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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두시 Apr 16. 2020

영국에서 아이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해외특파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를 헤쳐나가는 사회


[해외특파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를 헤쳐나가는 사회 시리즈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각 국가의 어른들과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정책적인 배려부터 몇몇 좋은 어른들의 따뜻한 사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소개할 미국, 폴란드, 독일, 홍콩, 영국, 이탈리아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영국 학교는 3월 23일부터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그동안 행해졌던 봉쇄령은 5월 셋째 주인 이번 주부터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사실, 휴교령 전에 이미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코로나 확진자와 접촉한 아이가 있었다.

학교는 하루 동안만 문을 닫고 방역을 했을 뿐, 다음날 정상 수업을 감행했다. 한국이었으면 적어도 확진자와 접촉한 학생, 같은 반 아이들, 그리고 선생님에게 철저한 자가 격리를 시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아이 학교에서는 방역 외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확진자와 접촉한 아이가 몇 학년인지 조차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학부모들끼리 왓츠앱 채팅을 통해서야 겨우 어느 학년에서 일어난 일인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이 와중에 마침 감기에 걸린 우리 아이가 코로나에 전염되었는지 아닌지 확인도 못하고, 우리 가족은 불안함 속에 지내야만 했다. 영국에서는 호흡 곤란 정도는 되어야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열은 났지만 다행히 아이의 감기 증세가 더 악화되지 않아, 우리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이렇게 안일하게 코로나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더욱 불안해졌다.


최근 영국은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봉쇄령을 실시했는데도 불구하고, 확진자 수는 하루에 수천 명씩 증가하여 이제 이십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보리슨 존슨 총리는 코로나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을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더니, 자신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의 기세는 여전히 대단한데, 영국 정부의 브리핑에선 애매모호한 가이드라인만 내놓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보더라도, 영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신뢰 이미 사라졌다.  


국가가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을 코로나의 두려움으로부터 안심시키지 못하니, 영국 시민들은 점차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개인이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찾아, 코로나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 커뮤니티의 힘


우선 사람들은 여러 캠페인을 통해 서로에게 용기를 주기 시작했다.


영국 콘월에 사는 Becky Wass라는 여성은 격리 중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viralkindness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녀는 격리 중에 있거나 혼자 지내는 노인들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자신의 연락처와 주소를 적은 카드를 이웃의 우편함에 넣어두었다.


이웃인 그녀의 연락처를 받은 사람들은 그녀에게 장 본 물건을 대신 픽업해 달라거나, 전화로 안부를 물어봐 달라는 소소한 일거리를 부탁할 수 있었다.

콘월에서 시작한 #viralkindness 캠페인은 이제 영국 전역 87개 그룹으로 퍼져 나갔고, 더 나아가 호주까지 번져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외출 금지령으로 꼭꼭 닫혀 있던 이웃들의 대문이 일주일에 한 번 활짝 열렸다.

 #clapforourcarers 캠페인을 하기 위해 이웃들이 대문 밖에 나와 박수를 치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달밤에 웬 박수 운동이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는 매주 목요일 밤 8시에 의료진과 경찰, 소방관, 택배기사 등 코로나의 위험 속에서 애쓰는 분들에게 보내는 감사와 격려의 박수이다. 5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동네마다 울려 퍼지는 박수 소리가 코로나로 적막해진 풍경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우리 아들도 이 시간이 되면 신나서 열심히 박수를 치곤 한다.           


길거리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얼어붙은 마음까지 환하게 해주는 또 다른 풍경은 창문에 붙여진 아이들의 무지개 그림이다. 이태리에서 먼저 떠오른 이 희망의 무지개는 미국, 캐나다, 스페인 그리고 영국에까지 상륙했다.


영국의 한 아이 엄마는 코로나의 위기 속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고자 Rainbow Trail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 페이지는 이내 영국에서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곳곳에 무지개를 전파했다. 판데믹 시대에 영국의 국민 정신을 상징한다며 영국 여왕까지 이 무지개에 대해 언급했다.         

휴교령으로 친구들과 떨어져 각자 집에서 지내게 된 아이들은 무지개를 그리면서 하나가 된다. 봉쇄령 기간 동안 그나마 허용된 자유 중 하나인 동네 산책을 하다가, 집집마다 걸린 무지개를 발견하면 내 마음도 흐뭇해지곤 한다.


