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위로받는다는 것

나카시마 미카의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by 도은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괭이갈매기가 부둣가에서 울었기 때문이야

물결에 밀려오는대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과거도 쪼아먹고 날아가다오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생일에 살구꽃이 피었기 때문이야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빛에 얕은 잠에 들면, 죽은 곤충과 함께 흙이 될 수 있을까?

박하사탕, 항구의 등대, 녹슨 아치형 다리, 버려진 자전거

나무로 지어진 역의 난로 앞에서 어디로도 떠날 수 없는 마음

오늘은 마치 어제와 같아. 내일을 바꾸려면 오늘을 바꾸어야 해

알고 있어,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마음이 텅 비어 버렸기 때문이야

채워지지 않는다며 울고 있는 것은 분명 채워지고 싶다고 바라기 때문이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신발끈이 풀렸기 때문이야

고쳐 매는 건 서툴단 말이야,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소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야

침대 위에 엎드려서 조아리고 있어, 그 날의 나에게 미안하다며

컴퓨터의 희미한 빛, 윗방의 사람 사는 소리들

인터폰의 차임벨 소리, 귀를 틀어막는 새장 속의 소년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는, 다다미 여섯 장의 단칸방의 돈키호테

어차피 그 끝은 추할 뿐이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차가운 사람이라고 불렸기 때문이야

사랑받고 싶다며 울고 있는 것은 사람의 따스함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네가 아름답게 웃고 있어서야

죽는 일에만 얽매이는 것은

분명 살아가는 것에 너무 진지하기 때문이야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 아직 너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야

너 같은 사람이 태어난 세상을 조금은 좋아하게 됐어

너 같은 사람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조금은 기대해 볼게.




우연히 보게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카시마 미카라는 일본 가수가 나왔다. 제목은 어쩌면 살벌할 수 있는 <내가 죽으려고 생각한 것은>이라는 노래.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는 외모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막으로 나오는 한글 가사는 내 마음에 콕콕 박혔다. 가수는 온 몸으로 온 힘을 다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나에게 처절하게 소리치는 느낌이었다. 나도 너처럼 힘든 시간이 있었고 너를 이해 한다고.


사실 나는 노래를 잘 듣지 않는다. 가사가 있는 노래는 더더욱. 재즈나 가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 가수의 노래를 자주 듣는 편이다. 그런데 생애 처음으로 노래로 내가 위로받는 기분을 느꼈다.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힘을 낸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나는 삶에 너무나도 진지한 편이었다. 내 삶은 완벽해야 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 하고 남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죽음을 생각했다.


조금씩 나는 알을 깨고 나왔던 것 같다. 고통스러웠던 삶은 오히려 나를 정신차리라고 잡고 흔들어댔다. 정말로 힘들었지만 나는 아니다, 버텨야한다고 알을 깨고 나오려는 나를 억지로 집어 넣고 테이프로 봉해버렸다. 그건 날 더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너무 이성적이고 바쁘고 물질적인 삶을 살았다. 실제의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내 자신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었다. 그건 사회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느정도 나를 똑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넌 잘 하고 있어.” “나는 널 사랑해.” “넌 잘 할 수 있어.” 라고 되뇌인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내 본 모습이 흐려진다.


어쩌면 20년 이상 내가 내 본 모습을 자각하지 못하고 살았을 것이다. 자각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여유없는 삶을 살았다. 이제는 모든 것을 여유있게 부유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 방향성만 맞다면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죽기 전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리라.


남편을 만난 것은 나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다. 자꾸 남편 이야기를 하는 건 남편이 없었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거나 산속에 들어가 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 소중한 존재이고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남편이 없었다면 이 암흑과 같은 우울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울증은 주변의 도움 없이는 이겨내기 힘든 병이다. 그만큼 혹독하고 외로운 싸움이다. 나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복받은 사람이다. 만약 나 혼자 오롯이 우울증을 감당해야 했다면 그 고통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다.


일본 가수가 나에게 처절하게 외친 것처럼 너무 진지하지 않게 삶에 임하기로 했다. 그냥 부유하는 삶을 살아도 좋다. 그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하며 좋은 느낌을 가지고 살면 된다. 그러면 족하다. 그러면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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