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무조건 손 많이 사용하기

아빠 유치원 6

by 마이드림

치매는 삶의 질을 정말 많이 떨어뜨리는

병이라는 생각을 아빠를 보면서 많이 했다.

아빠가 우리 집에 와 계시는 동안에

내가 놀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빠는 그냥 멍하니 계실 때가 많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처량했다.


원래의 아빠는 이것저것 잘라서 붙이며

스크랩이라도 하시던 분이었다.

혼자서도 잘 노시던 분이었다는 뜻이다.


그랬던 아빠가 스스로의 의지로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잠밖에 없다는 듯이

시도 때도 없이 잠만 주무시려고 했다.


아빠를 보니 계속 멍하셨다.

분명히 아빠의 눈으로 눈앞에 있는 것을

직접 보셨음에도, 보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셨다. 내 눈에 더 슬펐던 것은

당신께서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르시는 상태로

멀뚱멀뚱한 그 모습이었다.



아빠의 뇌 속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어떤 날은 스위치가 켜진 상태 같았고

어떤 날은 스위치가 꺼진 상태 같았다.


스위치가 켜진 날은

예상했던 것보다 상태가 좋으셨고,

스위치가 꺼진 날은 아무리 간단한 것도

멈춤 상태가 되시곤 했다.


아무리 다음날 되면 잊어버려도

계속 반복한 것은 좀 나은 것 같아서

아빠와 나는 상을 펴고 마주 앉곤 했다.

그리고는 계속 뭔가를 했다.


그림도 따라 그리고,

이쑤시개를 활용해서 모양도 만들고,

같은 색깔끼리 고리 연결도 해보고,

종이배를 접어서 꾸며보기도 했다.


완성된 모양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면

결과물은 무지 단순하고 쉬워 보이는데,

그거 하나를 해보겠다고 동작의 반복을

정말 한참이나 했다.


눈으로 보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불편했다.

색과 이름을 연결 짓지 못해서 한참 걸리고,

그린다는 것이 뭔지를 몰라서 한참 걸리고,

조물조물 만질 줄을 몰라서 한참 걸리고,

접는 손동작이 잘 되질 않아서 한참 걸리고,

그렇게 아빠에겐 모든 것들이 낯설기만 한

동작들이 되어 있었다.


우린 날마다 모든 것이 새로 시작이었다!


멈추어버리고 잠들어버린 뇌를

조금이라도 깨우려면,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은 아빠의 손밖에 없었다.


손이 뭘 해보려고 해도

뇌가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

내가 옆에서 지켜본 치매였다.


그렇지만...

뇌가 아무리 아빠를 거부하려고 해도

끈질기게 손을 움직이게 만들면,

멀뚱멀뚱하던 표정이 또렷하게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매일 무조건 손을 많이 사용하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놀이였다.




아빠유치원6-1.jpg

ㄴ그림 반복해서 따라 그리기

아빠유치원6-2.jpg ㄴ처음엔 아예 시작도 못하셨는데 점점 나아지심
아빠유치원6-3.jpg

ㄴ클레이에 이쑤시개 꽂기

아빠유치원6-4.jpg

ㄴ완성한 모양

아빠유치원6-5.jpg

ㄴ이쑤시개를 위로 꽂아 만들기

아빠유치원6-6.jpg ㄴ꽈배기처럼 만들기
아빠유치원6-7.jpg

ㄴ같은 색깔 고리 연결하기

아빠유치원6-8.jpg

ㄴ빨주노초파보 고리 연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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