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세상에 없는 나

기억하지 못하기에 치매는 슬프다

by 마이드림

"아빠, 저 왔어요."


"누구세요"


누... 구... 세... 요?

너무나 당황스러운 말이었다.


"아빠, 저 누군지 모르세요?"

"아빠, 제 이름이 뭐예요?"

"아빠 제가 딸이잖아요. 정말 저 몰라요?"

"그럼 아빠 이름은 뭐예요?"

"아빠 지금 몇 살이세요?"

"엄마 이름은 뭐예요?"


그렇게 한참을 가족에 대한 질문을 해도

아빠는 대답이 똑같으셨다.


"몰라요."


분명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도

도무지 믿기질 않아서 나는 묻고 또 물었다.

그렇지만 아빠는 엄마가 아내라는 것도

내가 딸이라는 것도 동생들 이름도 전혀 모르셨다.

"생각이 잘 나지 않는데요"도 아니고

처음부터 그런 단어들은 머릿속에 입력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몰라요"라고만 하셨다.


가족의 이름도 모르시고

가족이 뭔지도 모르시고

아빠 당신의 이름도 모르시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못하시면서도

신기하게도 계속 존댓말을 하셨다.


마치 어른에게 존댓말을 쓰는 거야라고

배워서 알고 있는 예의 바른 어린아이처럼,

누군지도 몰라보는 내게 꼬박꼬박 "몰라요"라며

존댓말을 하셨다.


내가 신발을 신고 나오는 순간에

아빠는 내게 "안녕히 가세요"라며

꼬마들이 인사하듯이 문 옆에 서서 인사를 해주셨다.


"아빠, 이제 제 이름 생각나셨어요?

저 이제 가야 되니까 이름 한 번만 불러주세요."

라고 했더니 아빠는 또 같은 대답을 하셨다.

"몰라요"라고.


문 앞에서 인사까지 해주시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나는

아빠가 나를 모른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며

쓸쓸하게 현관문을 나와야 했다.


아빠와 눈을 마주 보고 있을 때도

문을 나서고 지하철역으로 걸으면서도

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내내

이게 정말 현실이 맞는지 믿어지지가 않아서

계속 멍한 상태였다.


전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그제야 울컥하면서 실감이 났다.

날이 추워 모자와 마스크를 썼기에

흘러내리는 눈물과 콧물을 감출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나는 지하철에 타고 있는 시간 동안

계속 아빠의 눈동자가 떠올랐다.

내가 평생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순한 눈이었다.

겉모습은 그렇게 평온해 보이는데

정신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이

너무 배반적으로 느껴졌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나 보던 치매가

우리 아빠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지 못했다.

아빠가 나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일이

내 삶의 한 부분에 들어올 줄도 몰랐다.


아빠와 통화를 하면서

"제가 아빠 딸인 거 아시죠?"라고 하면

"그럼, 당연히 알지."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머나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졌다.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하기도 전에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해버렸다.


아빠가 불러주시는 내 이름을

들을 수 없게 되었던 2025년 1월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들을 수 없게 되니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잊어버려도

마지막 순간까지 내 이름을 불러줄 분들이

부모님일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것만은 영원히 보장된 것인 줄 알았다.


이미 많은 나이를 먹은 내가,

길 잃어버린 꼬마가 된 것 같은 심정이 되어

아빠를 부르고 또 불러보았지만,

돌아오는 말은 "누구세요"라는 말이었다.


그날, 아빠의 세상에는 내가 없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