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언제나 작은 문 하나에서 비롯된다

by 전략가 김재훈

새로운 시작 앞에서 나는 종종 너무 많은 것을 준비하려 한다.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고, 충분한 준비가 됐을 때 시작하려 하고,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런데 그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준비할수록 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보이고, 기다릴수록 더 기다려야 할 이유가 생긴다. 그렇게 완벽한 시작을 준비하다가, 시작 자체를 놓쳐버리는 경우들이 있다.


시작은 준비가 끝났을 때 하는 게 아니다. 시작하면서 준비가 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의 중요한 시작들은 항상 어설펐다.


처음 군복을 입던 날, 처음 인도 땅을 밟던 날,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던 날. 어느 것 하나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한 것이 없었다. 두근거렸고, 불안했고,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런데 그 어설픈 시작들이 쌓여 지금의 나가 됐다.


완벽한 시작은 없다. 용기 있는 시작만 있을 뿐이다.

새로운 시작이 두려운 이유는 실패가 무서워서만이 아니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것들을 뒤로하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잘 알고 있는 세계를 떠나 모르는 세계로 들어가는 것. 그 낯섦이 주는 불안감.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편안하게 여기는 것들도 한때는 낯설었다. 처음엔 모두 낯선 것이었다. 익숙함은 시간이 만들어주는 선물이다.


낯선 것이 두렵다면, 그것은 새로운 익숙함을 앞에 두고 있다는 신호다.


새로운 시작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처음 그 문을 열 때는 작아 보인다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첫 걸음, 별것 아닌 것 같은 첫 문장, 별것 아닌 것 같은 첫 인사. 그런데 그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에 생각보다 넓은 세계가 펼쳐져 있다. 문이 작다고 해서 그 너머가 작은 게 아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그 작은 문. 너무 작아 보여서 망설이고 있다면, 그냥 열어보자. 안으로 들어가 봐야 안이 보인다.


나는 요즘 새로운 시작의 한가운데 있다.

군복을 벗고, 글을 쓰고, 책을 준비하고, 육아를 병행하며 매일 빈 화면 앞에 앉는다. 어떤 날은 잘 써지고, 어떤 날은 한 문장이 전부다. 하지만 매일 그 자리에 앉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시작이다. 결과가 아직 보이지 않아도, 방향이 맞다는 믿음 하나로 걷는다.


새로운 시작은 도착점이 아니라 방향이다. 어디쯤 와 있는지보다,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오늘 나의 가슴 한켠에 오래 묵혀둔 것이 있다면.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준비가 부족하다고 미뤄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오늘, 딱 첫 번째 문만 열어보자.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 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시작은 시작이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바꿔줄 것이다.


새로운 시작은 준비된 사람에게 오는 게 아니다. 시작하는 사람에게 온다.


가장 용기 있는 순간은 첫 걸음을 내딛는 그 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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