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빠와 트리 만들기

아빠 유치원 17

by 마이드림

작은 트리를 만들고 싶었다.

만들기가 복잡하면 아빠가 지치실 테니까

아주 간단한 방법을 선택했다.

색상지를 고깔모자처럼 말아서

점스티커로 꾸며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빠가 점스티커를 붙이실 때

집중을 가장 잘하시니까.


우리의 놀이는 같은 재료를 여러 번

반복하는 것들이 많다.

머리는 기억을 못 해도 손이 연습에 의해

익숙해지게 만드는 방법이랄까.


아빠는 그동안 점스티커를 많이 붙이셨다.

처음에는 선을 그어서 위에다 붙이는

연습을 하시도록 했고, 이젠 선을 긋지 않아도

이어 붙이기를 꽤 잘하시게 되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할 때에

집중력이 가장 좋아지는 것은

치매환자도 비슷한 것 같다고

아빠를 보면서 많이 생각했다.


색상지에다 점 스티커만 붙였더니

막상 해놓고 보니 너무 밋밋했다.

그래서 입체감이 좀 살도록 솜구슬을

붙여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그동안 점스티커엔 익숙해지셨지만

솜구슬은 처음이라 손에 익숙하질 않으니까

풀칠을 어려워하며 계속 손에서 놓치셨다.

그래서 풀칠을 모두 내가 해드렸야 했지만

그동안 스티커를 줄 맞춰 붙이셨던 경험으로

줄 맞춰서 붙이는 것은 잘하셨다.

역시 반복 연습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빠는 패브릭 스티커도 좋아하신다.

패브릭 스티커를 길게 잘라드리고

트리에다 감아보시라고 했다.

흘러내리는 것처럼 느슨하게 붙이는

그런 모양이길 원했는데,

아빠는 마치 붕대라도 감는 것처럼

색상지를 칭칭 감아놓으셨다.

계속하다가는 트리의 바탕색이 사라질 것 같아서

두 번만 감고 멈추시도록 했다.


트리에 지팡이나 양말을 매달고 싶어서

내가 대충 모양을 그려드리고,

아빠는 점스티커로 안을 채워 붙이셨다.

역시 아빠의 집중력을 높이는 데는

점스티커가 최고의 재료였다.


트리 최종 완성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니 털모자를 붙여본 트리였고,

다른 하나는 모자는 떼어내고

양말 그림 2개와 지팡이 그림 1개를 붙인 트리였다.


양말과 지팡이에 붙인 점스티커만 봐도

아빠가 스티커를 얼마나 열심히 붙이셨는지

알 수 있었다.

점스티커를 아낌없이 사용하신 아빠!


대단히 근사한 트리는 아니었지만

아빠가 집중하면서 완성해 낸 트리였기에

그걸로 충분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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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선을 그어드린 것도 없는데 점스티커를 이렇게 잘 붙이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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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색상지가 너무 구겨지기에 텀블러를 끼워드렸는데 이건 금방 빼버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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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패브릭 스티커를 돌려가며 감고 있는 중이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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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양말을 꾸미기 위해 점스티커를 붙이는 중이신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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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이렇게 털모자를 붙인 건 너무 무거워 보여서 도로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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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예쁘게 꾸미고 싶어서 잘라드렸던 패브릭 스티커였는데 아빠는 붕대 감듯이 그냥 감아놓으셨다.

이것이 트리의 최종 완성본이다.




트리를 만들고 나서도

아빠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으셨다.

우리의 두 번째 놀이가 추가되었다.


아빠가 점스티커 붙이기 만큼이나

좋아하는 다른 놀이는 털실로 머리 붙이기다.

이날은 세 번째 머리 만들기 놀이를 했다.


둥근 얼굴도 눈코입도 아빠가 그리셨다.

이날의 그림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눈에 커다란 눈동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고 옷도 직접 그리셨다!


이날은 남자 머리만 꾸몄던 날인데

내가 두 가지 방법으로 하자고 말씀드렸다.

하나는 점스티커만 붙여서 만들고,

다른 하나는 털실만 사용해서 만들어보자고!


벌써 세 번째의 경험이어서인지

털실도 너무 잘 붙이셨고

점스티커는 손이 기억하는 재료이기에

꽤 괜찮은 그림이 완성되었다.

아빠의 그림 속 두 남자가 제법 잘 생겼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놀이를 할 때는

연습한 만큼의 발전이 있으시다.

그래서 놀이한 것만 놓고 보면

되게 많이 좋아지신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좀 다르다.

가장 기본적인 씻기조차 안 하시려고 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놀이를 할 때의 아빠는

가장 집중력이 좋고 가장 또렷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나는 자꾸만 "우리 놀아요"를 외쳐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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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아빠의 그림에서 눈이 큰 그림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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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털실로 머리 붙이기도 열심히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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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옷도 직접 그려서 색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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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짜잔! 드디어 완성된 두 사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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