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밀기, 그 단순한 동작

아빠 유치원 3

by 마이드림

집에는 옛날에 사은품으로 받은 젠가가 있었다.

나는 궁금했다. 이 나무블록을 하나씩 빼거나

옮기는 것을 아빠가 집중해서 하실 수 있는 걸까.


그래서 해보았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젠가놀이는

아빠와 하기에는 어려웠다.


일단 나무블록을 살살 밀든 톡톡 치든

그것을 끄집어내는 동작 자체를

아빠가 하질 못하셨다.


그림을 그려서 보여드리고

그것을 따라 하시게 하는 동작들보다도,

나무 블록 하나를 빼내는 동작이

아빠에게는 더 고난도의 활동이었다.


아무리 보여드리고 또 보여드려도

손가락이 그만큼의 섬세함을

해낼 수가 없었다.


제일 잘 빠지는 나무블록을 내가 알려드리고

그것을 톡톡 밀어보라고 말씀드려도

그걸 끝까지 하질 못하셨다.


그래서 나는 방법을 바꾸었다.

블록을 내가 다 밀어서 아빠 쪽으로

튀어나오게 만들고,

아빠는 그것만 손에 잡아 뺀 후

위쪽에다 탑처럼 쌓기를 하는 걸로 말이다.


밀기와 빼기는 되지 않았지만

그냥 단순하게 위로 놓는 동작은 가능하셨다.

다만 위로 쌓기도 조금 얹어보다 빨리 지치셨다.


무엇인가를 빼내고 밀고하는 그 간단한 동작이

아빠에게는 그렇게도 어려운 동작임을 처음 알았다.

무엇인가를 그냥 위로 쌓는 동작이

그렇게 힘든 일인지도 처음 알았다.

블록놀이를 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거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하는

아주 간단하고 당연한 동작들이

굉장히 섬세한 동작이었음을

아빠를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동작들은

건강하기에 가능한 일임을

모르고 살았었구나!!!

그러니 매일을 감사해야 할 일이다.



밀어 빼는 동작도 계속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어려운 동작일수록 뇌에 자극이 되니까

다시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놀이에 있어서 아빠가 힘들어하면

과감히 생략하고 다른 놀이로 바꾸곤 했다.

관심은 있는데 잘 되지 않는 것은 반복했지만

지금 관심이 없는 것은 억지로 시키지 않았다.

놀이는 즐거워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쌓기 놀이도 접근이 쉽지 않으니

이건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마지막으로 도미노 놀이를 해보기로 했다.


도미노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블록을 길게 이어

세우기가 필요했는데, 아빠는 일렬로 간격 맞춰서

줄 세우기가 전혀 되질 않으셨다.


그림은 반복 동작을 통해서만으로도 따라 하기가

가능했다면, 입체도형인 나무블록으로 하는 동작들은

여러 방향에서 봐야 하니까 훨씬 어렵고 낯설게 느끼셨다.


"아빠, 저 따라 해 보세요"라는 말이

아빠에게 꽤 익숙한 말이 되었음에도

블록을 줄 세우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셨다.


주체적인 아빠의 참여는 미래의 어떤 날로 미루고

그냥 아빠의 검지손가락만 주인공이 되기로 했다.

"아빠, 손가락으로 나무블록을 밀어주세요.

요렇게 하시면 돼요"라고 방법을 알려드렸다.


탑 쌓은 상태에서 중간에 끼어 있는 블록 하나를

톡톡 밀어내는 것은 너무 어려운 동작이었지만,

길게 줄 선 도미노 놀이에서 제일 뒤에 있는

블록 하나를 밀어 쓰러뜨리는 일은 아빠에게도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연습을 통해 약속을 정했고

아빠의 검지손가락이 아주 큰 일을 해냈다.

블록을 밀어서 쓰러뜨리기를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놀이는 아빠의 관심을 끌어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내가 아빠를 향해 "미세요"라고 하면

아빠는 검지손가락을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준비를 하셨는데, 그때의 검지가 너무 귀여웠다.


아직은 검지가 블록을 살짝 미는 정도가

아빠가 하실 수 있는 최선이다.

그렇지만 반복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나는 미래의 어느 날 마주할 반복의 힘을 믿어보련다.




젠가로탑쌓기.jpg

ㄴ아빠에겐 밀어서 빼기도, 위로 쌓기도 어려웠던 활동/맨 위만 하심


젠가로도미노놀이.jpg

ㄴ아직은 검지로 밀기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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