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들의 대화법
인도인들, 왜 저래?
인도인의 대화법은 독특하다. 일반적인 아시아인처럼 겸손이나 배려 또는 체면을 차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서양인처럼 합리적이고 실용적이지도 않는다. 인도인과 아무 생각 없이 대화를 하게 되면 그들의 논리에 이유도 모른 체 빠지게 된다.
"인도인들, 왜 저래?"
인도인들과 만나면 즐겁고 유쾌함은 기본이다인도인들은 'No'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인도인들은 정말 친절하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외국인들을 항상 환영해 주고 도와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인도인들의 친절을 거절해 본 적이 있을까? 여행지에서 호객꾼들의 접근이나 요청 등의 거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인도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대화 중에 그들이 'No'라고 말하는 경우는 내가 본인과 의견이 달라서 나를 설득할 필요가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다면, 절대 그들은 'No'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인도인들에게 'No'라는 말을 듣기 힘든 이유는 우리와 대화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이고 그것들이 모두 사실이기 때문에 상대와 명확한 대화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본인의 말에 동의를 하도록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유심히 잘 들어보면 전혀 논리가 없다. 현상에 대한 이해도 편협할뿐더러 이유(why)에 대한 답은 전혀 하지 못한다.
인도인 친구와 같이 카페를 간 적이 있다. 나는 커피를 주문하고, 그 인도인 친구는 짜이(Chai)를 주문했다. 대화를 하면서 같이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인도인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내 거 짜이 한번 마셔볼래?"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오늘은 짜이가 별로 안 내키네"
이어서 인도인 친구가 되물었다.
"왜? 그래도 한번 마셔봐"
그리고 나는 다시 대답했다.
"고맙지만 정말 괜찮아. 다음에 먹을게"
인도인 친구는 다시 웃는 얼굴로 요구한다.
"아냐, 이거 한번 마셔봐. 기분 좋아질 거야. 여기 짜이 정말 맛있다"
결국, 내가 인도인 친구의 음료인 짜이를 마시면 이 무의미한 반복적인 대화의 끝이 맺어진다. 그렇게 되면, 나는 약간의 상처를 받지만 인도인 친구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저 좋아한다. 왜? 본인의 말이 맞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 짜이를 마시는 것이 인도인 친구의 제안에 의해 성사가 되었고 그 짜이가 맛있음을 내가 짜이를 마심으로써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 인도인들에게 이런 말을 농담으로 하곤 한다.
"Whatever I say, I have to take this, right?"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무조건 해야 하는 것 맞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 말을 듣지 않는 인도인
인도인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내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음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즉, 본인들이 듣고 싶은 말만, 그리고 필요한 말만 듣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인도인들의 사고방식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하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본인의 지식과 범위 안에서 사고를 하고 결론을 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전혀 관심 없고 알지도 못하는 상대방에 대해서는 조금 과장을 하자면 거의 투명인간 취급 수준이다. 대화를 하고 있지만 나는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과 매한가지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인과 대화를 할 때에는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말이나 거시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 정확하게 요점과 핵심을 짚어서 이야기를 해 주어야 그나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내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한다.
인도인은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들과 대화할 때 조금은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상적인 대화라면 그냥저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겠지만, 비즈니스 또는 일과 관련되어 있다면 인도인과 대화할 때에는 내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였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