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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두시 Jul 17. 2019

너를 응원해

6살 아들이 지난겨울에 난생처음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보더니 무척 좋아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실내 아이스링크인 그곳에서는 아이스 스케이팅 레슨도 하길래, 이후 아이는 레슨을 다녔다.

레벨 1부터 시작하여 어느덧 레벨 3이 되어, 지난 주말에 레벨 3을 마무리하는 테스트를 받았다.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해야 다음 레벨로 올라갈 수 있는데, 레벨 1과 2와는 달리 레벨 3 과정은 좀 더 고난위의 기술을 요아이의 실력이 들쑥날쑥했다. 레벨 3 수업을 듣던 어느 날 다른 레벨 학생이 넘어져 손에 상처를 입은 걸 본 이후에, 아이는 얼음판 위에서 더욱 조심스러웠고 넘어질까 봐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조심스러운 성격의 아이가 아이스링크 위에서 안전하게만 타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는 스케이트 레슨을 가기 전에 넘어질까 봐 좀 무섭다, 가기 싫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아이가 그런 상황을 목격하지 않았다면 더욱 자신 있게 스케이트를 타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아이의 레슨 과정을 지켜보며 아이가 레벨 3 테스트를 무사히 통과할지 확신이 없었다. 레벨 테스트를 보러 가기 전에 아이에게 혹시라도 테스트를 통과 못해도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라, 넘어질까 겁내지 말고 즐겁게 스케이트를 탔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아이를 아이스 링크로 보냈다.

 

나와 남편은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아이를 지켜보았다. 5명씩 두 그룹으로 나뉘어서 지금까지 배웠던 동작을 하나씩 해보았는데, 아이의 스케이팅이 어느 동작에서는 영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레슨 후반에 우리 아들은 갑자기 다른 그룹으로 이동했다. 아들이 원래 있던 그룹 아이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쪽지를 하나씩 받았다. 그리고 아들이 새로 합류한 그룹의 아이들은 아들을 포함해 6명 모두 쪽지를 받지 못했다.  그 쪽지를 받은 아이들은 테스트를 통과하여 레벨 3 수료증을 받게 될 거라는 걸 예감하자, 나는 사실 많이 아쉽고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아이에게 더 큰 속상함과 좌절감을 주지 않기 위해 우리는 실망감을 숨기려고 애썼다. 아이스링크를 떠나 우리 곁으로 온 아이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우리는 아이를 포근히 안아주었다. 남편은 선생님 판단을 존중한다며 지금 레벨 4로 올라가면 더 어려운 걸 배울 것이기에 레벨 3을 제대로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는 아이에게 너는 수료증을 받는 그룹에 있다가 안타깝게 떨어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다음에 스케이트를 탈 때 넘어질까 겁내지 않고 자신 있게 하면 된다고 격려해주며 다시 꼭 안아주었다. 아이는 잠시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닦아내기를 몇 번 하더니 울음을 그쳤다. 나는 레벨 3을 다시 배울 수 있는지 여기서 그만하고 싶은지 아이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이는 다행히 레벨 3을 다시 배우겠다고 얘기했다. 나는 아들한테 씩씩하다고 칭찬해주었다.


아이는 이번 테스트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좌절감과 실망감을 이기는 법을 배우는 듯했다. 그래서 아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느껴지면서 이렇게 아이가 성장을 하는구나 깨달았다. 우리가 부모로서 아이의 실패에 대해 비난하지 않고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줬기 때문인지, 핫쵸콜렛과 진저브레드 비스킷 때문이었는지, 아이는 금세 기분을 회복했다.

아이는 아이스 스케이팅 레벨 테스트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살면서 더 많은 시험과 역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부모로서 아이가 어려움과 좌절감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고 격려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나중에 언젠가 아이는 깨달을 것이다. 자신을 응원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자기 자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줘야 할 사람은 엄마 아빠가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내가 뒤늦게 깨달은 이 사실을 아이도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머릿속에 나쁜 목소리가 나를 의심하고 비난하고 작게 만들 때가 종종 있는데, 아이를 통해 또 이렇게 배우게 된다. 쓸데없는 소음을 뒤로하고 나 자신을 다시 응원해줘야겠다.

 ' 잘하고 있으니 겁내지 마, 넌 할 수 있어! 너 자신을 믿으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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