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마 김작가 May 04. 2020

코로나 시대 이탈리아는 어떻게 아이의 밤을 어루만질까

[해외특파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를 헤쳐나가는 사회

[해외특파원 소식]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를 헤쳐나가는 사회 시리즈에서는 코로나 시대에 각 국가의 어른들과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배려하고 존중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정책적인 배려부터 몇몇 좋은 어른들의 따뜻한 사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에요. 앞으로 소개할 미국, 폴란드, 독일, 홍콩, 영국, 이탈리아의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확장되는 경험 깊어지는 기회의 불평등의 아이러니


가족이 다 함께 거실에 모였습니다. 티브이를 틀어 로열 엘버트 홀 20주년 기념 오페라의 유령 풀버전을 감상합니다. 아이들도 우리 부부도 넋을 놓고 화면을 바라봅니다. 단 이틀간의 무료 공개였습니다. 하루는 베를린에서 실시간으로 연주하는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했습니다. 남편은 아침저녁으로 요가 수련을 하고 아이는 주중에 온라인 수업을 받습니다. 점심 먹기 전엔 둘째와 함께 유튜브에서 책을 골라 완벽한 이탈리아어 딕션으로 읽어주는 동화책을 보고 듣습니다. 영국의 작은 극장에서 준비한 짧은 인형극도 보고 아들은 유튜브로 손쉬운 마술을 배워 우리를 웃겨줍니다. 하루는 학교에서 이탈리아를 비롯한 전 세계 10곳의 미술관 링크를 공유했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거실 소파에 앉아 작품을 감상합니다. 학교의 메시지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stiamoacasa ma senza rinunciare alla cultura

집에 머물지만 예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집안에 격리된 코로나 시대의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전보다 더욱 다양하고 질 높은 예술과 기회를 만나고 있습니다. 아무 곳도 갈 수 없으니 아무것이라도 해야 한다고 가슴이 조바심으로 쿵쾅거립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을 받는 아이 옆에 앉아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과연 이 것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선물일까요?


이 이탈리아뿐 아니라 IT 강국인 한국에서 조차 태블릿은 물론 컴퓨터도 없는 가정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

격리된 시대 이기에 되려 우리에게 주어진 질 높고 다양한 경험들을 만나기 위해선 누군가에겐 가지기 힘든 수단이 필수조건입니다. 이것은 이 시대 이후 아이들이 누리게 되는 많은 것들이 불균형을 이루게 될 거라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그 수단을 구비하고 있다 한들 아무리 좋은 콘텐츠라도 부모가 꺼내어주지 않는다면 아이들 스스로는 찾아내기 힘든 세 살, 여섯 살의 아이를 키우는 입장으로 생각해 봅니다. 학교가 멈추면서 아이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천차만별이 되겠구나. 아니, 아예 만나지도 못하는 아이들도 있겠구나.





희망을 팔 거예요


지난 3월 23일 브뤼셀에서 있었던 EU위원회 대변인 Eric Mamer는 언론 브리핑 마지막에 시를 하나 소개했습니다. Arianna Podestà가 원어로 암송했습니다.

동시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Gianni rodari의 speranza (희망)이었습니다.

희망

만약 저에게 방 한 칸짜리의 작은 구멍가게를 가지고 있다면 팔고 싶은 딱 한 가지가 무엇인지 아세요?
희망이에요.
“합리적인 가격으로 희망을 팝니다”
일인당 1 페니로 당신에게 충분한 희망을 줄 거예요.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돈을 내게 하지 않고 나의 희망 모두를  줄 거예요.

Speranza

Se io avessi una botteguccia
fatta di una sola stanza
vorrei mettermi a vendere
sai cosa? La speranza.
“Speranza a buon mercato!”
Per un soldo ne darei
ad un solo cliente
quanto basta per sei.
E alla povera gente
che non ha da campare
darei tutta la mia speranza
senza fargliela pagare.


언론 브리핑 마지막 시 암송 장면


이탈리아 어린이들을 위한 최고의 이야기꾼
Gianni rodari( 1920 - 1980)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자 사망 40주기입니다. 이탈리아의 작고 큰 모든 서점에는 그의 섹션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표지가 마음에 들어 그의 책을 서점에서 읽고 있었는데 청소를 하시던 분이 저에게 “내가 초등학교 때 항상 외우던 시가 그가 지은 거였죠. 너무 좋은 책이에요.”라고 말해주었습니다.


gianni rodari 100주년 기념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이벤트와 함께 3일에 하나씩 일 년간 (2020년 그의 생일인 10월 23일 까지) 그의 짧은 글 100편을 삽화와 함께 공개합니다.


https://100giannirodari.com

왜 모든 아이들은 “놀기 위해서 잔니 로다리의 수많은 이야기” 를 읽어야만 하는가,


매일 밤 아빠가 전화할게


이탈리아의 소도시 udine의 사회단체인 onlus damaturà 는 gianni rodari가 팔고 싶어 했던 희망의 가게를 그가 태어난 지 100년 된 올해, 코로나의 시대에 실현시킵니다.


