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유치원 19
아빠의 생신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패브릭 스티커와 점스티커를 사용해서
케이크 만들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 당신을 위해 스스로 만들어보는 케이크가
의미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때까지 붙여봤던 모양 중에서
자른 모양의 크기가 제일 커서
아빠는 집중을 하셔야 했다.
스티커가 밑그림과 잘 맞지 않는 부분은
조각들을 더 작게 잘라드린 다음에
사이사이에 덧붙이는 작업을 거쳤다.
스티커의 인쇄 무늬가 꽃무늬라서
예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막상 붙여 놓고 보니 너무 밋밋했다.
점스티커를 이어 붙여 테두리를 만들기로 했다.
아빠는 빨간 점을 선택하셨다.
이제 점스티커는 아빠께 너무 익숙해졌다.
줄 맞춰서 아주 잘 붙이신다.
그렇게 패브릭 스티커 케이크가
점점 모양이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의 케이크가 스마일 케이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6년은 웃을 일만 많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말이다.
큰 스마일 스티커로 시작해서
작은 스마일 스티커로 이어지다
별과 하트 스티커도 몇 개 붙였다.
역시 우리 아빠의 경우에는
집중하시도록 하려면
스티커가 최고의 놀이 재료이다.
아빠가 스티커를 붙이시는 동안
나는 열심히 리본을 만들었다.
리본 만들기는 내가 했지만,
어디에 붙이고 싶은지의 위치는
아빠가 정하셨다.
그런데 리본의 위치 세 군데 중에서
가운데 있는 리본은 위치가 애매해서
초를 붙이기가 불편했다.
내가 그 말씀을 드리는 순간 아빠는
리본을 살짝 들어 올리시더니
그 사이로 초를 밀어 넣으셨다.
아빠는 가끔씩 상황에 딱 맞는 해결책을
찾아내실 때가 있다. 그 순간도 그랬다.
덕분에 아주 깔끔해졌다.
나는 케이크의 마무리로
아빠의 예쁜 글씨를 써넣고 싶었다.
"아빠! 여기 동그라미 보이시죠?
이 안에다 생일축하합니다라고 써주세요."
내가 먼저 글씨를 써서 보여드리고
아빠는 한 글자씩 따라서 쓰셨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밋밋했던 케이크에 아빠의 글씨가 들어가니
한결 근사해 보였다.
그리고,
아빠는 갑자기 당신의 이름을 쓰셨다.
케이크 가운데에 이름을 붙이고 싶어 하셨다.
그렇게 아빠의 의견이 추가되었다.
아빠의 이름 석자와
생일축하합니다 글자가 어우러지니
케이크는 생각보다 더 매력 있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케이크가
완성된 것이다.
아빠는 케이크를 완성하고 나서
스스로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셨다.
비록 패브릭 스티커로 만든 케이크지만
처음으로 만들어본 케이크가 좋으셨던가 보다.
패브릭 스티커가 담겨 있었던 비닐에다
케이크 그림을 넣어 달라고 하셨다.
마침 케이크 그림의 크기가 딱 맞았다.
(그 과정에서 촛불이 걸려서 할 수 없이
내가 좀 잘라냈다.)
비닐 안에 아빠의 작품이 들어가니까
뭔가 더 근사해졌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넣어서 파는 그림을
한 장 구입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림을 가만히 보고 계시던 아빠는
비닐 뒤에다 내 이름을 써 달라고 하셨다.
그날은 아빠가 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고모 이름으로 대답하시던 중이었다.
비닐에다 내 이름을 써달라는 아빠를 향해
나는 말했다.
"아빠가 직접 제 이름을 써주세요."
한참을 그렇게 버티고 있었더니
신기하게도 아빠가 내 이름을 생각해 내셨다.
펜을 드리고 잠시 지켜보았더니
아빠는 비닐 뒷면에다가 내 이름도 들어간
꽤 긴 글을 쓰고 계셨다.
어머나 세상에!
나와 함께 케이크를 만들었던 일을
'처음 느껴본 감정'이라며
마지막 문장에 적어 놓으셨다.
내 이름을 기억하시는 순간
한자를 섞어가며 감상글도 쓰시다니
정말 정말 특별한 날이었다.
내가 써서 보여드린 다음에
그대로 따라서 쓰신 적은 있었지만,
온전히 아빠만의 감상을 쓰신 것은
너무 놀라운 일이었다.
생신맞이 기념 케이크 만들기 놀이였는데
아빠 뇌의 기능도 반짝 좋아지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기뻤다.
아빠는 나와의 놀이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특히 마음에 드는 날이면,
그걸 직접 갖고 싶어 하신다.
이 케이크도 그런 작품 중의 하나가 되었다.
(다음 놀이를 위해 아빠를 뵈러 갔을 때,
아빠는 케이크 그림을 벽에다 소중히
붙여 놓으신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날의 놀이는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특별했다!
그렇게 놀이의 감동으로만 마무리되면
아주 완벽했을 텐데, 아빠는 잠시 뒤에
나를 급하게 뛰게 만드셨다.
화장실의 물을 또 틀어두고 나오신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재빨리 잠글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ㄴ밑그림 위에다 잘라드린 패브릭 스티커 붙이시는 중
ㄴ패브릭 스티커 위에 다시 선을 그어드렸다. 점스티커 이어 붙이기 시작!
ㄴ점스티커 이어 붙이기는 경험이 쌓여서 아주 잘하신다.
ㄴ꽃무늬 케이크를 더 꾸미기 위해 스마일 스티커를 사용했다.
ㄴ가운데 종이 부분에는 아빠가 이름을 직접 쓰셨다. 세상에 하나뿐인 케이크가 완성되었다.
ㄴ아빠는 패브릭 스티커가 담겨 있었던 비닐에 작품을 넣고 싶어 하셨다. 마침 크기도 딱 맞았다.
ㄴ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비닐 뒷면에다 아빠가 글을 쓰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