비록 사람들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마음은 서로 가까워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자 하는 이런 작은 행동들은 어른들부터 아이들까지 모두에게 발견되고 있다.    


휴교령이 내려졌지만 영국의 학교가 완전히 교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의료진이거나 공공을 위해 일을 쉴 수 없는 직종의 부모를 둔 아이들은 학교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사회의 보호를 받고 있는 아이들이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무료 급식을 먹던 아이들, 신체적인 어려움으로 정부의 도움을 받고 있던 아이들을 위해서도 학교가 운영된다고 했다. 


보살핌이 필요한 학생의 수에 따라, 학교마다 정부의 지침에 따르기 위한 운영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아이의 학교 소수의 이런 친구들에게 평소와 똑같이 운영된다. 대신 집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진 교육 자료를 활용해 홈스쿨링을 한다.


휴교령이 내려진 이후로, 아이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학교 게시판을 통해 학생들에게 가정통신문이나 애정 어린 편지를 보내신다. 그리고 아이들은 교장 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에게 메일로 자신의 근황을 알린다.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두세 번, 이렇게 선생님의 편지나 학생들이 보내준 메일을 발췌해 'Keeping In Touch'라는 안부 게시판에 공유한다. 


최근에 교장선생님은 비디오 메일을 올리기까지 하실 정도로 열의를 보이기도 하셨는데, 이렇게 학생들과 계속 연결되어 있으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에서는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의 이름을 다 알정도로 아이들과 격의 없이 지내기 때문에,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이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위기에 더 힘을 발하는 예술과 문학


크리스마스와 함께 영국의 최대 명절인 부활절은 우리나라의 설날이나 추석처럼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날이다. 하지만 이번 부활절에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화상통화로만 잠깐 만나 뵐 수 있었다.

아이에게 이런 변화된 일상은 낯설고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놀이터에 나가 뛰어 놀지도 못하는 격리 생활도 답답하고 힘들었을 텐데, 사촌들을 볼 기회마저 코로나에 박탈당한 아이가 조금 안쓰럽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마음의 힘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예술과 문학이 아이들에게도 위로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놀이도 그렇지만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를 만들며 몰입을 하면, 코로나에 대한 현실은 잠시 잊혀지게 된다. 원래도 레고로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우리 아이는 요즘 레고 장인과 달인 사이를 오가고 있다.

시간이 많아지니 몇 시간씩 그림 그리는 일도 많아졌다.

아이가 만들기와 그리기를 하며 마음속 여행하고 나면, 성취감과 함께 얼굴도 더 밝아지는 것 같다.     


영국의 대표적인 인형극 전문극장인 Little Angel Theatre에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배우들이 동화책을 읽어준다. 그리고 아이들이 따라 하기 쉬운 간단한 만들기와 인형극용 인형 만들기도 소개한다.

아울러, 존 클라센(Jon Klassen)의 '모자' 시리즈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인형극을 6월 7일까지 차례로 유튜브에 선보인다.


봉쇄령 이후, 인형극 연출가 이안 니콜슨(Ian Nicholson)은 예술가로서 집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였다. 그 결과, <내 모자 어디 갔을까?( I Want my Hat Back)> 공연을 창작하게 되었다. 

디자이너인 친구, 샘 와일드(Sam Wilde)와 줌(Zoom)과 왓츠앱(What's App)을 이용하여 스토리보드를 제작하여 미팅을 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눴다. 그렇게 하여 최종 완성된 샘의 무대 세트는 연출가 이안의 집으로 배달되어 공연이 올려지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이 공연이 좋은 반응을 얻자, 존 클라센의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와 <모자를 보았어>도 함께 선보이기로 했다.

이들이 창작한 짧은 공연을 보며 아이들은 독서의 연장선상에서 동화를 또 다른 방법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4월 16일부터 일주일간 가족극 <보물섬(Treasure Island)>을 공개하였고, 로열 오페라하우스(Royal Opera House)와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Shakespeare's Globe)과 같은 영국 대표 극장들도 유튜브로 관객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에는 온라인으로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휴교령이 내려져 집에서 지내게 된 아이들을 위해 먼저 나선건 동화 작가들이었다. 이미 올리버 제퍼스(Oliver Jeffers)를 비롯해 전 세계의 동화 작가들이 어린 독자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책을 읽어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Audible에서는 아이들이 오디오북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오픈다.  


