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미니 털모자 만들기

아빠 유치원1

by 마이드림

미니 털모자를 만들 때 보니까 아빠는

구멍에다 실을 넣고 구멍으로 실을 빼는

그 단순한 동작을 못 따라 하셔서

한참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셨다.

내가 천천히 반복해 보여드려도

아빠에게는 그것이 쉽지 않았다.


정말 이대로 안 되는 걸까? 싶었지만

그래도 계속 반복해 보았다.

나중에는 효과가 있었다.

모든 것에는 반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치매환자인 아빠를 보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실을 반 접어서 휴지심 구멍 사이로 넣고

접힌 실의 구멍 사이로 반대쪽 실을 넣어 빼내기까지

꽤 오래 걸리긴 했다. 그렇지만 반복에 의해

아빠의 손은 결국 익숙해졌다.


그러면서 아빠는 그것에 재미를 느끼신 것 같았다.

내가 아빠의 손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몇 번이나 다시 하자고 말씀을 드렸음에도

싫다고 하지 않으셨다.


아빠는 원래 집중력이 굉장히 좋은 분이셨다.

지금은 그것이 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동작에 한해, 그 집중력이 발휘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100퍼센트 다 아빠가 하신 것은 아니다.

털실은 내가 다 잘라드리고 방울 부분을 묶거나

자를 때도 내 손이 필요하긴 했다.

다소 매끄럽지 않고 투박한 모양이 되긴 했어도

그 동작들이 가능해진 것만으로도 기뻤다.


아빠의 손에서 탄생한 미니 털모자는

그 모습을 지켜본 나도 기쁘게 만들었지만,

오랜만에 뭔가를 해낸 아빠도 즐거워하셨다.


처음 놀이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빠의 눈은

끔벅끔벅의 상태였는데, 모자를 만들고 나니

한결 생기 있게 바뀌어 있었다.



옛날 내게 자기가 갖고 놀던 꼬마 인형을

선물이라며 준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해 왔었는데, 이 인형이 아빠와

놀아드리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 인형에다 아빠가 만든 털모자를 씌우고

"안녕하세요? 모자 더 있어요?"라고 했더니

별것도 아닌 그 말에, 아빠가 소리 내어 웃으셨다.

그때 계속 무표정이던 아빠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오는 걸 봤다.


아빠가 웃는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봤다.

정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다.

모자 많이 만들어서 가게놀이 하자고 했더니

이날 아빠가 최종 완성한 모자가 세 개나 된다.

완벽하고 매끄러운 모자는 아니지만

아빠가 완성을 하는 경험을 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아빠는 이날 내 옆에서 만들었던 미니 털모자가

너무나 소중했는지 아빠의 애착 가방에다 넣으셨다.

(그리고 이사하는 집에 가실 때도 갖고 가셨다.)


우리 부녀의 인생 첫 놀이였던 이날!

아빠는 마치 유치원생 아이 같은 해맑은 표정이었고

나와의 놀이를 많이 즐거워하셨다.

나는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며 덩달아 즐거워졌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것 같아 기뻤다.


많은 것들이 서툴러진 아빠로 인해,

놀이를 하는 동안 나에겐 기다림이 필요했지만

아빠와 처음으로 해본 놀이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마치 어린아이 데리고 놀았던

유치원 선생님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놀이에 이름을 붙였다.


아빠(와) (함께하는) 유치원 (놀이)!

줄여서 아빠 유치원!


아빠의 치매는 사람을 슬프게도 만들지만,

그런 와중에도 감사하게 된 것은 이런 부분이다.

더 늦기 전에 아빠와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가게 되었다는 것!


그렇게 미니 털모자 만들기부터

아빠 유치원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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