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깎아본 아빠의 손톱

아빠와 처음 해보는 일이 늘어간다

by 마이드림

그날 만난 아빠는 갑자기 내게

"손톱깎이가 없어."그러셨다.

"네? 손톱깎이요?"

아빠는 내게 손톱을 보여주셨다.

정말 손톱이 너무 많이 길어 있었다.


엄마 말씀으로는,

아빠가 물건 위치를 기억 못 하니까

엄마 것은 따로 두고 쓰신단다.

(아빠는 발톱이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서

같은 손톱깎이를 쓰실 수가 없다.)


얼른 가서 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 제가 편의점에 가서

얼른 손톱깎이 하나 사 올게요.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나는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손톱깎이를 하나 사 왔다.


그날은 아빠의 컨디션이 좋은 날이었기에

혼자서 손톱을 깎으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손톱깎이를 드려보았다.

그런데 아빠는 손검사 받는 아이처럼

내게 손을 내미셨다.

내가 깎아주기를 원하셨던가 보다.


그 순간에 살짝 당황했다.

다른 사람의 손톱을 깎아준 일이 없었다.


아빠의 손톱을 깎다가

살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어쩌나 무서웠다.

그래도 아빠는 성인이니까

아기들처럼 꼬물대는 손은 아니니까

겁은 나지만 조심하면서 해보기로 했다.


만약 손톱이 짧았다면 더 무서울 것 같은데

손톱이 긴 덕분에 차라리 수월한 면이 있었다.

너무 바짝 깎지만 않으면 될 것 같아서

마음의 부담감이 덜했달까.


아빠는 내게 손톱을 맡겨 놓고

가만히 순하게 앉아 계셨다.

내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깎아본

아빠의 손톱이었다.

손톱 열 개 깎았을 뿐인데 훨씬 단정해 보였다.


아빠 손톱을 다 깎고 나서

잠깐 엄마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빠가 내 옆에 오시더니

또 손을 보여주셨다.


왜 그러시나 했더니

손톱 옆쪽에 손톱과 살이 닿는 부분이

살짝 일어나 있었는데 그걸 보여주러 온 거였다.

잘못 잡아 뜯었다가 아플 것 같아서

손톱깎이를 가지러 갔더니

어? 그 사이에 손톱깎이가 없어졌다.


방금 전까지 놓여 있는 걸 보고 왔는데

엄마 옆에 잠깐 와있는 사이에

아빠가 어딘가에 넣고는 또 잊어버리신 것이다.


서랍들을 열어보고,

아빠 가방이며, 주머니까지 다 봤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손톱깎이 어디다 두셨냐고 아무리 여쭤봐도

전혀 기억을 못 하셨다.


결국 손톱깎이는 못 찾았다.

정말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래도 손톱을 다 깎고 나서 없어졌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손톱 깎다가 중간에 자리 비웠으면

또 사러 나가야 될 뻔했다.

다음에는 손톱깎이를 사서 손 닿지 않는 곳에

넣어두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 손톱 옆에 살짝 일어났던 부분은

내가 손톱깎이 찾는다고 돌아다니는 사이

아빠가 잡아 뜯어버려서 이미 없어져 있었다.

피나지 않게 잘 뜯어서 그것도 다행이다 싶었다.


집에 오기 전에 "다음에 또 올게요"하며

아빠를 두 팔 벌려 안아드렸다.

우리 가족들은 하나같이 무뚝뚝해서

평생 스킨십을 하고 살 일이 없었다.

그래서 살이 닿는 자체가 어색한 사람들이다.


아기 때야 부모님께서 안아주셨겠지만

내 기억이 있는 6살 이후론

아빠 엄마가 안아주신 기억이 없어서

나는 스킨십 자체를 잘 못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그런 내가 평생 처음으로 아빠를 안아보았다.


아빠는 내가 안아드렸기 때문인지

주무시기 전에 "뽀뽀, 뽀뽀"라고

하셨던 그날처럼,

아빠는 또 "뽀뽀, 뽀뽀" 그러셨다.

두 번째는 처음보다 쉬웠다.


우리 부녀는 내가 어릴 때도 안 했던 것을

나이 들어서 하나씩 하고 있다.

살면서 요즘이 가장 사이좋은 부녀 사이로

거듭나는 중이다.


나는 아빠를 좋아하지 않았다.

딸의 눈에 비친 아빠는

결코 엄마한테 좋은 남편이 아니었다.

맺힌 한이 많은 엄마를 보고 자란 딸은

아빠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평생 미워했던 아빠였는데

어쩌면 아빠는 내 마음에서

미움을 거두는 시간을 주시기 위한

지금의 기간을 마련하신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평생을 쌀쌀맞던 딸의 기억이 끝이 아닌,

뽀뽀도 해주고 꼭 안아주기도 하는

딸의 모습으로 마지막을 채우실 수 있는 걸까.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도 잊어버리시는 데

기억을 하실 수 있을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내 마음에 후회가 덜어질 수 있는 시간이

내 앞에 주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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