Gianni Rodari [favole al telefono] Einaudi Ragazzi, 1962

Gianni rodari의 책 favole al telefono은 1962년에 첫 출간되었습니다. 책의 주인공 아빠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입니다. 일주일에 6일을 이탈리아 전국을 다니며 일을 합니다. 일요일에 집에 돌아와 월요일 아침에 집을 나섭니다. 딸이 아빠에게 말합니다.


아빠, 꼭이야.
매일 밤마다 이야기 하나씩 들려줘야 해.


그렇게 매일 밤 9시 아빠는 이탈리아 동쪽에서 서쪽에서 북쪽에서 남쪽에서 딸에게 전화를 걸어 잠들기 전 하나씩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이탈리아 모든 곳입니다.

Furiuli venezia giulia는 로다리의 전화로 들려주는 이야기를 되살려보자고 아이디어를 냅니다. 집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매일 새로운 놀이와 이야기를 만들어내야만 하는 부모들을 위해 전화를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탈리아 전국에서 전화를 걸어 책 속의 주인공처럼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줍니다.

전화, 이메일, 페이스북, 와츠앱 모든 통로를 통해 신청을 하면 부탁한 시간에 전화를 합니다. 끝맺지 않는 이야기를 아이가 확장하고 부모가 듣고 적어줄 수도 있고 아이들이 직접 그 이야기를 그릴 수도 있습니다.

작은 사회단체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벤트에 37명의 배우들이 참여했습니다. 이탈리아 전국에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3월에 시작된 이들의 아름다운 희망은 전국으로 퍼져 현재 전국의 도서관과 사회단체들, 서점 그리고 학교들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4월부터는 전화벨이 전국의 병원에도 울려 퍼졌습니다.


전국으로 확장된 이야기들


기사제목: 잔니 로다리의 이야기가 병원의 아이들을 위해 돌아왔습니다.


무지개를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는 일이 무슨 힘이 있겠느냐 묻겠지만 열악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극히 아날로그 적으로 자신들의 희망을 그려냈습니다. 이 물결이 전 유럽으로 퍼져나간 것을 생각해본다면 우리가 지금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도 같습니다.


희망


아이들도 어른만큼 불안하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 역시 어른만큼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집을 나가지 못해서 힘든 것이 아니라, 부모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듣고 불안한 분위기를 감지하는 겁니다.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엄마가 설명해 주었지만 사실 다 알아들은 것은 아닌, 확실히 알지 못하니 눈에 보이지 않으니 더욱 무섭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도 그러한데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악몽을 꾸는 아이도 있을까요?


학교는 왜 갈 수 없는지 친구들은 왜 만날 수 없는지 아이는 잠들기 전 이유 없이 배가 아프고 알 수 없는 슬픔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입니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좋은 꿈을 꾸게 해주는 이야기. 그렇지만 우리의 희망도 자꾸만 줄어들어 아이들에게 내어 주기 부족해질 때 행복한 꿈을 꾸라고 밤에 걸려오는 전화를 우리는 희망이 아니라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코로나의 시대 우리가 아이들을 어루만져주는 방법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들리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꿈을 위한 시


어젯밤은 불을 끄고 아이 곁에서 시 한 편을 읽어주었습니다. 잔니 로다리를 잇는 이 시대의 어린이를 위한 시인이라 불리는 Piumini의 시입니다.

시는 이 작은 악당을 쫓아낼 수 있다고, 이 초미세 악당을 물리치기 위한 약속을 노래합니다. 아이는 어둠 속에 ‘그건 나도 하고 있는 건데!! 맞아!! 그러면 돼!!! ‘ 맞장구를 치다 시가 끝나기도 전에 잠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전 마지막까지 시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아이뿐 아니라 저도 좋은 꿈을 꾸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andrátuttobene


바이러스로부터 10일간 숨기

공중에 날아다니는 게 뭐야?
알 수 없는 뭔가가 있어?
학교는 왜 안 가는 거야?
우리 잠깐 여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왕관을 쓴 바이러스야
(Corona는 이탈리아 말로 왕관입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왕은 아니야
사람도 아니지
그럼 뭘까?

