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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두시 Jul 09. 2019

결국, 독서가 답이다

해외 생활을 버티게 해 준 힘

조금 있으면 아이의 여름 방학이 시작되어 잠시 한국에 갈 예정이다.

한국에 가는 게 나에게 반가움보다는 부담감이 더 큰데 그것은 누군가의 고통을 간접적으로 겪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10년 넘게 파킨슨병을 앓으셨다. 영국에 오기 전까지 어머니 다음으로 우리 가족 중에서 아버지의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으로서, 다시 아버지를 대면하는 게 쉽지 않다. 남의 도움 없이 아무것도 본인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아버지를 보면 안타깝고 슬프고, 그런 아버지를 곁에서 계속 돌봐야 해서 자유롭지 못한 어머니를 보면 고통스럽다.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면 그 고통은 온 가족에게 전이된다. 나는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기에 그런 상황 때문에 다시 우울해지고 싶지 않다는 이기적인 생각이 앞선다. 요즘 어머니도 이전과는 달리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내게 자주 연락을 하셔서 두 분 다 모두 걱정이 되고 마음이 복잡하던 와중에, 이제 한국에 가서 그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려고 해도 기운이 가라앉는 요즘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놓았던 책을 다시 잡았다. 삼성 휴대폰 연구원이었던 김병완 씨가 11년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3년 동안 도서관에서 12시간씩 수천 권의 책을 읽으며 경험한 일을 책으로 엮은 <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이다. 그는 3년 동안 책을 읽은 후 자연스러운 이끌림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 글쓰기에 미쳐서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3권의 책을 출판했다. 그가 주장하는 것은 독서가 사람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사람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의 고달픔이나 시련을 맞이할 때는 보통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 대화로써 해소하거나 여행이나 쇼핑같이 기분 전환되는 외적인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독서나 예술 감상 및 창작활동 등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내적 성찰을 통해 해답을 찾기도 한다. 나에게는 후자가 잘 맞는 것 같다.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의 저자처럼 나도 과거에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면서 나의 내면을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고, 육아로 인해 지친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책이 쌓여있는 비밀스럽고 고요한 공간이 내게는 평온한 안식처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외로움과 고독감을 밀어내려고 할 때마다 한국의 전자책을 보거나 공연이나 전시회를 보러 갔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독서를 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일이기에 독서를 주로 하게 되었다. 책을 통해 용기를 얻고 위로도 받았으며, 책은 내가 새로운 도전을 할 때도 내 등을 떠밀어 주며 격려해주었다. 책은 누군가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을 엿보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내 이야기를 대신해주는 것 같다.

아무튼 <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라는 책을 접하면서 다시 독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사실 나에게 책은 나의 영국 생활을 버티게 해 준 든든 버팀목이라고 할 정도로 고마운 존재이다. 아직 이 책의 저자처럼 무언가에 미칠 정도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을 찾은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독서는 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었다. 어지러운 마음과 걱정이 나를 지배하지 않게 독서라는 둑을 계속 쌓아서, 나의 내면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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