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빠와 놀이 반복하기 2

아빠 유치원 15

by 마이드림

오랜만에 휴지심을 이용한

미니 털모자 만들기를 시도해 보았다.

(유*브에 휴지심 털모자 만들기라고 검색하면 나옴)


연습을 진짜 많이 했을 때는

아빠 혼자서도 잘하셨는데,

다시 해보려고 했더니

방법을 완전히 다 잊어버리셨지 뭔가.

그래서 다시 천천히 연습을 시작했다.

아빠의 머리는 방법을 잊었는데,

신기하게도 손이 금방 리듬을 되찾으셨다.


3월에 처음 모자 만들기를 했을 때만 해도

구멍에 실을 못 넣어서 쩔쩔매던 아빠였는데

손이 많이 빨라지셨다.

기억을 못 하는 것과는 별개로 손을 쓰는

활동들은 반복하는 만큼의 효과가 보였다.

너무 신기한 일이었다.


유*브 영상 같은데 보면 의사 선생님들이

치매 환자가 부지런히 손운동을 하면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었다.

엄밀히 따지면 영상에서 말한 손운동은

손가락 구부렸다 펴기,

손끝 마주치기 같은 손의 체조였다.


그렇지만 놀이를 통한 손 움직이기도

꾸준히 몇 달이 쌓이니까 발전이 있는 걸 보면

손과 뇌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구나 싶었다.


그렇게 해서 오랜만에 모자 2개를 완성했다.

원래 모자 방울 부분을 가위로 자르고

다듬어야 하지만,

내 손이 조금이라도 덜 닿게 하기 위해

자르지 않고 그냥 두었다.

아빠가 이만큼이나 해내셨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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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두 번째 놀이는

얼굴에 머리카락 붙이기였다.

관심을 보이지 않으시면 그만하려고 했는데,

아빠는 생각보다 흥미로워하셨다.


동그란 얼굴을 그리는 것은 내가 했다.

귀도 내가 그렸다.

털실을 이용해서 머리카락 형태를

만드는 것까지도 내가 하고

종이에 붙이는 것만 아빠가 하셨다.


그래도 붙인 머리카락을 다듬는 과정에서

아빠의 의견이 반영되었다. 원래는

분홍색 머리를 내가 양갈래로 묶어 놓았는데

아빠는 완전히 다 붙이기를 원하셨다.

그래서 헤어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다.

양갈래 머리에서 단발머리로!

아빠의 의견이 있다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파란 머리는 아빠가 직접 묶어보시라고 했다.

물론 이것도 내가 잡아드려야 했지만

그래도 하셨다는 것이 중요했다.


얼굴의 눈, 코, 입은 아빠가 그리셨다.

그리고 볼에 붉게 칠해달라고 했더니

너무 귀엽게 칠해놓으셔서 웃음이 났다.

볼터치 하나 생기니까 그림이

사랑스러워졌다.


옷 부분은 남은 패브릭 스티커를

내가 간단하게 잘라 만들었다.

붙이는 것만 아빠가 직접 하셨다.


완성된 그림에다가 아빠가 만드신

꼬마 모자를 하나씩 올려놓고

"아저씨 안녕하세요?"라며

그림들이 인사하는 것처럼 했더니

아빠가 재밌어하며 활짝 웃으셨다.

아빠가 웃는 것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정말 반가웠다.


작품도 나름 근사하게 완성되었다.

아빠가 그려놓은 웃는 표정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지는 효과가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의 작품이다!!!


이 놀이는 반복하는 놀이를 하던 중에

내가 새롭게 시도해 본 놀이였는데,

기대이상으로 효과가 좋았기에

다음에도 또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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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칠교 조각의 삼각형을 대고 그린

물고기 두 마리!

점스티커로 테두리를 붙인 후에

안쪽은 색칠해서 마무리를 했다.


테두리에 스티커를 붙이는 동안에

"아빠, 다 붙이고 나서

눈스티커도 붙여주세요."라고 했더니

아빠가 잘못 이해하시고

눈스티커로 꼬리지느러미 부분을 다 붙여놓으셨다.

나는 순간적으로 너무 웃겨서

"괴물 물고기예요?"라며 깔깔대고 웃었다.


눈스티커로 붙인 부분이 너무 안 예뻐서

결국 모두 떼어냈다.

점스티커를 붙여서 다시 완성한 물고기였다.


모양을 완성한 후에

물고기라고 글씨를 쓰는 것까지가

우리의 놀이였다.

아빠가 한 글자라도 더 쓰시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날도 우리의 놀이는 대략 3시간이 걸렸다.

아빠가 활짝 웃으시는 것을 볼 수 있어서

더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놀이에 집중해 주신 아빠께 박수를 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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