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가족들과 헤어진 지 하루 정도 되었어요.
갑자기 분리되어 덩그러니 떨어지고 나서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판단이 안 되어 멍했죠.
조금 후에 생각해 보니 내가 몸이 똑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는 게 떠올랐죠.
이제 나는 두 번 다시 엄마와 가족들 품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너무 슬펐어요.
"엄마... 엄마..."
우리 엄마는 몸이 너무 작아요.
그래서 엄마가 살게 된 집의 주인이
더 소중히 아끼며 키워주었다고 들었어요.
멋지고 근사한 집을 만들어주진 못했어도
작은 집에서 엄마가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게
늘 신경을 써주었대요.
우리 엄마는 작은 고구마예요.
엄마는 물을 좋아해서 많이 먹었어요.
그렇게 물을 쪽쪽 잘 먹으면서도
도무지 싹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죠.
주인이 많이 걱정했었다고 하더라고요.
완전히 바짝 말라있던 엄마의 몸에
수분이 충분히 채워지고
온몸의 기운을 회복하던 날에
드디어 우리 엄마의 몸에도 새로운 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했어요.
나는 7호(일곱 번째)로 태어난 잎이랍니다.
우리 형제들이 하나둘씩 돋아나고
뻗어나가는 걸 보며,
첫 번째로 기뻐한 건 당연히 우리 엄마였어요.
두 번째로 많이 기뻐한 사람은
우리 엄마를 아끼는 주인이었어요.
매일 우리 엄마의 몸은 괜찮은지,
우리 형제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들여다 봐주고 예뻐해 준 사람이었어요.
"고구마가 원래 이렇게 잘 크나?
또 새로운 싹이 나왔네. 귀여워!
어머, 얘는 하루 사이에 잎 커진거 봐."
그렇게 주인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었지요.
많이 사랑받아 행복한 엄마의 몸에는
날마다 더 많은 잎들이 자라기 시작했고
우리들은 매일 형제들이 많아지는 것이 정말 기뻤어요.
"와, 16호 동생이 나오려고 해"
"12호가 드디어 활짝 펴지려고 해."
우리들은 날마다 종알종알 시끄러웠답니다.
물만 먹고 사는데도 우리 가족은 날마다 즐거웠지요.
우리를 돌봐주는 주인은요.
우리 식구가 많아지니까 집이 좁아 보인다면서
좀 더 큰 집으로 옮겨주었답니다.
날이면 날마다 새로운 형제들이 생겨나니까
예전보다 물이 더 빨리 줄어들었거든요.
이사도 시켜주고 날마다 반드시 확인하며
맛있는 물도 부지런히 채워주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우리들이 왕성한 식욕으로 물을 먹다 보니
날마다 줄기가 뻗어나가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주변에 있던 물건들과 우리 잎사귀들이
자꾸만 부딪히게 되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주인이 그걸 보고,
우리 집을 조금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려고 했어요.
번쩍 들어서 옮기는 중이었죠.
그때 우리 엄마가 현기증을 느껴서
그 작은 몸이 기우뚱했지 뭐예요.
예전 같으면 가뿐했을 텐데,
지금은 우리 엄마 몸에서 뻗어 나온 형제들이
너무 많아져버렸거든요.
그러니 얼마나 무거웠겠어요.
뭔가 아슬아슬하던 순간이었죠.
기우뚱한 방향에서 제일 아래 있던 내가
바닥에 세게 스치면서 뚝하고 부러져버렸어요.
내가 형제들에 비해 줄기가 가늘고 약했는데,
하필 내 몸이 바닥에 스칠 건 뭐랍니까.
정말이지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라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판단도 안 됐었답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땐
엄마랑 형제들이 날 보며 울고 있었어요.
특히 엄마가 눈물을 많이 흘렸어요.
"7호야, 너 괜찮니? 다친데 없어?"
나만 혼자 집 밖에 떨어져 있었어요.
내가 떨어진 곳은 딱딱한 바닥인데
태어나서 이런 딱딱한 느낌은 처음이라
기분이 이상했어요.
우리 잎사귀들끼리는 아무리 닿아도
이런 느낌을 느낄 수가 없었거든요.
주인도 바닥에 떨어진 나를 보며
많이 마음 아파했어요.
"어떡해. 정말 미안해!"
무엇보다 가장 슬픈 건,
내가 이제 다시는 엄마 품으로,
형제들이 있는 우리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거예요.
드러누워 있는 이 딱딱한 바닥의 충격이야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요.
행복했던 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단 것이
너무너무 슬펐어요.
사고라는 건 이렇게 순식간에 찾아와
나의 행복을 멈추어버리네요.
처음에는 딱딱한 바닥에 누워서라도
우리 집을 바라볼 수 있었고,
좀 멀어 보이긴 해도 엄마 얼굴도 볼 수 있어서
큰 위안이 되었어요.
엄마는 내가 떨어지고 난 후에
내 걱정 때문에 작은 몸이 더 작아 보였어요.
"7호야, 목마르지? 등 아픈 건 좀 어때?"
엄마가 너한테 물을 줄 수가 없어서 속상해."
"엄마! 나는 괜찮아요. 그만 좀 울어요."
나는 이렇게라도 가족들을 볼 수 있으니
힘을 내보자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하루가 지나면서 내 몸이 마르고 있어요.
물을 못 먹으니 목이 너무 마르고
건조해진 내 몸이 양끝에서부터 돌돌 말리며
쪼그라들고 있답니다.
내가 영원하지 않은 것들 속에서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 순간이 너무 짧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영화 필름처럼 흘러갑니다.
너무 행복했지만 짧았던 나의 순간들이...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요.
"7호야! 7호야! 눈 좀 떠봐."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기운이 없어서 눈을 감았었던 것 같은데,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갈증이 사라져 있었어요.
돌돌 말렸었던 내 몸이 다시 활짝 펴지고
물을 가득 머금은 나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어요.
내가 말라가는 것을 보며 미안해하던 주인이
작은 통에다 물을 담아 나를 넣어주었다고 합니다.
"미안해. 나 때문에 너를 아프게 만들어서.
이 통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자."
작은 통 안의 물에 잠긴 나는,
지금 아주 편안합니다.
조금 더 선물 받은 시간에 감사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아주 많이 행복하게 지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