러워했던, 남편이 자랑스러워했던 안정적인 회사. 이 타이틀을 놓치는 건 저를 실패자로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꾸역꾸역 또 참아가며 회사를 다녔습니다. 마음이 엉망진창인 채로 화병은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항상 심장박동은 기본 100 이상, 가슴에는 돌덩이가 얹혀있는 채로 회사를 다녔습니다.


그렇게 2년 뒤 저는 지칠 대로 지쳐서 결국 휴직을 하게 됩니다. 그때의 저는 매일 “죽고 싶다”, ”그냥 이대로 자다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말을 항상 자기 전에 베개를 적시며 매일같이 내뱉곤 했습니다. 중증 우울증으로 번진 것이죠. 사는 게 지옥이다. 이런 생각을 항상 하면서 살았습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권유로 결국 퇴사가 아닌 휴직을 선택했고 1년간 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회사를 안 가니 증상이 완화되는 듯싶었으나 치료를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하게도 우울증이 또 심해졌고 저는 이게 우울증이라는 자각과 함께 드디어 처음으로 우울증 치료를 시작합니다. 많이 늦었죠. 우울증 발병 후 3년 뒤에 치료를 하다니 말입니다. 아마 저 같은 분들이 많으시리라 믿어요. 우울증은 병이라는 인식이 그 당시에는 많지 않았으니까요. 병원의 진단은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 저는 병원에 가면 갖은 눈물을 다 쏟아내며 그때부터 치료에 전념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운동과 치료를 병행하여 상황이 많이 호전되었고, 다시 회사에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복직한 후 처음 1년 간은 좋았습니다. 우울증도 모두 치료가 된 것 같았죠. 그런데 그다음 1년, 제가 승진 대상자로 되면서 발단이 되었을까요. 사실 저는 승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축에 속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제가 실제로 원치도 않은 욕망을 타인에 의해 가졌었고 제 스스로를 그렇게 져버렸던 것 같습니다. 그 1년간 정말 많이 괴로웠고 회사와 저에 대해서 많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저는 이때 다시 심한 우울증이 재발했습니다. 매일이 지옥 같았고 회사에서 지내는 모든 시간 동안 가슴에는 돌덩이를 얹고 살았습니다.


1년 간 저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남편은 결국 퇴사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서서히 퇴사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에 신청했던 이동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결국 11년간 일하던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회사를 퇴사한 후 적어도 저는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자 우울증 증세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가슴 두근대는 현상과 화병 증세, 공황장애 증상은 많이 완화되었어요. 그런데 결론적으로 저는 주기적으로 우울증이 또다시 조짐이 보이는 그런 만성 우울증 환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이제는 양약에만 의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울증은 절대 양약에 의지해서 극복되는 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극적으로 공부하고 실천해야만 이겨낼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부하고 글을 쓰면서 저를 돌아보고, 저의 행복한 삶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그리고 또 저와 같이 우울증을 겪는 다른 분들의 이야기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고통을 나누면 반이 되잖아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우울증 같이 극복하고 행복해지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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