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몰랐을 뿐 소중한 것이었다

by 마이드림

그날은 내가 갖고 간 퍼즐을 같이 했다.

아빠는 평소보다 굉장히 컨디션이 좋아 보이셨다.


나는 아빠를 만나면 항상 묻는 말이 생겼다.

"아빠, 제 이름이 뭐예요?"


아빠는 내 얼굴은 알아보시면서도

누구야라고 이름을 불러주진 않으셨다.

얼굴을 봐도 이름이 떠오르질 않으니

이름을 부르는 일이 사라져 버렸다.


호칭이 아예 사라지고 나니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곤 했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내 질문은 같았다.

"아빠, 제 이름이 뭐예요?"

사실 큰 기대는 없었는데 대답을 하시지 뭔가.


" 000, 아빠 딸이잖아."


내 이름을 온전하게 들은 것이 반가워서

"그러면 아빠 이름은요?"라고 했더니

아빠는 다시 눈만 끔벅거리셨다.


"아빠, 그러면 다시 불러주세요.

제가 누구라고요?"

아빠는 방금 전에 당신께서

내게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를 모르셨다.


평생 듣고 살았던 내 이름인데

오랜만에 이름 한 번 들었다고

마음이 찡한 날이 다 있다니!


아빠의 입을 통해서는

다시는 듣지 못할 줄 알았던 이름인데,

다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했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치매 환자들 보면

정신이 돌아오면 눈빛이 달라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졸려하던 모습이

바로 우리 아빠의 모습이 될 줄이야.


조금 길었으면 하는 그런 순간들은

왜 그렇게 항상 짧을까.

'녹음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걸'

이라고 생각했었다.


너무나 순식간이었다.

내 이름 석자가 휙 지나가버렸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예전엔 몰랐었다.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 참 좋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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