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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두시 Feb 25. 2019

 작가 한강과 함께 작업한 영국 예술가

 Katie  Paterson의 전시회


런던은 지난주에 계속 해가 났고 날도 꽤 포근했다.

눈부신 햇살과 따뜻한 온도 때문에 벌써 5월이 된듯한 느낌이었다.

아이를 픽업하러 갈 때 길을 걷다 보면,

향긋한 꽃내음이 나서 봄이 오나보다 싶더니 곳곳에 꽃망울이 올라와 있었다.    


날씨가 너무 좋아 Margate(마게이트) 바닷가에 가면 좋을 것 같아 뒤늦게 차를  타고 나섰다.

바닷가에서 아들이 좋아하는 모래놀이도 하고,

Turner Contemporary  갤러리에서 보고 싶은 전시도 보기로 했다.

주말이라 차도 막히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뒤늦게 도착해 전시를 여유 있게 보지 못해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Turner Contemporary  갤러리에서 열린 <A place that exists only in moonlight> 전시회는 영국 비주얼 아티스트 Katie  Paterson과 영국 국민 풍경화가 JW터너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 자리이다.


Katie Paterson은 NASA와  함께 작업을 하며 국제 우주정거장에 자신의 창작물을 보내기도 하고,

아이슬란드 빙하가 침식하며 녹는  소리를 녹음하여 사운드 스케이프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

100년 동안 진행될 그녀의 Future  library Project에 우리나라 작가 한강도 선정되어 자신의 글을 헌정했다.

2114년에 100년 동안  선정된 100명의 작가들의 글을 묶은 문집이 출간될 예정이다.  

가디언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도서관이라고 표현했는데,

100명의 작가들의 미출간 된 문헌이 100년 후에나 독자들에게 읽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Katie Paterson이 이런  흥미로운 작업들을 많이 하는 예술가라서 이번 전시가 무척 기대됐다.

어떤 이들은 먹고살기도 힘든 마당에  무슨 이런 엉뚱한 짓이냐 하며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예술가는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엉뚱한 아이디어도 실행에 옮기고,

그를 통해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도와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Katie  Paterson은 내가 정의하는 예술가의 범주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이번 전시는 천천히 음미하며 보지는  못했지만 인상적이었던 "The Dying Star letters"...

별의 죽음을 알리는 150여 장의 편지  중 20개 정도가 갤러리 벽면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 간결한 부고 편지는 나의 감성을  두드리며 내게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별의 죽음을 애도하는 동시에 우주에서  인간이라는 미약하지만 빛나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도 하늘의 수많은 별들 중 하나인  것처럼 우주에서는 아주 작은 존재처럼 보이겠지만,

각자 하나하나가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름답게 빛을 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달빛에서만 존재하는  장소>라는 전시 제목 자체도 생각해보면 상당히 감성적이지 않았나 싶은데,

작가에게 과학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감성적인 창작의 도구로 사용된 것 같았다.         

이번 전시에서 Katie  Paterson과 JW터너 두 작가 모두 자연과 과학적인 현상에 호기심이 많고,

낭만주의적 감성을 작품에 드러내는 작가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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