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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두시 Jun 05. 2020

코로나 시대, 학교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6월 1일부터 영국 초등학교의 0학년인 리셉션, 1학년, 그리고 6학년이 다시 등교하게 되었다.

정부의 권고이지만 의무는 아니어서, 학부모와 학생이 등교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학교로 돌아가지 않은 학생들은 계속 학교에서 제공하는 홈스쿨링으로 학업을 이어나가면 된다.    


코로나 시대의 등교


영국 학교는 약 10주 만에 학생들을 다시 맞이하게 되었다.

영국이 그간 코로나 대응에서 보여줘 왔듯이, 국 학교에서는 한국 같은 철저한 준비는 없다.

한국의 학교처럼 책상 위에 투명 가림막 설치거나, 학교 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지는 않았다. 아직도 많은 영국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기 때문에, 교실 안의 풍경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30명 정원인 한 학급을 두 개나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서 매일 따로 수업을 한다. 초등 저학년은 보통 교실 바닥인 카펫 위에 옹기종기 붙어 앉아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간격을 둔 책상과 의자에 한 명씩 띄어 앉아 수업을 듣게 된다.    

영국 학교에서는 노트나 필기구 같은 학용품을 학교에서 제공해서, 평소 학교 물품을 아이들이 함께 사용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학용품을 나눠 쓰지 않고, 개인 전용으로 쓸 수 있게 배당해주기로 했다. 매일 복장을 청결히 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해 교복 대신 사복을 입는 것도 허용해준다고 했다.     

점심시간과 등하교 시간에 학교 공용 시설을 이용할 때에는 그룹 간에 시차를 두어서 사용하고, 학생들이 최대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하였다. 화장실 사용에 있어서도 다른 그룹과 동선이 최대한 겹치지 않게 하고, 그룹별로 움직일 수 있게 신경 쓴다고 하였다.

    

영국 정부가 아이들이 학교 진도에 뒤쳐질까 봐 우려하고 사회를 정상화시킨다며 아이들의 등교를 허락했다. 하지만 이 섣부른 결정이 안 그래도 꺾이지 않는 코로나의 기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의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학교 등교를 연기하라고 권유했다. 하지만 이제 엎질러진 물, 영국 내에서 코로나의 두 번째 대유행이 올 거라는 예측이 빗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사실 봉쇄령 기간에도 영국 학교는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사회 취약계층의 아이들과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필수 인력들(경찰, 의사, 슈퍼마켓 직원, 택배 배달원 등)의 자녀를 돌보기 위해 교문을 열어두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최근 기사에 따르면, 평소 학교를 잘 나오지 않던 소외된 가정의 아이 오히려 봉쇄령 기간에 매일 학교로 출석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봉쇄령 기간 동안 평소보다 학교에 학생 수가 적어, 선생님이 학생들의 요구에 유연히 대처하고 더 관심을 가져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봉쇄령으로 가족이 하루 종일 집에서 함께 지내니, 빈곤이나 가정 폭력의 위험에 놓인 취약계층의 아이들에게 학교가 쉼터의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이 기간 중에 소수의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니 평소보다 업무의 부담이 줄었다. 그리고 기존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베이킹이나, 만들기 등 창의적인 교육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관심을 통해 자신감과 만족감이 생겼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빡빡한 학교 계획에 따르는 대신 좀 더 유연성 있게 아이들을 지도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도 더욱 친밀하고 돈독해졌다.     


영국의 공교육의 현실  


# 영국 선생님들의 고충

지난 3년 동안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니며 경험한 영국 공교육은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선생님은 일이 많아서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 줄 수 있는 여력이 없고, 수업 커리큘럼도 빡빡했다.        

공립학교의 선생님은 적은 임금에 비해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이직률이 높다. 2018년 가디언 기사에 나온 한 통계에 따르면, 영국에서 매년 15,000명의 선생님이 영국을 벗어나 해외의 국제학교로 떠난다고 했다. 그리고 47%가 영국 학교에 불만족다고 답했다.

영국은 Ofsted라고 하는 학교 평가 기준이 있는데, 이 평가에 따라 학교의 운명이 좌우된다. 교육 감사 기관은 학생들의 출석률, 학업 성취도 등을 평가하여 Outstanding, Good, Satisfactory, Inadequate 4가지 등급 중 하나를 학교에 부여한다. 여기서 최고 점수인 Outstanding을 받은 학교는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아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제일 낮은 등급인 Inadequate을 받으면 특별 감사 기간 동안 다시 재평가를 받아야 하고, 학교의 존폐를 위협받는다. 그래서 학교는 이 평가에서 낙오되지 말아야 한다는 큰 부담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 결과,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 평가와 모니터링, 그리고 서류 작업에 에너지를 뺏기게 된다.