아주 작은 악당이야
정말 작아
가까이에서 보려면
현미경이 있어야만 해

이 못된 악당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아
난폭하고 심술궂고
여기저기로 가고 싶어 해

보이지 않고 가볍고
위험한
초미세 전사들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해

그런데 그 사람들이 우리야
너 나 그리고 모든 사람들
그러나 악당을 밖으로 쫓아낼 수 있어
나도 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지

재채기가 나올 것 같으면
팔에다 하기
그러면 이 악당이 나는 걸 멈출 수 있어
너도 그렇게 해 나도 그렇게 할 거야

그리고 나갔다 들어오자마자
손을 씻으러 가
매번, 매일
오늘만 말고 내일도

비누로 씻어
아주 오래 정성을 다해
그래, 그렇게. 그러면 악당이 물에 씻겨 내려갈 거야

손가락으로 입 코 눈을 만지지 말아
절대 그러면 안된다는 건 아닌데
안 만지는 게 더 나을 거야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땐
조금 떨어져 있자
악수를 하지 않아도
우린 즐거울 수 있잖아

뽀뽀하고 안는 건 어쩌냐고?
악당이 돌아다니는 동안은 하지 말아.
뽀뽀하고 안을 때마다 우린
조심해야 해

누군가는 마스크를 하고 있을 거야.
카니발이라서는 아니고
널 해치러 온 악당도 아니야

그의 숨을 걸러주는
친절한 마스크야
그래야 악당이 겁먹고
더 이상 돌아다니지 않게 되거든

이 악당이 사라지기 전까지
내가 뭘 하려는지 알아?
난 집에 있을 거야.

특별한 아이디어지?
학교가 닫혀있고
공중에 악당들이 돌아다니고
날아다니는 동안까지 말이야

친구들 친척들 모두
집에 머물러
그래도 그들을 보고 들을 수 있어
화면 속에서 우린 함께 있잖아

떨어져 있어도 우린 사랑할 수 있어
뽀뽀하고 안아 줄 수는 없지만
풍부한 언어가 있잖아

말은 선물이야
그들에게 보내는 씨앗이야
우리가 사랑하고 싶은 이에게 보내는
착한 씨앗이야

너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주의를 기울이면
이 불쾌한 장난을
분명히 이겨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지금이 지나고 나면
우리 함께
현명하고 새로운 삶을 배워나가자

dieci giorni di nascondiglio dal virus

Che cos’è che in aria vola?
C’è qualcosa che non so?
Come mai non si va a scuola?
Ora ne parliamo un po’.

Virus porta la corona,
ma di certo non è un re,
e nemmeno una persona:
ma allora, che cos’è?

È un tipaccio piccolino,
così piccolo che proprio,
per vederlo da vicino,
devi avere il microscopio.

È un tipetto velenoso,
che mai fermo se ne sta:
invadente e dispettoso,
vuol andarsene qua e là.

È invisibile e leggero
e, pericolosamente,
microscopico guerriero,
vuole entrare nella gente.

Ma la gente siamo noi,
io, te, e tutte le persone:
ma io posso, e anche tu puoi,
lasciar fuori quel briccone.

Se ti scappa uno starnuto,
starnutisci nel tuo braccio:
stoppa il volo di quel bruto:
tu lo fai, e anch’io lo faccio.

Quando esci, appena torni,
va’ a lavare le tue mani:
ogni volta, tutti i giorni,
non solo oggi, anche domani.

Lava con acqua e sapone,
lava a lungo, e con cura,
e così, se c’ è, il birbone
va giù con la sciacquatura.

Non toccare, con le dita,
la tua bocca, il naso, gli occhi:
non che sia cosa proibita,
però è meglio che non tocchi.

Quando incontri della gente,
rimanete un po’ lontani:
si può stare allegramente
senza stringersi le mani.

Baci e abbracci? Non li dare:
finché è in giro quel tipaccio,
è prudente rimandare
ogni bacio e ogni abbraccio.

C’ è qualcuno mascherato,
ma non è per Carnevale,
e non è un bandito armato
che ti vuol fare del male.

È una maschera gentile
per filtrare il suo respiro:
perché quel tipaccio vile
se ne vada meno in giro.

E fin quando quel tipaccio
se ne va, dannoso, in giro,
caro amico, sai che faccio?
io in casa mi ritiro.

È un’ idea straordinaria,
dato che è chiusa la scuola,
fino a che, fuori, nell’aria,
quel tipaccio gira e vola.

E gli amici, e i parenti?
Anche in casa, stando fermo,
tu li vedi e li senti:
state insieme sullo schermo.

Chi si vuole bene, può
mantenere una distanza:
baci e abbracci adesso no,
ma parole in abbondanza.

Le parole sono doni,
sono semi da mandare,
perché sono semi buoni,
a chi noi vogliamo amare.

Io, tu, e tutta la gente,
con prudenza e attenzione,
batteremo certamente
l’antipatico birbone.

E magari, quando avremo
superato questa prova,
tutti insieme impareremo
una vita saggia e nuova.


written by iando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