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자판기

옛날 자판기와 추억

by 도은


출근을 하다 무심코 지나가는 커피자판기에 오늘따라 눈길이 간다. 요즘 흔한 카드 결제도 무슨무슨 페이도 안 되는 동전과 천 원짜리 지폐만 가능한 자판기이다.


예전엔 밀크커피, 설탕커피, 블랙커피 이렇게 세 개에 우유, 코코아, 율무차 정도였던 것 같은데, 커피의 민족답게 자판기 커피에도 다양한 메뉴가 추가되었다.


어렸을 적 100원으로 달달한 우유나 율무차, 어떤 날은 코코아를 뽑아서 홀짝홀짝 마셨던 기억이 있다. 작고 소중한 추억. 달달하고 따뜻한 우유가 어찌나 맛있었던지 그 한잔으로 행복감을 느꼈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메뉴인 데다 가격은 500원이라니. 고작 30년 정도 흘렀을 뿐인데 세상이 많이 변했다.


자판기 관리자 성함을 보니 우리 할머니 이름과 같은 이름을 가지신 분이다. 김 순자 덕자. 우리 친할머니 김순덕. 항상 명절에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손수 빚은 만두와 수수부꾸미를 지져 주셨다. 정말 맛있었는데. 갑자기 할머니가 보고 싶다.


할머니는 내가 가면 항상 “누구 왔어~?” 하고 반갑게 맞아주셨다. 기쁨을 숨기지 않으셨다. 내가 취업을 하고 할머니와 우리 가족이 마지막으로 떠났던 영월 여행이 생각난다. 할머니는 많이 노쇄하셨었고 마지막은 병원에서 지내시다 가셨다. 그래도 할머니의 마지막을 볼 수 있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 하늘에서 잘 계시죠?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거의 울 뻔했다. 참자 참자 지하철에서 울면 미친 사람인 줄 알아.


흔한 자판기 하나로 옛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옛 것의 소중함, 추억. 어쩌면 그것을 원동력으로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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