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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도리 Apr 16. 2024

아이가 갑자기 달라졌어요

시간이 가는 게 갑자기 두렵다

아이와 하루하루 지내는 시간은 너무 행복한 것 같다. 아이가 신생아일 때부터 보고 있다 보니 육아를 하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너무 아쉬운 것 같다. 아기가 이제 고작 12개월이 되었을 뿐인데, 이미 다 큰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아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하다. 계속 아기일 것 같은 내 딸 김해도는 빠른 속도로 기어 다니는 것을 넘어서서 혼자서 그것도 스스로 섰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 아빠를 외치기도 한다. 내 말을 알아듣고 오라고 하면 오고,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가만히 있는다. 내 말을 알아듣는 것에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순간 묘한 감정이 든다. 도대체 이 무슨 감정이란 말인가?




해도가 신생아 일 때 3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타서 먹였다. 감사하게도 와이프가 모유수유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모유 유축을 하는 동안 유축기를 씻는 것, 그리고 해도에게 젖병을 물려서 먹이는 것 정도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어느덧, 더 이상 분유를 먹지 않았다. 분유를 먹지 않기 때문에 오로시 모유수유만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젖병을 가지고 해도에게 먹이는 일은 그 순간부로 종료가 되었다. 해도는 더 이상 분유와 젖병이 필요 없는 것이다. 해도를 품에 앉고 입술을 쭉쭉하면서 젖병을 빨던 그 귀여운 모습은 이제 핸드폰의 동영상을 통해서나 봐야 한다.




해도는 이제 이유식을 한다. 이유식을 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했다. 아기수저로 이유식을 듬뿍 담아서 입으로 가져다가 대면 입을 '아'하고 벌리고 웃으면서 맛있게 먹었다. '우쭈쭈'하면서 들이밀면 무조건 입을 벌려 '냠냠'하고 먹었다. 하지만, 11개월이 넘어가면서 해도는 누가 먹여주는 것보다 스스로 먹는 것을 더 좋아했다. 먹여주려고 하면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해도 전용 식판과 수저, 그리고 포크를 사 주었다. 완벽하게 혼자 잘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먹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더 선호했다. 그렇다. 이제 내가 먹여주는 일은 더 이상 해도에게 필수가 아닌 것이다.


먹여주고 싶어서 수저에 음식을 담아 주면 자기가 수저를 먼저 잡으려고 손을 내민다. 너무 서운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해도가 잘 크고 있다는 증거인 것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해도의 옷들이 작아졌다. 그래서 새로 사거나 구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도의 신체가 성장했다는 뜻이다. 해도의 키가 커지고 체중도 늘어났다.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해도의 턱받이, 겉싸개, 속싸개, 장갑 등은 이제 더 이상 해도에게는 필요 없다. 옷도 점점 우리 성인들이 입는 옷들과 비슷한 옷들을 입기 시작했다.


해도의 장난감들이 진화했다.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은 더 업그레이드가 되던가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어야만 해도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해도와 우리의 추억이 담긴 장난감들은 이제 장식품으로만 남겨져 있다. 버리기에는 너무 아깝지만 집안에 짐이 점점 늘어나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가 12개월이 넘어가면서 성장하는 정도가 가파른 것 같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커 나가는 모습은 부모로서 특히 아빠로서 너무 기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간혹 너무 시간이 빨리 가고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순간순간은 시간이 더디게 가고 힘이 들고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너무 아쉽고 행복했던 순간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육아도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만 더 더디게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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