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 내 손가락을 물었어!

창작동화

by 마이드림

보미는 6살 여자아이예요.

겁이 되게 많은데 궁금한 건 해봐야 하는

호기심이 많은 어린이기도 했어요.


보미는 담벼락에 열려 있는 신기한 열매를 따서

먹어보기도 하고, 길가에 피어 있는 뭔지 모를 꽃이랑

풀들도 따보고 그렇게 동네를 뛰어다니며

6살을 보내고 있는 아이였어요.


보미네 가족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촌 아재(당숙) 댁에 한 번씩 방문하곤 했는데요.

그날은 어른들이 다 집안에 계시고,

보미만 마당에서 혼자 놀고 있었어요.


마당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던 보미는

마당 귀퉁이에서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나무통 하나를 발견했어요.


그것이 양봉하는 벌통인 것을 몰랐던 보미는

못 보던 나무통이 있으니까 신기해서

주변을 빙빙 돌면서 보고 있었답니다.

나무통 주변에 벌들이 윙윙 날아다니고 있으니까

이건 벌들이 사는 집이라고 생각했죠.


조금 보고 있었더니 주변에 점점 많은 벌들이

모여드는 것이 신기했어요. 보미는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 바라보고 있었어요.


보미는 그때까지 벌들이 침으로 쏜다는 걸

모르고 있어서, 무서워하지도 않고 벌통 앞에

그렇게 서있을 수가 있었던 것이랍니다.


그날따라 보미의 눈에는 조그만 벌들이

정말 귀여워 보였어요.

그래서 너무너무 만져보고 싶었어요.


잠자리 날개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매미 날개를 잡을 수 있는 것처럼,

개미를 잡아볼 수도 있는 것처럼,

보미는 벌도 그렇게 만져볼 수 있다고 믿은 거예요.


보미는 벌을 따라다녔어요.

"벌아! 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좀 있어봐.

내가 딱 한 번만 만져볼게. 응?"


보미는 벌에게 한 번만 만져보자면서

사정하듯이 따라다녔어요.

강아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듯이

그렇게 귀여운 벌을 쓰다듬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거든요.


아무리 가만히 좀 있으라고 말해도

벌들이 그 말을 들어줄 리가 있나요.

그냥 포기하고 엄마한테 가도 될 텐데

이때까지 사정하며 따라다닌 것이

약이 올랐지 뭐예요.


보미는 벌들이 조금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가서 손을 뻗었어요.

꼭 한 마리를 잡겠다고 말이에요.


귀여운 벌을 잡았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보미는 손에서 불이 나는 것 같은 고통에

악... 소리를 질렀어요.

그리고는 엉엉 울면서 엄마를 향해 달려갔어요.


"엄마!!!! 엄마!!! 엉엉..."


"왜? 무슨 일인데?"


엄마는 보미가 울면서 오니까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어요.


"엄마! 벌이 내 손가락을 물었어!"


"뭐? 벌이 어떻게 사람을 물어?"


"진짜야... 엉엉... 내가 벌을... 만져... 주려고...

했는데... 벌이... 내.... 손... 가락을...물었어.

그래서 되게 뜨거웠어."


"뭐? 벌을 만졌다고? 너 벌통 옆에 갔었어?

어머, 혹시 벌에 쏘였어? 어디 봐봐."


보미는 왼손 검지를 내밀었어요.

벌침에 쏘인 손가락은 점점 부어오르고 있었죠.


"보미야, 벌통엔 왜 가고 벌은 왜 만졌어?

네가 가만히 있었으면 쏘지 않았을 텐데,

네가 만지니까 화나서 쏜 거잖아."


"나는... 그냥... 귀여워서...

쓰담쓰담해 주려고... 했단.. 말이야."


"벌이 귀엽다고 쓰다듬어 준다는 애는

세상에 너밖에 없을 거야. 하하하하"


"왜 웃어? 나 손가락 아프단 말이야. 엉엉..."


보미의 말을 들은 엄마는 기가 막히면서도

귀여워서 웃음이 났어요.

아이 울름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오신

오촌 아재와 다른 분들은 모두가

벌에 물렸다는 꼬마의 이야기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죠.


오촌 아재는 어디 보자면서

보미의 손가락을 보더니

"오늘까지는 탱탱하게 부어서 많이 아플 거고,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진다.

벌침이 약으로도 쓰이니까 괜찮아."

그러면서 껄껄 웃었어요.

그리고 손가락에 약을 발라주었어요.


그날 밤에 보미는 검지가 탱탱 부어서

대장 손가락이 된 것을 보았답니다.

10개의 손가락 중에서 제일 커서

대장님이라고 불러줘야 할 것 같았어요.


엄마는 보미에게 앞으로는 절대로

벌통 주변엔 가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했어요.

그리고 벌은 침을 쏘니까 오늘 같은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도 얘기했어요.


보미는 팅팅 부어서 아픈 검지를 보면서 생각했어요.

'치... 이젠 벌이랑 안 놀 거야.

이젠 내가 안 놀아줄 거다. 흥!!!'


시간이 지나고 손가락은 원래대로 다시 돌아왔답니다.

그렇지만 그날 이후로 보미에게 변화가 생겼어요.


보미는 벌통만 보면 벌이랑 안 놀 거라면서

멀리 도망을 다녔죠.

벌이 한 마리만 가까이 다가와도 대장 손가락 됐던

그날의 아픔이 떠올라서 얼음 자세가 되곤 했어요.


사람들이 "벌을 무서워하는구나?"라고 말하면

보미는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아니요! 벌이 내 손가락을 물어서

내가 친구 안 하기로 했거든요.

내가 벌이랑 안 놀아주는 거예요!"


그렇게 막 잘난 척을 해놓고는

벌 한 마리만 다가오면 걸음아 날 살려라

멀리멀리 도망치기 바빴답니다.




벌에쏘인손가락.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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