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의 첫 소변이에요

감격스러운 순간

by 전략가 김재훈

딸아이가 18개월이 지나면서 주면의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그럼 지금 대소변 가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요, 때 되면 알아서 가리겠죠."


그러면, 십중팔구는 내가 무심한 아빠인양 조언의 말을 듣게 된다.


"그러면 안 돼. 돌 지나면 대소변 가릴 줄 알아야 해. 또래보다 너무 늦으면 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아기가 대소변 가리는 시기

대소변은 빠르면 돌(12개월)이 지나서, 그리고 일반적으로 18~24개월 시기에 시작한다. 대부분의 경우 부모들의 타임플랜에 맞추어 아기들은 대소변을 가리는 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변기에 앉혀주라던가, 아기용 변기를 사서 변기에서 소변과 대변을 누는 방법을 시뮬레이션 식으로 보여주고 알려주라던가, 혹은 강제로 변기에 앉혀서 대소변을 가리게끔 하는 등 아기들의 대소변에 무수한 방법과 훈련들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


하지만, 나의 육아방식과는 너무 상반되는 방식이기에 나는 오로시 나와 내 딸의 본능을 믿고 그리고 우리 가족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배변의 모습들을 믿으며 내 딸이 스스로 대소변을 가릴 수 있는 순간을 느낄 때까지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아기들의 배변 훈련의 시기에 대해 고민한다. 가끔은 고민의 수준이 지나쳐 걱정과 강요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흔히 육아선배라고 하는 주변의 부모들 역시, 본인들의 경험에 심하게 집착하여 '돌이 지나면 무조건 대소변을 가려야 돼'라는 식의 주장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너무 안타깝고 언짢아진다. '왜 아기들은 기다려주지 않는 걸까?'


전 세계의 아기의 배변훈련 또는 대소변을 가리는 방법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시작하는 시기의 통계를 참고할 수는 있다. 하지만, 통계는 말 그대로 통계일 뿐이다. 아마 대부분의 통계는 정규분포를 따를 것이라 생각한다. 즉, 대소변을 가리는 시기가 매우 빠르거나 매우 느린 소수의 아이들이 있을 것이며, 그보다 조금 덜 빠르거나 느린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평균에 해당하는 많은 아이들 역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기들 역시 대소변을 가리는 시기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배변교육을 빨리 시키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최소한 아기들이 스스로 적응하고 배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내 딸의 첫 소변

물론 하루에도 수십 번 기저귀에 소변을 보는 내 딸 김해도다. 하지만, 2024년 12월 3일, 해도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했다. 순간 직감했다.


'뭐지? 혹시?'


내 예상은 그대로 적중하고야 말았다. 해도는 우리가 사용하는 변기에서 소변을 보고자 하는 의사표현을 했다. 그래서 얼른 기저귀를 벗겨주고 두 팔로 안아 변기에 올려주었다. 아직 해도에게는 우리의 변기가 다소 크기 때문에 내가 살며시 안아주었다. 해도 역시 두 팔로 나의 목을 감싸 앉았다. 나는 살며시 '쉬~'라는 소리를 내주며 나도 모르게 볼에 뽀뽀를 해 주었다.


조용히 약 3초가 흘렀을까? 변기에서 '조르르'소리가 났다. 해도의 소변 소리였다. 나는 '유레카!'를 외치고 싶었지만, 소변에 방해가 될 것 같아 꾹 참았다.


너무 감격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감격의 눈물이었다. 해도의 엉덩이를 씻겨주고 바로 안방에서 쉬고 있는 아내에게 달려갔다.


'여보! 해도가 변기에 오줌 쌌어!'


내 소리를 들은 아내는 깜짝 놀라며 너무 기뻐했다. 해도의 볼은 우리 부부의 뽀뽀세례로 빨갛게 올라왔다. 이렇게 내 딸의 첫 소변은 별도의 배변훈련 없이 해도 스스로 시작했다. 이후, 소변이 마려울 때마다 나와 아내에게 화장실로 가자는 손짓을 한다. 아기용 변기가 있지만, 이미 장난감으로 사용된 지 오래다. 무조건 우리가 사용하는 똑같은 변기에서 소변을 보려고 한다. 이 또한, 나름 의미 있는 교육의 성과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딸을 키우면서 한 가지 원칙을 정했던 것 때문이었다.


'아기용과 성인용으로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


일부 도구나 물건들은 안전의 문제로 아기용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아기용으로 별도로 적응시키는 것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동일한 것으로 적응하게끔 하는 것이 서로 간의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튼, 나만의 배변교육은 나름 성공했다. 딸에게 강요하지도 않았고, 나 역시 배변교육에 대한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았다. 서로 윈윈 했으니, 대 성공이라 할 수도 있겠다.




육아를 하면서 나는 많이 느낀다. 내 부모님도 나를 키우면서 이런 순간들이 있었겠구나, 그리고 동시에 내가 받은 사랑만큼 나는 내 딸에게 애정을 쏟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전 18화내 아내를 고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