BBC 다큐멘터리 <SCHOOL> (출처: BBC 홈페이지)

2018년에 방영된 BBC 다큐멘터리 <SCHOOL>을 보면 이런 영국 학교 시스템의 민낯이 드러난다. 결국, 영국 공교육 상황에 지친 선생님들은 더 나은 근무 환경이 주어지는 해외의 국제학교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 각보다 바쁜 영국의 학생들

초등학교 2학년, 만 7세인 우리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쓰기를 너무 많이 한다고 짜증 섞인 불평을 하곤 했다. 2018년의 가디언 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영국의 글쓰기 교육은 창의성보다 기술적인 면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가디언 기사 인터뷰에서 한 학부모는 수업 시간에 단어 스펠링 쓰는 것에 너무 중점을 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Ofsted의 최고 등급을 받은 우리 아이의 학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단어 쓰기와 곱셈 테스트를 한다. 3분이라는 시간 안에 곱하기 2단, 3단, 5단이 뒤섞 빼곡한 표의 빈칸을 채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주말에는 좀 쉬어야 하는데, 해야 할 숙제 때문에 항상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숙제의 분량은 학교에 따라 틀리다.) 심지어 홈스쿨링을 하는 요즘, 일주일마다 학교에서 학습해야 할 자료들을 주는데, 분량이 너무 많아서 모두 다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데 학업량이 너무 많아, 아이는 벌써부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런 아이를 보며 나는 학교가 아이의 창의성을 억누르고, 배움의 순수한 즐거움을 빼앗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처럼 영국 공교육에 실망한 부모들이 많아져서인지 영국에서는 코로나 이전부터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이 이미 증가하고 있는 추세였다. 2018년 BBC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8년 기준) 홈스쿨링의 비율이 40% 증가했다고 하였다.


코로나가 안겨준 홈스쿨링 경험


우리 아이는 학교에 다닐 때보다 집에 있으면서 창의적인 활동을 훨씬 많이 하게 되었다.

원래 그림 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하던 아이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춰 홈스쿨링을 하는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나는 랜선 미술 전시나 공연 영상 등 코로나로 인해 쏟아지는 예술 자료들을 골라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면 아이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연계 활동 했다. 랜선 예술 감상과 관련해서 아이는 그림그리나 만들기를 하였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랜선 전시 감상 후 창작활동


아이에게 자유로운 시간과 생각할 여유가 많아져서, 이런 자발적인 활동이 가능했다. ( 외동이라 상대적으로 심심한 시간이 많았던 이유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 시간들이 그동안 아쉬워했던 자기 주도적인 창의 교육의 공백을 매워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학교에서 주는 홈스쿨링 자료를 이용하는 것은 아이 입장에서는 숙제 같아서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80명이 넘는 선생님들이 참여하여 제작한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Oak National Academy에 대해 알게 되었다.

러 면에서 BBC의 교육 방송인 BBC Bitesize와는 조금 다르다. Oak National Academy의 수업에서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참여를 유도하는 활동이 있어서 종이와 연필을 준비해야 한다. 아이는 만들어진 영상을 보기만 하는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수업에 참여하며 능동적인 학습자가 된다.  

Oak National Academy 영어 동영상 수업

그리고 여기서는 정말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처럼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몇 주씩 수업이 이뤄져 깊이가 있다. 또한, 잘 짜인 화면 구성과 편집으로 동영상 강의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살려 아이가 수업 내용에 잘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아이는 학교에서 주는 홈스쿨링 자료와 Oak National Academy의 동영상 강의를 병행해 교과 과정의 흐름을 이어가고자 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학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코로나의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세상은 이제 비접촉이 확산되는 언택트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게다가, 아이들의 미래는 4차 산업 혁명으로 인해서 우리가 살아왔던 기존의 세계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은 아직도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게 되면서,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교육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다. 이제는 급변하고 있는 시대에 아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교실이라는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평가와 규율이라는 기존의 딱딱한 틀을 벗어나, 보다 유연성 있는 교육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각자 있어도 함께 배우며 성취를 이어갈 수 있는 학교, 아이의 개별성을 존중해주고 아이가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 그리고 선생님과 친밀한 상호작용이 가능한 학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코로나를 겪으며 경험한 돌봄 학교와 홈스쿨링의 장점을 잘 이용하면, 이런 이상적인 학교를 만드는 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버드보다도 들어가기 더 어렵다는, 캠퍼스가 없는 세계적인 혁신대학인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에서도 이미 그것을 실현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이제 교육시스템의 개혁 방법에 대한 윤곽은 이미 나왔다. 다만, 변화를 위한 선택만이 남았을 뿐이다.                        

  

   

*참고 자료   


https://www.theguardian.com/education/2020/may/26/tiktok-and-a-shoulder-to-cry-on-why-pupils-in-gloucestershire-wish-lockdown-school-would-never-end

https://www.theguardian.com/education/2018/oct/02/never-return-teach-england-refuge-abroad


https://www.theguardian.com/education/2018/nov/03/get-to-be-free-rise-in-home-schoo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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