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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도리 Apr 27. 2024

모유수유를 고집하는 남자

자기야, 고마워

나는 아내에게 모유수유를 하기를 권했다. 아니, 사실상 강요에 가까웠다. 모유수유의 장점에 대해서 장황하게 아내에게 설명했다. 아기를 위한 것이고, 아기와 우리와의 관계형성에 좋은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모유수류를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고 말이다.


모유수유, 그냥 물리면 되는 것 아니야?




모유수유는 가족들, 그리고 의사와 간호사들로부터 좋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특히, 출산 때 담당의사는 모유수유를 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라는 이야기까지 했다. 그런 이야기를 아내 옆에서 듣게 된 나로서는 모유수유에 대한 절대적 신봉자가 되었다. 물론, 모유수유에 대한 많은 정보를 검색해 보았다. 장점은 물론이거니와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단점에 대해서 말이다. 결론은, 모유수유는 무조건 해야 한다였다.


인도 KFC에서 수유하기


아내에게 묻다


아내의 의견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사실상 답은 정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로부터 직접 모유수유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싶었나 보다. 아내 역시 모유수유에 대한 좋은 점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하려는 의지도 충분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말이다.


여자의 몸


아내는 여자의 몸을 걱정하고 있었다. 모유수유를 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다. 생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온전히 모유수유를 위한 몸으로 발전이 된다는 말이다.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 피부관리, 식단, 운동 등 많은 부분을 아기를 위해 미루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여자의 몸은 상당히 지친 상태가 된다. 조금 격하게 표현하자면, 몸이 망가진다. 특히 체중이 증가하면서 체력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아내는 모유수유를 한 이후에 몸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을 심각하게 했다.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단순히 젖을 물려 모유를 주면 되는 줄 알고 있었다.




우리의 결심


많은 대화를 통해 아내와 나는 서로를 이해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모유수유를 최소 1년 이상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기와 건전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충분한 영양소를 공급해 줄 수 있는 것에 가장 중요한 가치를 두었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을 없었다. 나는 모유수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의 모유수유를 하는 사람, 했던 사람들에게 귀중한 경험담을 듣고 간접적으로 느꼈다. 모유수유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말이다.




모유를 빨고 있는 아기를 보고 있으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머릿속은 온전히 아기와 아내의 생각으로 가득 찬다. 건강한 모유를 위해 우리의 식단은 건강한 식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번갈아 가며 운동을 하면서 몸을 서서히 회복해 나갔다. 아기가 3~5개월 차까지는 아내의 젖을 빠는 힘이 부족하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면서 아기는 모유에 완벽히 적응했고, 언제 어디에서든 젖을 물리면 모유수유가 가능했다. 이는 우리 부부의 활동범위와 시간을 넓혀주었다. 그리고, 부부가 공유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아졌다. 모유수유를 통해 우리는 가족애가 두터워졌다.




모유수유 1년이 지나고


모유수유 1년이 지났다. 아내와 나는 모유수유를 계속해서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당연히 모유수유를 2년까지 하면 좋다는 이야기를 한다. 우리도 알고 있다. 특히, 나 역시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아내는 다르다. 아내는 아기와 조금 공간적으로 떨어져 개인시간을 가지고 싶어 한다. 술도 먹고 싶어 한다. 음식도 마음껏 먹고 싶어 한다. 몸도 본격적으로 관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 중이다. 아기를 생각하면 이 모든 것을 미루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내는 매번 나의 의견을 묻는다. 모유수유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은지 말이다. 나는 1년간 아내의 모유수유를 고집했다. 이제는 아내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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