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걸린 일본 정신과 의사의 우울증 치료기

약으로 고칠 수 없는 우울증, <고마워 우울증>이라는 책을 읽고

by 도은


내 생각에 첫 나의 우울증 발병은 고등학교 1학년 류머티즘에 걸리고 난 뒤부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그 뒤로 회사 입사 후 5년 뒤부터 지금까지 쭉 우울증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해 세 번째 재발. 우울증에 대해 공부해 보려고 우울증이란 키워드로 검색해서 나오는 책들 중 눈에 띈 것은 일본의 한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인 <고마워 우울증>. 자신이 우울증에 걸려서 일부러 정신과를 택했다는 이 일본 의사는 우울증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맙다고? 미친 거 아냐? 난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내가 얼마나 우울증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데 고맙다니. 대체 뭣 때문에 고맙다는 건지 궁금증이 먼저 들었다.


저자 자신도 우울증에 빠져 7년을 약을 복용했고 환자를 오랜 기간 진료하고 치료했지만 우울증을 결국 약으로 치료를 못 했다는 이야기. 약이 아닌 내 사고방식을 고치고 환경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고쳐야 우울증이 고쳐진다는 이야기였다. ‘치료’와 ‘건강’은 별개라는 것이다. 의사는 진단과 약을 통해 치료를 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건강하도록 생활습관을 고쳐야 건강이 ‘유지’가 된다는 것이다.


괴로운데 최선을 다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다.’ 딱 나에게 어울렸던 한 마디. 회사생활 11년 간 최선을 다해 버텼더니 몸과 마음이 모두 망가져버린 나. 그럼 어떡하란 말이지? 괴롭지 않은 걸 하라는 이야기인가? 성실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 우울증에 잘 걸린다. 맞다. 난 어렸을 때부터 무지하게 성실했다.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로는 덜 성실하려고 노력하기까지 했으니까. 그 결과는 우울증 n년차. 이럴 땐 쉬라고 저자는 말한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쉬라는 신호. 쉬어도 괜찮다.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조금 쉬어도 괜찮다. 결국 너무 최선을 다하지 말고 우울증에 걸리면 쉬라는 이야기다. ”쉬어도 괜찮아“라는 말을 나 자신에게 쉼 없이 하자. ‘왜 남들처럼 일하지 않고 우울증에 걸려서 한심하게 쉬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접어서 쓰레기통에 버려버리자. 지금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성실하게 산 보상으로 나에게 쉼을 주자. 격하게 쉬어야 남은 나의 인생을 윤택하게 보낼 수 있다고 자부한다. 쉬는 동안에는 내가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으로 쓰자. 그리고 조금씩 그것을 실천해보다 보면 언젠가는 또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 할 수 없는 일에서 오는 불안을 계속 안고 있으면 계속 힘들어지기만 할 뿐이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결국은 지속할 수 없고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린다. 나도 처절하게 경험했고 100% 공감하는 말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이런 하고 싶지 않은 일,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고민을 아무리 해도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저 머리가 더 복잡해지기만 할 뿐. 이럴 땐 그저 쉼, 쉼만이 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나를 돌봐줘”라는 신호라고.


무작정 쉴 수는 없는 사람들을 위한 해답도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건 아닌지 반문해 보고 그렇다면 그냥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ok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라는 것. 집착을 버리라는 것이다. 나도 쉬기 전까지는 이런 생각으로 임해 보기도 했지만 회사라는 곳은 알지 않나, 가만히 놔두지 않는 조직이라는 것을. 결국은 회사 내에서 저런 식으로 임했다가는 도태되고 구성원들의 질타와 무시를 받게 된다. 언제까지나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결국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자기 긍정 마인드가 적은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나는 언제부턴가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너무 적어져서 내가 무언가를 시작할 때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먼저 들게 됐다. 나 자신을 괴롭히는 잠재의식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100% 믿는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자기 긍정 마인드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이지? 자존감이 많이 하락한 나로서는 아직 숙제로 남아있는 주제이다.


부모와의 관계를 돌아보라. 저자도 부모에게 공부, 사회적인 성공을 강요받았듯이 나 또한 적잖은 강요를 받았다. 결국 그것이 자기부정의 잠재의식을 갖게 한 것이라고 한다. 성장기에 내 속에서 싹튼 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잠재의식.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정작 10년 뒤, 20년 뒤에 그 잠재의식에 의해 내가 무너져버리고 잠식당해 버린다. 나는 그 무서움을 안다. 성장기에 부모의 역할이 아이의 인생 전반에 걸쳐서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아이를 낳고 방치하고 자신의 사고방식을 강요하지 않으리라.


