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J 언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새벽두시 Sep 21. 2020

Awkwafina, 아콰피나 깐따피나

요즘 내가 주목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바로 아콰피나(Awkwafina)이다. 본명이 노라 럼(Nora Lum)인 그녀는 십 대 때 생수 이름 '아쿠아피나(Aquafina)'를 따서 자신의 별명을 '아콰피나'로 지었다. 나는 그녀의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매력에 계속 빠져들고 있다.

아카데미에서 영화 <기생충>이 낭보를 전할 때쯤, 아콰피나는 골든글로브의 뮤지컬 코미디 영화 부에서 영화 <페어웰 (The Farewell)>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영국에서 작년에 영화 <페어웰> 개봉할 때부터 이미 아콰피나는 영국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었다. 그녀의 골든글로브 수상은 어쩌면 이미 예견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명문 예술 고등학교 LaGuardia를 다닐 때 트럼펫을 전공해서 그런지, 그녀는 음악을 만드는 데에도 재주가 뛰어나다. 사실 그녀가 배우로 입문하게 된 계기는 그녀의 도발적인 노래 <My Vag> 덕분이다. 남자의 성기에 대한 미키 아발론(Mickey Avalon)의 곡 <My Dick>에 맞짱 뜨기 위해, 그녀는 여자의 성기를 예찬하는 <My Vag>를 만들었다. 그리고 <My Vag> 때문에 다니던 출판사에서 해고를 당한다. 하지만 이후 '될 대로 돼라'는 심정으로 이곡을 유튜브에 올리자, 금세 화제를 불러일으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다. 그녀는 래퍼어울리는 적당히 허스키한 목소리를 지녔다. 곡의 내용은 거시기하지만 <My Vag>의 멜로디는 듣는 이의 귓가에 계속 맴돌게 한다.

<My Vag>를 유튜브로 접한 영화 관계자의 제안으로 아콰피나는 영화 <나쁜 이웃들 2(Bad Neighbours 2)>에 오디션 제안을 받는다. 이후 영화 <오션스 8(Ocean's 8)>의 시나리오 작가가 연출한 영화 <Dude>에 출연하게 되고, 이때 맺은 인연으로 영화 <오션스 8>에도 출연하게 된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Crazy Rich Asian)>, <페어웰>의 연이은 흥행과 연기에 대한 호평을 받으며 아콰피나는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올해 BBC에서 아콰피나의 삶의 이야기를 녹여낸 시트콤 드라마 <Awkwafina is Nora From Queens>를 방영했다. 가디언에서는 그녀의 천재성을 너무 높게 산 나머지 시트콤에 조금 실망해 별 3개를 주었지만, 나는 요즘 BBC iplayer로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콰피나는 중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엄마가 4살 때 돌아가셔서 친할머니가 그녀를 돌봐주셨다. 아콰피나의 드라마에서도 중국인 할머니와 아빠, 그리고 아콰피나가 주요 등장인물이다. 엉뚱하고 솔직한 할머니와 익살스러운 아콰피나의 캐릭터가 참 마음에 든다. 자신이 제작자로 나선 이 드라마에서 아콰피나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고, 유쾌하고, 발랄한 페르소나를 마음껏 뿜어내고 있었다.

(출처: BBC  홈페이지)

내가 아콰피나를 좋아하게 된 것은 그녀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인간적인 호감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가 서구사회에서 당당하게 아시아 여성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래퍼로써 과감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그녀의 이런 자신감이 인종적인 차별을 딛고 꽃 피어났기 때문이다.

그녀는 작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동양인으로서 인종차별을 수없이 겪어왔다고 이야기했다. 아콰피나는 자신이 겼었던 일상적인 인종차별의 부당함에 굴복하지 않고, 롤모델을 거울삼아 건강한 자아상을 형성했다. 그녀는 배우 루시 리우와 코미디언 마가렛 조를 자신의 롤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아콰피나도 본연의 자기 자신다운 모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지금의 아콰피나가 되기까지 그녀는 내면 속에서 수많은 전투를 겪었을 것이다.

   

영국의 한인 커뮤니티에서 인종차별 경험 사례가 종종 올라오곤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의 초등학교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 5-6살밖에 안된 아이가 어디서 배웠는지, 동양인을 비하하는 눈 찢는 행동을 하며 같은 반 동양 아이들을 놀린 것이다. 그런데 정작 놀림을 받은 아이들은 개념이 없어 그게 잘못된 것인지 모르고, 자기들도 놀이처럼 그렇게 따라 하였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이 사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 나는 동양인으로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교장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렸다. 개념이 잡히기 전인 어릴 때일수록 그런 잘못된 행동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교장선생님은 즉시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한 그 아이와 부모를 면담하고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랐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한 흑인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후 흑인을 향한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의 여론이 들끓었다. 

사실 흑인뿐만 아니라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도 일상적인데, 그것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다양한 인종에 대한 배려와 존중에 대한 교육이 어릴 때부터 이뤄져야지만 이런 인종차별이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로 중요한 것은 미디어나 대중에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해지는 것이다. 여러 연구 사례에서도 밝혀진 바와 같이, 사람들은 어떤 것이 자주 노출이 되면, 그것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친근함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양 여성인 아콰피나가 할리우드에서 맹활약하는 것이 나는 참으로 자랑스럽다. 그리고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그녀를 보면 여전사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콰피나가 같은 동양 여성인 마가렛 조나 루시 리우를 보며 힘을 얻었듯이, 나처럼 타국에 사는 동양 여성들이 아콰피나를 보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것이다.

그러니 부디, 아콰피나가 자신의 분야에서 지금처럼 계속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이 아닌 제3의 동반자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