영국에서는 어린이 문학의 대표주자 '그루팔로(Gruffalo)''해리포터(Harry Potter)'가 나섰다.


영국 스테디셀러 동화 시리즈 그루팔로(The Gruffalo)의 작가 줄리아 도널드슨(Julia Donaldson)과 일러스트레이터 악셀 셰플러(Axel Scheffler)는 <그루팔로 동굴에 머무르다(Gruffalo stay at Cave)>라는 코로나 바이러스 카툰을 제작해 외출금지를 장려했다.


또한 악셀 셰플러는 초등생 어린이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Coronavirus)>라는 책을 발간하여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였다.

이 책은 전염병 전문가와 소아 정신과 전문의, 그리고 학교 선생님들의 자문을 받아 완성되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와 그로 인한 현상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리고 아이들이 왜 학교에 못 가고 집에 있어야 하는지, 그때 느끼는 기분은 어떤 건지,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이 책을 보고 난 후, 우리 아들은 손 닦기에 대해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 듯하다. 생일 축하 노래에 맞춰 제대로 손을 닦으려고 조금 노력하기 시작했으니, 이 책의 교육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해리포터 덕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

'Harry Potter at Home'이라는 새로운 웹사이트에서 해리포터와 관련된 읽을거리, 만들기 영상, 퀴즈와 퍼즐 등의 콘텐츠를 통해, 무료한 시간을 달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작가인 조앤 K. 롤링, 두 군데의 출판사, 그리고 ebook과 오디오북 서비스 업체들이 아이들의 일상에 마법 같은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힘을 모았다. 콘텐츠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니, 해리포터를 친근하게 여기는 아이들은 무척 좋아할 것 같다.


#공익을 위한 방송국 BBC


영국 공영방송인 BBC에서는 4월 20일부터 매일 BBC Bitesize를 통해 아이들의 홈스쿨링을 도와주고 있다. 그래서 영국 아이들은 우리나라 EBS처럼 BBC Bitesize로 학년별로 주요 과목을 다룬 온라인 수업을 받게 되었다.  

또한 BBC iplayer와 BBC Red button을 통해 매일 수업과 관련된 TV쇼도 선보인다고 하니,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여줄 것 같다.    

Bitesize 홈페이지에서는 온라인 수업뿐만 아니라 교육용 컴퓨터 게임, 부모나 아이에게 학교 생활과 관련된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글도 제공한다. 특히, Support를 클릭하면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콘텐츠들도 올려져 있어 유용하다.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 예술이 주는 힘에 주목한 BBC는 'Culture in Quarantine'이라는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한국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집콕 문화생활'을 위한 다양한 문화 포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처럼, 영국에서는 BBC가 그런 역할을 하겠다고 나다. 그래서 영국인들은 유튜브를 검색하지 않아도 BBC 방송으로 집에서 더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영국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영국의 유수 예술기관들과 협력하여, 예술가들에게는 창작의 기회를 주고, 시청자들에게는 새로운 예술 프로그램들을 확대 편성해 제공할 계획이다.  


그러니깐 현실적으로 좀 생각을 하란 말이야~

요즘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자주 보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유튜브에서
스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다.  


모든 지구촌인들이 요즘 코로나로 인한 단절된 생활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늘어지는 뱃살과 함께 우울감을 느끼기도 쉽다.

하지만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답답함과 불안감에 지배당하지 않고, 일상을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영국 사회에서 보여주듯이,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묵묵히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가 굳게 닫혀있는 현관문을 뚫고, 우리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비록 코로나 일선의 의료진이 하는 일처럼 대단하진 않지만,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일도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집에서 건강한 음식을 요리하며, 주부로써 엄마로서 나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도 코로나 시대를 함께 이겨내는데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된다.(아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보다도 현실적인 우리 집 어린이 오늘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놀이?)을 찾아 뚝딱거리며,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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