책에 내가 나를 싫어하는 이유란 문장이 있었다. 나는 요즘 자기혐오에 심하게 빠져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그 누가 나를 사랑해 줄까. 왜 난 자기혐오에 빠지게 돼버린 걸까. 의사인 저자도 어렸을 때 엄마에 의해 공부를 못하거나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으면 무능하다는 잠재의식이 생겨났다. 나 또한 그렇다. 나는 이전보다 현저하게 낮은 임금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돈에 인색하신 분이었다. 그 때문에 돈을 많이 벌지 않는 나는 무능하다는 잠재의식에 사로잡힌 것 같다. 하물며 의사인 저자도 청소년기 때 생긴 잠재의식 때문에 자신을 무능하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실제로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는 그 사람의 자존감과 크게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 물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단 10원을 벌더라도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게 바로 지금 나한테 절실히 필요한 의식이다. 책에서는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고 한다. 그래, 돈을 못 버는 나도 나니까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자. 이렇게 억지로라도 마음을 먹어야 한다. 머릿속에 새겨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알려준 즐겁게 일하는 방법은 괜찮은 방법 같다. 그 일을 하는 이유를 ‘나를 위해서’로 바꾸는 것이다. 회사를 위해서, 상사를 위해서를 지워버리고 나를 위해서 어떤 일을 한다 라는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보통 일이 괴로운 이유는 일의 목표가 나를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맞는 것 같다. 회사를 위해 일하고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는 대가로 나는 돈을 받는다고 생각했고 그 돈이 하는 일에 비해 적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일은 원래 힘든 것’이란 생각을 버리고 즐겁게 일하라는 것이 저자의 핵심 포인트이다. 난 현재 나를 위해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므로 어느 정도 해결책에 부합한 것 같다.


나는 내 인생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아마 한국에선 거의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랬지만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치여 사회적 기대에 부응해야만 하는, 남의 기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확답. 그것이 필요한 것이다. 행복의 비결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난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인생을 탐험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내 인생을 즐기고 있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자가 우울증에게 고맙다고 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우울증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는 것. 삶의 방식을 바꿀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일단 하기 싫은 일을 중단하고 하고 싶은 일로 하루를 조금씩 채워보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그러면 우울증은 서서히 없어질 것이라고. 지금의 나는 어떤지 돌아보면 나는 기존의 직장을 그만두고 완전히 새로운 직업으로 전향했다. 면접을 보고 출근을 한 지 2주가 되었는데 2주 동안 극심한 우울증 증세가 다시 도졌다. 아직 일은 손에 익지도 않았고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어렵다. 왜냐하면 내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일이었고 지금 도전 중이니까. 아직은 포기하기 어렵고 조금 더 다녀보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가치관에서 벗어나 내가 가장 편안한 상태로 있어라. 이건 정말 어렵지만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앞으로의 인생 방향이다. 남들의 이야기 따위는 나랑은 상관이 없다. 내가 행복하고 내가 편안한 상태로 있어야 내가 주체가 되는 삶이 되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세상과 단절할 각오를 가지고 독하게 나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 나에게 솔직한 삶을 살자. 인생에 정답은 없다. 괴로운 곳에서 굳이 참고 있을 필요는 없다. 편안한 장소에서 좀 더 나 자신을 보호하자.


흔히 우울증 상태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미루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도 그렇게 들어왔었고 책에서 저자도 군 병원에 재직시절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국 우울증은 중요한 결단을 내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내가 회사로 인해 우울증이 와서 퇴직 결정을 내리고 우울증 증세가 많이 호전이 됐듯이 우울증이 오히려 나에게 좋은 결정을 내리게 하는 기회가 된 것이다.


내가 책을 읽고 실천할 것은 딱 세 가지이다. 첫 번째, 나를 전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고 내가 나의 제1의 팬이 되어야 한다. 두 번째,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시도해 보는 것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좋아하는 느낌, 충족감을 느끼는 일을 찾아서 조금씩 해보는 것이다. 세 번째, 내 미래의 모습,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에 대해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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