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난치성 질환에 걸린 이야기

우울증과 어린 시절 트라우마의 관계

by 도은

오늘은 제 어린 시절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보통 우울증이 걸리게 되면 어렸을 때 부모에게 받았던 상처가 깊이 잠식해 있다가 수면 위로 둥둥 떠오르게 됩니다.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의 트라우마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으로 부모님에 대한 원망으로 번지게 되기도 합니다. 저 또한 그런 케이스였습니다.


어렸을 적 저희 엄마는 몸과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자주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에 대한 세심한 케어를 해주지 못하셨던 것 같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로는 제가 초등학생 때 열이 40도가 넘어 혼자 끙끙 앓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보통 초등학생이 아프면 부모가 병원을 데려가기 마련인데 저는 제 스스로 병원에 가 진찰을 받고 약을 타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기억이 많지 않은데 이 기억만큼은 뚜렷이 남아있어요. 그만큼 제가 이 부분에 대해 상처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지나면서는 공부에 대한 강요를 많이 받았습니다. 제가 욕심도 많았고 성적도 좋았기 때문에 엄마는 저에게 공부 강요를 많이 하셨어요. 공부를 안 하면 많이 맞았고 좋은 성적에 대한 압박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강요와 압박 속에서 항상 1등, 좋은 성적이라는 목표를 안고 완벽주의적 성격으로 자라났습다.


아빠는 저에게 무심하신 편이었습니다. 하루는 저를 괴롭혔던 남자아이를 마주쳤을 때 어린 마음에 아빠에게 말했는데 그냥 지나치셨어요. 저는 그게 큰 상처로 남았었는지 그 장면이 종종 생각이 나곤 합니다. 아빠는 제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저는 어렸지만 그 순간 엄청 서운함을 느꼈습니다. 그 뒤로도 아빠는 도통 나에게 무심한 사람으로 생각이 되곤 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부모님의 전폭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자랐다고는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그저 그런 부모로서의 도리는 했지만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부모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지만 저는 그렇게 느꼈다기 보단 무심함과 강요, 압박받는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까요. 한 때는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부모님을 이해하는 쪽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님도 부모가 처음이었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일부러 멀리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자취 생활을 일찍 시작했어요. 일종의 해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성장 환경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난치성 질환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무시무시한 병이었습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라는 온몸의 관절이 아프고 변형되는 병이었습니다. 아침에 학교 가기 전 머리를 묵기 위해 팔을 올렸는데 어깨가 찢어질 듯한 고통 때문에 아침부터 눈물을 삼켰던 기억이 나네요. 그 병 때문에 저는 고통스러운 고등학교 3년을 보냈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지 하늘을 원망했던 적도 많았죠. 좋았던 성적도 뚝뚝 떨어져서 겨우 인서울 대학에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쳤습니다. 많이 좌절했고 또 모든 것을 원망했습니다.


그 병이 저의 가슴속 깊이 우울감을 심어주었던 것 같아요. 병은 저를 정말 무기력하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제가 이 때로 돌아간다면 1년 정도는 휴학을 하고 치료에 전념할 것 같습니다. 부모님 곁을 떠나왔기도 했고 병에 대해 무지했던 저는 그저 버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온몸의 관절이 파괴되고 있었죠. 병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런 성장 배경 때문인지 저는 굉장히 독립적인 성격으로 자랐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엄마의 돈에 대한 잔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쉬지 않고 알바를 하고 학점을 4.5점 만점에 4.45점으로 졸업할 정도로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학금을 탔으니까요. 절대 부모님에게 손 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아픈 것을 참는 데에 익숙하고 힘든 걸 오롯이 혼자 견뎌내려고 하는 편입니다.


우울증에 심하게 걸렸을 때 저는 부모님에게 서운함을 토로해던 적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저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하셨고 그 뒤로는 저도 부모님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모도 사람이니까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모든 부모가 완벽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부모님을 용서하는 마음에서부터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마음이 다친 분들은 10년, 20년 뒤 우울증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우울증 공부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저와 같은 성장 환경을 겪으신 우울증 환자분이 계시다면 부모님과 허심탄회하게 한 번쯤은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부모님을 용서하는 마음을 가져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처음부터 완벽히 좋아질 수는 없으나 차츰 좋아지실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울증을 고치기 위한 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