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창작동화

너의 이름은 콩

창작동화

by 마이드림

슬기는 동물이 무섭습니다.

그래서 동물 가까이 가는 것도 잘 못하고

다가가서 만지는 것은 더더욱 못합니다.

평소에도 동물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무섭다는 생각이 강해서인지 좋아한다고

느껴본 적도 없었어요.


어느 날 슬기네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머물게 됐는데

아빠 아는 분이 며칠간만 맡아 달라고

부탁을 하셨다고 해요.


"나 강아지 무서운데! 나 강아지 싫단 말이야!"


"엄마도 강아지가 너무 크거나 사나웠으면 반대했을 거야.

근데 슬기야, 진짜로 안 무서워해도 될 거 같은데?"


"그래도 싫어. 저기서 못 나오게 해 줘."


엄마는 슬기가 무서워하니까 강아지를 상자에 담아

멀찍이 떼어 놓았어요.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슬기도 강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강아지가 잠들었을 때

살금살금 다가가서 상자 안을 살짝 들여다봤죠.

흰 색깔을 가진 강아지였는데

조그맣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슬기는 강아지가 자는 모습이 인형 같다고 생각했어요.


슬기는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엄마, 저 강아지는 이름이 뭐야?"

"강아지 이름? 아직 이름도 없다던데?"

"이름이 없어? 에이 이름이 없는 건 너무 했다.

인형들도 이름이 있잖아."

"그럼 슬기가 이름 지어줄래?"

"음.. 음... 그냥 '콩'이라고 할래."


슬기의 그냥 콩이라고 하겠다는 말 때문에

강아지의 이름은 그날부터 콩이 되어버렸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상자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게 했는데요.

물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알고 나서는

슬기도 콩이가 집안에 돌아다녀도 좋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콩은 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강아지였어요.

온 집안을 요리조리 돌아다니고

엄마 뒤도 아빠 뒤도 졸졸 따라다녔지만

특히 슬기의 뒤를 졸졸졸졸 따라다녔어요.


콩은 귀여운 강아지였어요.

잘 때도 귀여웠고, 멀리서 봐도 귀여웠어요.


귀엽지만 가까이 오는 건 아직 무서웠던 슬기가

콩을 안아준다거나 쓰다듬어준다거나 하는 일조차 없었거든요.

그런데도 콩이는 슬기 바라기처럼 늘 슬기의 옆과 뒤를

졸졸졸졸 따라다녔죠.


엄마가 옆에 같이 있을 때는 괜찮다가도

엄마가 옆에 없는데 콩이가 가까이 다가오면

슬기는 꺅... 꺅... 소리를 지르면서

도망을 다녔습니다.

그런데도 콩은 슬기를 따라다니는 걸

멈추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1학년인 슬기가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나서면,

콩이는 어느새 슬기의 뒤를 따라 나와

대문까지 와있었어요.


슬기가 가는 곳이면 어디라도 따라가려는 듯이

대문 밖까지 나오려고 해서

슬기는 재빨리 대문을 닫아야 했어요.

혹시 대문 밖으로 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리거나

다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됐거든요.

무서운 건 무서운 거고 콩이 다치는 건 싫었으니까요.


오늘도 콩이는 슬기와 헤어지기 싫은지

대문 안에서 멍멍 짖어댔어요.

학교가 끝나고 돌아와 벨을 누를 때면

대문 앞까지 쪼르르 달려 나와서 멍멍 짖으며

반겨주는 것도 늘 콩이었어요.


처음에는 무서워서 피하고

계속 졸졸 따라다니니까 귀찮아서 피하고

슬기는 콩을 피할 때가 더 많았는데도

콩이는 늘 슬기를 좋아해 주었어요.

슬기를 향한 콩의 사랑을 받아주지도 못했는데

콩은 토라지는 일도 없이 그저 슬기 주변을 뱅뱅 돌며

슬기를 좋아해 주었답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어요.


이제 슬기가 조금씩 콩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같이 대문 앞까지 왔다 갔다도 하고

더 이상 꺅꺅 소리도 지르지 않게 되었을 때의

아침이었어요.


슬기는 학교를 가려고 대문을 나서는 중이었어요.

"콩! 잘 놀고 있어. 나 학교 갔다 올게."

"멍멍"

콩은 역시 대문까지 슬기를 따라와서 인사했어요.

콩은 이렇게 배웅도 잘해주는 강아지랍니다.



오늘은 학교가 끝나고 집을 향해 뛰었어요.

콩이 또 문 앞까지 뛰어나올 걸 생각하니

슬기는 기분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집이 너무 조용해진 거예요.

"엄마! 콩이 어디 갔어?"

"콩은 자기 집에 갔지. 오늘 데려가기로 한 날이잖아.

주인아저씨가 데려갔어."


자기 집?

아, 맞다.

콩은 우리 집 강아지가 아니었죠.

며칠만 있다 가는 강아지였는데

슬기는 그걸 잊고 있었습니다.


콩이 잠자던 상자도 아직 있고,

콩이 먹던 밥그릇, 물그릇도 아직 있는데,

콩만 이제 없어요.


한 번도 안아주지도 못하고 도망만 다녔는데

이름이라도 한 번 더 불러줄 걸 그랬나 봐요.

콩한테 마지막 인사도 못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가는 건 줄은 정말 몰랐던 슬기였어요.


"엄마...... 콩이 갈 때 안 울고 잘 갔어?"

"아직 어려서 그런지 찡찡대지도 않고 잘 가더라."

"엄마...... 엄마...... 콩이 진짜 갔어? 엉엉......"

"근데 슬기 왜 울어? 콩이랑 헤어져서 서운해?"


슬기는 콩한테 너무 미안해서 눈물이 났어요.

무섭다고만 하지 말고 한번 안아 줄걸.

그렇게 콩이 떠난 후에야 콩에게 미안해서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났어요.


콩은 집에 돌아가고 나서

우리가 불러주었던 이름을

기억이나 해줄까요?


너의 이름이 콩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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